▲ 권성은(법무법인 전문 대표변호사)

한 회사에서 자금관리를 하고 있는 A씨는 주식투자로 재미를 본 지인으로부터 한 정보를 전달받았다. 모 회사가 곧 대기업에 인수합병(M&A) 될 예정이라는 것. 지난해 집을 장만하느라 여유가 없었던 A씨는 고민 끝에 해서는 안 될 결정을 하게 됐다. 자신의 통장으로 회사에서 받을 자금 2억원 가량을 받아 그 돈으로 투자를 한 후, 수익을 올리면 회사에 다시 돌려놓겠다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곧 체결된다던 M&A는 현재까지 진행되지 않았고, 오히려 손실만 보게 됐다.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A씨의 이러한 행동은 들통이 나 회사의 조치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이처럼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 중에서 가족처럼 믿었던 직원이 회사 자금을 횡령해 막대한 피해를 입은 경우가 있다.

횡령죄는 기본적으로 행위자에게 타인의 재물을 맡아 두는 보관자로서의 신분이 인정돼야만 한다. 그런데 회사에서 자금을 관리하던 A씨의 경우처럼 업무상 임무를 맡는 자라는 신분이 추가되면 형법 제356조에 따라 업무상 횡령죄가 성립한다.

즉, 자금 수령 내지 관리 업무를 맡아 수행하는 자가 회사 돈을 자기 돈처럼 사용하거나, 위의 사례처럼 회사가 받아야 될 돈을 중간에서 개인이 받는 행위를 저질렀을 때 업무상 횡령죄가 성립하게 되는 것이다.

같은 횡령죄라 할지라도 위 두 상황에 따라 처벌의 정도는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먼저, 단순 횡령죄를 범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하지만, 업무상횡령죄는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 단순 횡령죄에 비해 두배 가량 더 가중돼 처벌을 받는 것이다.

업무에 의해 타인의 재물을 맡았다는 것은 더 큰 신뢰 관계에 근거해 임무가 맡겨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이러한 점들이 인정돼 가해자에게 더 많은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업무상 횡령죄가 성립되기 위한 구성요건에는 무엇이 있을까?

보관자로서의 신분과 함께 주로 문제되는 것이 불법영득의사를 꼽을 수 있다. 불법영득의사란 권리자를 배제하고 타인의 재물을 자기 소유물과 같이 그 경제적 용법에 따라 이용하거나 처분하는 의사를 말한다. 하지만, 임시로 처분하고 사후에 반환하고자 하는 의사가 있었거나 사후에 실제 반환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불법영득의 의사가 없었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

위에서 언급된 A씨처럼 횡령행위를 한 자금담당자가 잠시 회사 자금을 사용한 후, 다시 회사에 반환하려 했다고 하더라도 이미 회사의 자금을 빼간 행위가 있었던 만큼 불법영득의사는 인정되며, 실제 반환이 이뤄진 경우에도 피할 수 없다. 다만, 반환한 사정은 양형에 있어 참작할 사유가 될 수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만약 A씨의 비리행위를 상사가 눈치 채고도, 일이 커질 것을 우려해 침묵한 경우라면, 그 상사에게도 책임을 부작위에 의한 방조범으로서의 책임이 성립될 수 있다. 부작위라 함은 위험의 발생을 방지할 의무(작위의무)가 있는 위치의 사람이 사건의 진행을 변경시킬 수 있는 데도 방치해 사건의 진행을 변경시키지 못한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그 직위 상 부하직원의 횡령행위를 방지하고, 이를 인지한 경우 적극적으로 저지해야 할 작위의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비록 횡령행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았고 심지어 이득을 취한 바도 없다고 할지라도 방조범으로서의 형사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어 보인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