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합업종 5년, 함께사는 大·中企] 리치몬드 제과

 

빵을 먹는 이들까지 스스로 조금 더 특별해 진 행복감에 사로잡히게 하는 곳. 리치몬드 제과는 그렇게 30년 넘게 사람들에게 즐거운 마법을 부려 왔다.

권상범 대표는 50여 년간 제과제빵을 완성해 온 ‘대한민국 제과명장’이다. 리치몬드 제과는 국내 베이커리의 대표 업체이자 누군가에게는 추억을 선사하고, 또 다른 이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 됐다. 권상범 명장은 1970년대 서울에서 손꼽히는 제과점이었던 ‘나폴레옹’의 제과장으로 근무하다가 1979년, 드디어 그 자신이 오너 셰프가 되어 ‘리치몬드’라는 이름으로 마포구 아현동에 가게를 열게 됐다. 이것이 성산 본점과 더불어 이대, 연희동 등 여러 지점을 둔 역사의 출발이었다. 작업대에서 웅크리고 잠들었던 그 청년은 고희의 명장이 됐고, 연 매출 30억원의 베이커리를 키워냈다. 변하지 않은 것은 매력적인 빵과 맛이다.

시련은 지난 2012년 ‘홍대입구점 폐점’으로 찾아왔다. 30년간 홍대 일대의 랜드마크처럼 인식되던 매장이 대자본의 공세에 밀려 자리를 내줘야 했다. 문을 닫기 전 리치몬드 제과의 남은 추억을 추스르려는 오랜 고객들과 궁금함에 찾은 이들로 한동안 매장은 전보다 더한 활기를 띠었다.

그런데 그 ‘사건’은 우리 사회에 대자본과 중소상공인과의 상생에 대한 고민을 본격적으로 던진 의미 있는 계기가 됐다. 많은 언론에서 이를 다루었고, 중소상공인 보호와 지원에 대해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제과제빵은 국민소득이 높아질수록 각광받는 분야입니다. 선진국일수록 그래요. 그런데 그게 하나의 브랜드가 전국에 걸쳐 수천개의 매장을 두는 것과는 전혀 달라요. 세계적으로 드문 특이한 현상을 우리는 겪고 있는 겁니다. 제과제빵인들에게는 원래 ‘의리’가 중요했어요. 누가 강제로 시키지 않아도 먼저 가게를 연 곳 가까이에서 새 빵집을 열지 않아요. 세월이 흐르면서 이 규칙이 깨어지고, ‘동네 빵집’이 어려움에 처했죠. 그나마 동반성장위원회의 적합업종 합의 등의 방어책에 힘을 얻어 다시 중소 베이커리들이 활기를 얻고 있어 감사하고 있어요. 중소 빵집도 어떻게 하면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지를 연구하고 공부하지 않으면 절대,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아요.”

그리고 그는 지금의 리치몬드 제과를 있게 한 비결이자 제과제빵인으로 성공할 수 있는 최고의 가치로 ‘신뢰’를 빼놓지 않는다. 최고의 맛을 손님들에게 선사하기 위해 그날 팔고 남은 빵은 다음날 다시 매장에 내놓지 않았단다. 두 아들에게 경영과 제품 개발 등을 물려주긴 했지만 지금도 매장을 둘러보며 빵의 상태가 손님에게 내 놔도 좋은 지 손수 확인하기를 마다 않는다. 신뢰가 무너지면 가게는 문을 닫게 되는 단순한 이치를 30년 넘게 실천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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