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간’기술로 만든 고급 칼 등 ‘업그레이드’ 상품 개발

▲ 지난달 24일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천연소재를 이용한 재료로 3D 프린팅하고 있다. 3D 프린팅 소재 중 하나인 옥수수 가루에 전통소재인 편백나무 가루, 흙, 돌가루 등을 첨가해 새로운 3D 프린팅 소재를 개발했다.

공예·국악·한복 등 우리 전통문화에 과학기술을 접목해 고부가 산업을 육성하는 정부 사업이 시작된다. 옛 제철기술로 만든 고급칼, 청국장 프로바이오틱스 등 고급 상품을 개발해 내수·수출 시장을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 등 10개 부처는 지난달 27일 제22회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운영위원회 심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과학기술을 통한 한국전통문화 프리미엄 창출 전략’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공예·의류·식품·건축 같은 전통문화 산업은 규모는 2010년 기준 약 25조원으로 문화산업의 30%를 차지한다. 하지만 전통 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산업계는 노동집약적인 구조와 영세한 규모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통 산업 종사자 1인 매출이 한국은 2010년 기준 연간 8800만원인데 비해 일본 공예 산업 종사자는 2001년 기준 6억5000만원으로 그 차이가 크다.

산학연 전통르네상스지원단 신설
이에 따라 정부는 전통문화와 최신 과학기술을 융합한 연구개발(R&D)을 활성화해 전통문화 기반의 신산업을 2025년까지 1조4000억원 규모로 키우고 관련 일자리 2700여개를 창출키로 했다.

이번 사업은 대중적 매력이 부족하거나 너무 가격이 비싼 단점 등으로 수요가 적었던 기존 전통 상품을 과학기술로 ‘업그레이드’하는 게 골자다.

예컨대 인조섬유 수준의 기능성·내구성을 갖춘 대마·닥섬유, 특유의 쓴맛이 없어 젊은 층도 잘 먹을 수 있는 인삼 식품, 잘 안 썩고 가격이 저렴한 방부 목재 등을 개발해 전통 상품의 이미지를 쇄신할 계획이다.

또 음향학·뇌과학으로 국악의 심신안정 효과를 입증해 ‘힐링’ 국악 브랜드를 구축하고 수치해석 등 수학 원리를 반영한 전통문양 디자인을 보급하는 등 전통 예술의 상품화를 추진한다.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등 신기술을 토대로 전통 놀이와 문화재를 체험하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우리 역사문화와 관련한 사연을 디지털 콘텐츠로 재창조하는 사업도 선보인다.

정부는 이런 상품 개발과 관련해 컨설팅을 해주는 산학연 전문가 그룹인 ‘전통르네상스지원단’(가칭)을 올해 내로 신설하고, R&D 및 지식재산권 확보 등과 관련한 지원 사업을 가동한다.

또 우수 상품은 ‘전통기술 프런티어’ 제품으로 선정해 정부 인증과 유통 마케팅 지원 등 혜택을 주고, 지하철·과학관·민속촌 등에 과학기술 기반의 전통 상품을 체험하는 공간을 마련해 입소문 효과를 일으키기로 했다.

이번 전략과 관련해 이번달부터 본격적으로 진행할 선도 프로젝트로는 ‘전통 제철 기반 고급 칼’과 ‘청국장 발효균 프로바이오틱스’‘3D프린팅용 전통 천연소재’ 등 3가지가 꼽혔다.

성덕대왕신종의 무게를 오랜 시간 지지한 종걸이 쇠와 칠지도, 환두대도 등을 만든 전통 제철기술에 현대 제련·합금 기술을 더해 명품 주방용 칼을 만든다. 전통 제철기술로 만든 철제 물건이 견고한 까닭은 대장장이가 수백번씩 쇠를 내리쳐 만드는 단접기술 덕분이다.

세계시장 겨냥한 청국장 등 개발
단접기술의 단점은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것인데, 현대 기술을 도입해 단접기술 공정을 일부 자동화하면 생산력을 높일 수 있다. 현재 독일과 일본이 선점 중인 10조원 규모 중국 주방용 칼 시장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높은 품질로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청국장으로는 일본의 ‘낫토’가 선점하고 있는 2조원 규모의 세계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진출한다는 전략이다. 시장 진출에 앞선 과제는 발효미생물 표준화다. 일본은 낫토를 만드는데 쓰이는 미생물을 표준화해 균질한 품질의 제품으로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최신 생명공학기술을 적용해 가장 우수한 청국장을 만들어 내는 ‘스타 균주’를 찾아내는 것이 목표다.

기존 3D프린터용 접착제는 태아에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는 위험성이 보고된 만큼 3D프린팅용 천연소재는 아교, 흙과 같은 인체친화적인 재료를 사용한다. 대형 3D프린터로 한옥을 짓는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이진규 미래부 기초원천연구정책관은 “전통 문화의 복원에 초점을 맞췄던 예전 방식에서 벗어나 첨단기술을 더해 전통 제품을 고도화하는 것이 이 전략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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