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3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최저임금 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김강식 항공대 교수(오른쪽 네번째)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최저임금을 둘러싼 뜨거운 논쟁이 시작됐다. 최근 노동시장 구조개혁과 대·중소기업 양극화 해소, 소득분배 개선 등 최저임금 심의에 영향을 미치는 논의가 어느 시기보다 활발하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중소기업의 열악한 경영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최저임금 인상 주장을 자꾸 언론이 조명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국내 최저임금은 2014년 5210원, 지난해 5580원에 이어 올해 6030원으로 인상돼 왔다. 문제는 인상률의 폭이 해를 거듭할수록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2013년에는 전년대비 6.1%까지 인상률이 올랐고 이어 2014년 7.2%, 지난해 7.1%, 올해(6030원) 8.1%로 7~8% 대 인상률을 보이고 있다.

올해는 총선을 거치면서 최저임금이 정치적·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야당이 주장하는 최저임금 인상안은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올린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되면 연간 13.4%의 인상률을 유지해야 한다. 이전보다 두배 가까운 인상폭이다. 최근 한국경제가 침체에 빠진 상황에서 이러한 최저임금 정책의지는 특히 중소기업 경영난에 직격탄이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4월 제1차 전원회의를 열고 2017년 최저임금 심의를 시작했다. 최저임금 심의·의결 시한은 고용노동부장관의 심의 요청을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인 6월28일까지다.

고용부 장관은 8월5일까지 최저임금을 결정·고시한다. 위원회는 모든 업종에 대해 동일한 금액으로 적용할 것인지, 사업 종류별로 다른 금액으로 적용할지 여부도 심의한다. 올해는 어느 해보다 최저임금 인상폭을 두고 경영계의 시름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 ‘무리한 인상 우려’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서 논의중인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분배의 효과가 없으며 업종별 적용, 산입범위 등의 확대가 시급하다는 분석 및 의견이 나왔다.
중소기업중앙회(회장 박성택)는 지난 13일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중소기업 현실에 적합한 최저임금 제도 개선방향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그간의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과 노동소득 분배에 미친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최저임금의 실질적 지급주체인 중소기업 현실에 적합한 최저임금 제도 개선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박성택 중기중앙회장은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영세 기업 종사자 비중이 두번째에 이를 만큼 매우 높아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 감소로 직결될 우려가 크다”며 “최저임금 제도개선 논의가 실질적 지급주체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김강식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우리나라 최저임금 제도와 관련된 쟁점사항을 검토하고 개선방향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최저임금만으로 근로빈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며, 정부의 사회복지정책이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외국에 비해 지나치게 협소한 산입범위로 인해 최저임금 미만율이 높아지는 점을 고려해 정기상여금과 현물급여를 최저임금에 포함시키고, 개별 업종의 상이한 경영환경을 고려해 사업종류별로, 더 나아가 지역별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정민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지난 8년간 고용과 노동소득분배에 미친 영향을 실증적으로 분석했다.

이를 통해 이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최저임금이 1% 상승하면 고용은 주 44시간 일자리 수 기준 0.14% 감소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소득분배 개선효과 역시 전반적으로 미미하다”며 “저임금근로자의 생활안정과 소득분배 개선을 위한 적합한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무엇보다 이 교수는 “정치적 타협이 아닌 복지·조세정책과 연계된 포괄적인 정책을 디자인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최저임금 인상률 연 평균 8.7%”
이어서 이윤재 숭실대학교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종합토론에서는 이승길 아주대학교 교수,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김동욱 경영자총협회 기획홍보본부장, 신정기 중기중앙회 노동인력특별위원회 위원장, 주보원 한국금속열처리공업협동조합 이사장, 김대준 한국컴퓨터소프트웨어판매업협동조합 이사장 등이 바람직한 최저임금제 개선방향에 대해 활발한 토론을 펼쳤다.

이승길 아주대 교수는 지역별 최저임금 문제를 언급하며 “지방의 중소도시나 농어촌 지역의 경우 물가수준, 인력수급구조 등 시장 여건을 반영해 지역별 최저임금제의 근거조항을 마련해야 한다”며 “지방 영세·중소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면 국토의 균형발전에도 부정적”이라고 강조했다.

김동욱 경총 본부장은 “한국의 지난 10년간 최저임금 인상폭은 OECD 국가 중에서도 가장 큰 편에 속한다”는 OECD의 발표자료를 근거로 “최근 15년간 최저임금인상률의 연 평균은 8.7%로 임금상승률 5%의 1.7배이고 물가상승률 2.6%의 3.4배에 달하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의 뿌리산업계는 최저임금 문제로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다고 호소했다. 주보원 금속열처리협동조합 이사장은 “뿌리산업은 제조업의 핵심 공정인 기초산업으로 2만7000여개 영세 사업체에서 48만여명이 일하고 있다”며 “하지만 3D업종이라는 잘못된 인식으로 청년층의 취업기피가 늘고 현장은 심각한 고령화에 빠졌다”며 심각한 인력난을 토로했다.

그는 “현재 최저임금을 적용해 2교대 근무시에도 특별한 기술을 보유하지 않은 단순 생산직 근로자도 월 360만원 정도를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과 관련해 외국인 근로자의 임금 계산에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도 나왔다. 주 이사장은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최저임금을 적용한 급여 뿐 아니라, 기숙사 및 식사 등의 비용을 기업이 부담하고 있다”며 “한국사람이 취업을 꺼려 외국인을 채용하고 있는데, 오히려 더 많은 비용을 써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김대준 컴퓨터소프트웨어판매협동조합 이사장은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주장했다. 김 이사장은 “기업의 지불능력, 근로조건, 생산성에 있어 업종별로 다양한 차이가 존재하는데, 최저임금 제도는 일률적으로 통합 적용한다”며 “비숙련, 초단기, 보조수익원 등의 근로형태 비중이 높은 업종 등에서는 최저임금을 달리 적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역설했다.

또한 그는 최저임금법이 1987년 제정된 이후 30년 넘게 산입 범위에 변화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통상임금은 산입범위가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화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상여금, 식대, 숙박비 등을 2013년에 정기적 임금에 포함시켰다”며 “최저임금 산입범위 또한 이와 같이 개정돼 산업현장에서의 혼란을 막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中企단체 “최저임금 안정화 필요”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중소기업계와 소상공인단체들은 최저임금을 안정화시켜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낸 바 있다.

지난 9일 중기중앙회, 소상공인연합회 등 중소기업단체 회장단은 여의도에서 소상공인단체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최저임금 등 소상공인 현안 문제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중소기업, 소상공인 단체장들은 장기간의 내수침체와 온·오프라인 과당경쟁 등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의 현실을 고려해 최저임금 안정화가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한편 최저임금심의위는 노사가 추천하는 각 9명, 정부가 추천하는 공익위원 9명 등 총 27명으로 구성돼 노사간 합의로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다만 합의가 어려운 상황이면, 정부 추천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안을 중심으로 결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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