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에너지로 중국의 추격 따돌려야

▲ 유병규 산업연구원장

잠잠하던 세계 경제가 브렉시트 파도에 요동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온 혁신 기업들만 빠르게 속력을 내고 있는 형국이다. 격랑 속 한국 경제는 구조조정이라는 파도를 만났다. 제조업 강국 위상도 중국의 거센 추격에 바람 앞 촛불이다. 장기화된 경제 위기를 벗어날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고민이 커져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유병규 산업연구원장이 지난 5월 취임했다. 우리 산업의 현황을 분석해 한국호의 안전 항해를 이끌 새로운 방향타다. 지난 7일 세종시 산업연구원장실에서 유 원장을 만나 격변기에 휩싸인 한국 경제의 현주소와 해법에 대해 들었다.  <대담 : 권기만 편집국장 / 정리 : 손혜정 기자/ 사진 : 이준상 기자>

- 민간연구소 출신으로 처음 국책연구기관장을 맡았다.
민간에 있을 때보다 책임감과 소명의식을 더 가지게 된다. 특히 최근 한국 산업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에 연구원도 경제·산업 문제 해결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경제 문제를 예견하고 미리 대비할 수 있는 선제적인 연구에 역점을 두려고 하고 있다. 국책 연구소는 환경 변화를 앞서 진단하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려는 노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의 연구가 현실 정책에 실제로 반영되는 실사구시적인 연구를 펼치고 싶다. 

- 최근 연구기관들의 예측 경제성장률이 제대로 맞지 않으면서 현실과 동떨어진 전망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경제전망을 하는 것은 점쟁이가 점괘를 푸는 것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경제전망은 상황변화에 대한 큰 흐름을 이야기 하고 그 흐름에 어떤 대응을 할 것인지 제안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들어 경제 예측기관들의 전망이 딱 맞지 않는 것은 이전과 다른 세계 경제 구조와 현상들이 빠르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국내 경제 역시 규모가 커지면서 구조적으로도 복잡해졌다. 정치사회적인 요인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정확한 예측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앞서 강조한 선제적인 연구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산업 구조조정, 브렉시트 등 당장 대안 마련이 필요한 산업계 이슈가 산적해 있다.
하반기에는 조선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하고, 철강·유화 등의 분야에서 사업재편이 추진될 예정이다. 연구원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우리 산업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이후 우리 기업들이 빠르게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데 집중할 계획이다. 또한 미래 산업발전 전략을 강구해 제안하는 것이 우리의 업무라고 생각한다. 더 많은 부가가치를 내면서 고용효과가 큰 새 먹거리를 찾는데 도움을 주고 싶다.

- 현재 추진되는 산업 구조조정에서 주의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구조조정은 산업생태계를 살리는 것이라는 인식이다. 산업 현실에서 부실화된 부분을 털어내는 것은 의사가 수술 할 때 오염된 부위를 도려내는 것과 같다. 일부 아픔이 뒤따르겠지만 그 과정에서 가장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 구조조정을 통해 기존 산업이 되살아나고 경쟁력도 높아져 앞으로 더 튼튼한 산업으로 발전할 계기로 만드는데 의미가 있을 것이다.

- 대기업 중심의 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피해가 예상되는 중소기업을 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요구가 있다.
대기업 중심의 구조조정은 불가피 하지만 이 과정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배려가 더욱 필요하다는데 공감한다. 특히 고용의 파급 규모가 큰 중소기업의 고용안전 대책은 꼭 필요하다. 연구원에서도 중소·중견 협력업체 고용안정에 정부가 신경을 써야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외에도 하도급, 하청업체 체불 문제 해소 등이 함께 논의 돼야 한다. 중요한 것은 중소기업이 가진 핵심역량(노하우·인력·기술) 등이 훼손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병을 고칠 때 곪은 곳을 도려내야지 생살을 뜯어내면 안 된다. 핵심역량이 훼손되지 않아야 구조조정 이후 경기 회복 과정의 사업재편에 힘을 얻는다.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전체 산업 경쟁력이 되살아나기 위해서도 기업의 핵심역량은 잘 보존해 당장은 힘들지만 장기적으로는 모두 살리는 구조조정으로 추진해야 한다.

