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로렐(Freeheld)

다름을 인정치 않겠다는 보수적 분위기가 전 세계를 휩쓰는 요즘, 개인의 행복 추구를 넘어 다수에게 공정한 혜택을 주기위해 용감하게 나선 여성을 만나게 됐다.

뉴저지주에서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로렐 Freeheld>(2015)의 두 주인공이다. 레즈비언이라는 소수자의 행복 추구권과 평등한 기회, 연금 혜택을 위해 싸운 여성 커플의 이름은 로렐 헤스터(1956~2006년)와  스테이시 안드레(1975년~)다.

로렐은 오션 카운티에서 23년간 성 정체성을 숨기고 경찰로 복무했다. 부서장을 꿈꾸며 정의를 위해 몸을 아끼지 않았던 로렐은 2005년 폐암 말기 진단을 받는다.

자신의 사후, 파트너로 법적 등록된 스테이시가 집 대출금을 갚지 못해 함께 살던 집에서 쫓겨날 것을 염려한 로렐은 자신의 연금이 스테이시에게 지급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정부 위원회, 즉 ‘프리홀더스’(freeholders)에게 청원한다. 5명의 기독교도 공화당 위원들은 “남녀 간의 결혼만이 신성한 것이며, 파트너에게까지 지불할 연금 예산은 없다”고 만장일치 판결을 내린다.

다섯번의 위원회가 열리는 동안 로렐은 “23년 간 정의와 평등을 믿고 헌신해온 내가 파트너에게 연금 혜택을 줄 수 없다는 것은 부당하다”고 호소한다. 병이 깊어져 휠체어에 앉아 “동성애자도 행복해질 권리와 결혼의 평등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호소하는 영상을 찍어 제출하기도 한다.

예산 타령하던 위원회는 자신들이 이중으로 연금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여론에 떠밀려 로렐의 청원을 받아들인다. 그 날은 2006년 1월25일이었고, 로렐은 잠깐의 기쁨을 누렸을 뿐 다음달 스테이시가 지켜보는 가운데 그들의 집에서 눈을 감았다.  여기서 영화 원제목 <Freeheld>에 대해 알고 가면 좋겠다. 미국은 청교도 국가에서 민주사회로 넘어가면서 주마다 기독교 기득권을 가진 이들에게 자치권, 즉 예산과 조례 심의 권한을 부여했다. 이 자치권자들을 ‘프리홀더’(Freeholder)라 부른다. 로렐이  승리함으로서 프리홀더로부터 자유를 지켰다는 뜻에서 <Freeheld>라는 제목을 붙였다.

영화 전반부는 레즈비언들끼리의 배구 대회에서 만난 경찰 로렐(줄리안 무어)과 19살 연하의 자동차 정비공 스테이시(엘렌 페이지)가 사랑에 빠지고 동거에 이르는 과정에 할애된다. 그러나 두사람이 부당한 제도를 바꾸기 위해 노력한 시간에 집중하기 위해, 사랑의 과정은 간략하게 큰 줄기만 담고 인간애에 기초한 연대가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에 집중한다.

합리적 질문을 봉쇄하는 기독교 논리에 사로잡힌 프리홀더들의 그릇된 생각에 부딪히자, 평등해질 권리를 믿는 주변 사람들이 로렐 커플을 위해 나선다. 이들의 도움이 쌓여 마침내 오션 카운티의 프리홀더들은 동성 파트너에게도 연금 혜택을 주는 것이 옳다고 입장을 바꾸게 된다. 지역 위원회는 보수 집단으로 나오지만, 민주적인 직접 토론을 거쳐 잘못된 제도를 고쳐나가는 노력을 보인다는 점에서 우리에겐 없는 부러운 제도로 다가온다. <로렐>의 감동은 위원회와의 토론 과정에서 증폭된다.  

스테이시는 로렐과 함께 살던 집에서 지금도 여전히 살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마침내 2015년 6월26일, 미국 연방대법원이 동성 결혼 합헌 결정을 내림으로써, 동성 결혼을 인정하는 국가는 21개 나라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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