-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에 대한 논의도 꾸준히 이어나가야 한다고 본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호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발전시키는 것 역시 연구원의 주요 과제 중 하나다. 과거 대기업 중심의 발전전략에서 중소기업이 피해를 보기도 했지만 앞으로의 산업 발전과정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벤처기업이 상호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기업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소기업은 우리나라 산업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 이런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다. 고무적인 것은 최근 들어 경쟁력 있는 중소·중견기업의 성장이 눈에 띈다는 것이다. 연구원에서는 이들을 위한 정책적인 지원 방안 등에 더욱 노력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역에 위치한 기업들이 혁신과 발전을 통해 지역 산업과 지역 경기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하고 싶다.

- 하반기 경제전망이 어둡게 발표됐다.
녹록지 않은 현 경제상황에서 브렉시트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도 생겨 세계 경제 충격에 빠졌다. 차츰 회복돼 가고 있지만 경기를 회복시킬만한 요소가 적어 하반기에도 경제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내부적으로도 투자와 소비가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 세계 경제가 점점 더 어려운 상황으로 가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기업의 생산력을 높일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당분간 이 같은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와 최근 경제상황을 비교한다면?
위와 같은 위기들을 슬기롭게 대응해나간 학습효과가 있기 때문에 최근 상황이 절망적인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세계경제가 양적완화, 구조조정 등을 통해 조금씩 침체국면에서 벗어나는 시기다. 완전하게 좋은 경기로 돌아갔다고 속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극복해가는 과정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예전 경제 위기 상황보다 주변 여건이 개선되는 속도감이 크게 떨어졌지만 세계적인 공조 체제 속에 회복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 중국의 추격이 무섭다. 가격 경쟁력은 물론 기술력까지 높아져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에 앞서있던 우리나라가 끊임없이 추격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이 같은 중국의 성장은 우리 산업에는 위기이자 기회다. 가격 경쟁력에서 벗어나 품질경쟁으로 진입하며 우리 기업의 잠재된 혁신 에너지를 북돋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기업은 자체적인 경쟁력을 특화시켜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부가 중소기업에 우수 인력이 오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한다면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보인다. 산·학·연 협업 체계를 발전시키는 것도 중소기업의 혁신역량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 드론, 바이오, 에너지 등 신성장 산업 육성이 중요해지고 있다. 중소기업이 강점을 가질 분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신산업이라고 하면 기존에 없던 새로운 분야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기존에 잘 하는 산업 간의 융합으로 신산업 분야를 찾으면 그럴 필요가 없다. 기존 제조업을 활용한 신산업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신성장 산업은 모두 중소기업이 강점을 가질 영역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바이오 중 신약개발부분, 드론 등에서 중소기업의 역량이 두드러질 것으로 기대된다. 가장 강점을 가질 분야는 부품소재다. 모든 신산업 분야에서 활용될 부품소재 분야에서 경쟁력을 가진다면 향후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중소기업이 가진 신속한 대응력을 기반으로 여러 산업 분야의 부품소재를 개발한다면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다.

- 뉴노멀 시대를 맞이한 기업인에게 신산업 진출은 어려운 과제일 수밖에 없다.
여러모로 여건이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너무 부정적인 시각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극단적인 위기의식은 기업의 혁신 역량을 감소시켜 창조와 도전 정신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각 기업의 강점을 냉정하게 되짚어 보고, 이를 통한 혁신의 방향을 생각할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기도 하다.
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말로만 해결되지 않는다. 위기를 극복하려면 실천이 필요하다. 논의와 논란보다는 실천이 필요하다. 민첩하고 유연한 중소기업은 뉴노멀 시대에 실천의 주체가 될 수 있다. 외국에 나가보면 혁신역량을 가진 중소기업의 성공 사례가 많다. 아프리카 케냐에 방문했을 때 만난 중소기업은 주사바늘을 녹이는 기술을 가지고 큰 성공을 거뒀다. 주사바늘을 통한 전염병이 많은 아프리카에서 주사바늘을 녹이는 기술은 혁신적인 기술이었던 것이다. 이 같은 기업이 늘어난다면 뉴노멀시대는 중소기업 위주로 산업이 재편될 것이다.

- 서비스산업에서의 중소기업 경쟁력은 어떻게 예상하는가?
서비스산업이야 말로 내수 시장에서 중소기업 성장을 지지해줄 분야라고 생각한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서비스산업발전전략은 서비스업이 발전하는 규제를 풀어주고 기회를 만들어주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이 같은 서비스산업의 발전은 제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기존 제조 중소기업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하지 못한 것은 서비스산업 발전이 약했던 측면도 있다. 연구개발, 디자인, 컨설팅, 마케팅 등이 다 서비스 업종인데 우리나라 기업들은 제품을 잘 만들어도 서비스 부분에 약해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한 경우가 많다. 서비스업과 제조업이 유기적으로 융합된다면 전체적인 산업의 파이가 커져 제조업에도 큰 성장동력이 될 것이다. 일부 대기업의 무차별적인 서비스시장 진출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지만 최근 국민 정서를 감안하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하반기부터 기업활력제고를위한특별법(원샷법)의 시행을 앞두고 있다. 중소·중견기업에게 도움이 된다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그림의 떡’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기업이 과잉공급 해소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자 사업재편을 추진할 경우 신속한 진행을 위해 한시적으로 특례를 부여하는 원샷법은 인수합병(M&A) 활성화 등을 통해 중소기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원샷법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20대 국회에서 취지에 맞게 개선 보완할 필요가 있다. 과잉공급업종에만 적용되는 부분을 정상업종으로 확대하고, 과잉업종 평가에 대한 객관화 부분도 필요하다. 연구원에서는 중소기업 스스로 과잉업종 증명하기 어려운 측면을 지원하기 위해 과잉업종 분석이나 기준을 설정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하려고 한다.

- 20대 국회에 바라는 부분이 있다면?
최근 국회활동을 보면 신성장동력포럼, 4차 산업혁명 등에 대한 논의를 활발히 펼치고 있는데 맞는 방향이라 본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이 온다면 기존에 있는 법과 제도가 대폭 개선돼야 한다. 새롭게 만들 법도 산재해 있다. 일례로 최근 테슬라 자율주행차가 사망사고를 내자 이에 대한 책임, 대책, 보상 등의 문제가 다발적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국회가 미래지향적으로 논의를 해야 한다. 논의에서 그치지 말고 규제도 바꾸고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법하고 제도는 현상보다 뒤처져 가는 것이 문제다. 연구계와 정부, 국회가 삼위일체가 돼서 바꿔나가야 한다.

- 취임 후 신설한 ‘글로벌 전략연구단’의 활동이 기대된다. 어떤 활동을 하게 되나?
경제·산업발전을 위해 국가적으로 대응해야 될 현안에 선제적으로 움직일 것이다. 또한 한국의 산업발전 경쟁력 강화 문제나 통상마찰이 많아지는 문제 등도 논의 대상이다. 현재 연구원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시니어 그룹과 성장하고 있는 주니어 그룹 13명이 매달 한번씩 모이고 있다. 이들의 협업체제로 보다 발전된 한국산업발전전략과 비전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임기 중에 꼭 하고 싶은 일은?
국가적으로 산업 발전 단계로 보면 지금이 우리나라 산업이 발전해야 하는 시기다. 임기 중에 우리나라 주력산업을 어떻게 발전시킬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이다. 제4차산업혁명 시기에 새로운 산업발전 전략, 신산업, 성장동력을 어디서 찾아야할지 전략과 구체적인 방안을 수립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특히 통상여건에 맞는 무역통상전략을 수립하고, 수출의 활력을 찾기 위한 새로운 통상 패러다임을 만들 것이다.

▶유병규 신임 산업연구원장은
1988년 현대경제연구원에 입사한 이후 25년간 경제 산업 연구에 매진하며 동향분석실장과 경제연구본부장 등을 지낸 경제 산업전문가다. 거시경제 흐름은 물론 미시적인 산업 동향에도 정통하다. 2013년 대통력 직속 헌법기구로 부활된 국민경제자문회의 실무총괄책임(지원단장)을 맡아 주요 국정과제를 구체화하는 작업에 몰두해왔다. 지난 5월 민간연구소 출신으로는 처음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장에 선임됐다.

△1960년 서울 출생 △성균관대 경제학과 졸업 △성균관대 경제학 박사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전략본부장, 경제연구본부장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객원연구원 △한국경제학회 경제교육위원 △국민경제자문회의 지원단장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지속발전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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