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롯데카드 무브컬쳐 거장vs거장-샤갈·달리·뷔페展

여름방학을 맞아 규모와 유명세를 앞세운 전시가 많이 열리고 있어, 비싼 입장료 걱정을 하게 만든다. 이 중 <롯데카드 무브컬쳐 거장vs거장-샤갈·달리·뷔페 전>(9월25일까지·한가람미술관)은 꽤 실속 있는 전시라 하겠다. 현대 미술사에 이름을 뚜렷이 남긴 거장 3인의 작품을 한 전시장에서 일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늘을 나는 남녀와 동물과 꽃들을 화려한 파스텔 색채로 그린 낭만 이미지의 러시아 출신 프랑스 귀화 화가 마르크 샤갈(1887~1985년). 프로이트 심리학을 회화에 적용한 초현실주의를 대표하는, 상업미술에도 많이 참여한 괴팍한 천재 이미지의 스페인 작가 살바도르 달리(1904~1989년). 20세에 프랑스 최고 미술상을 받으며 등장해 피카소의 경쟁자, 회화의 자코메티라 불렸던 프랑스 화가 베르나르 뷔페(1928~1999년)가 그들이다.

샤갈은 무대 장치, 의상 디자인, 삽화, 스테인드글라스, 석판화, 도자기 등에 관심을 기울였다.
샤갈에게선 야수주의, 러시아 성화와 민속예술 성향을 볼 수 있는데, 이번 전시에도 섹션별로 이에 대한 설명을 곁들이고 있다. 샤갈은 1977년 프랑스 정부로부터 레지옹 도뇌르 대십자 훈장을 받았고, 루브르박물관에 작품이 걸리는 생전 영광을 누렸다. 러시아 혁명과 두번의 세계대전으로 유럽과 미국을 오가며 살았지만, 시대의 격랑 속에서도 일관되게 인간과 신에 대한 사랑의 기쁨을 노래했다. 그런 점이 많은 이에게 위로가 됐던 것이리라. 

달리의 방은 가장 화려하고 다채로운 장르의 작품을 선보인다. 
우선 달리의 작품 상징인 서랍, 시계, 천사, 달팽이, 목발, 알 설명을 꼼꼼히 읽어보기를 권한다. 달리 인생의 유일한 여인으로 알려진 아내 갈라에 대한 사랑은 갈라의 레시피를 전하는 화려한 금박 요리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매일 달라지는 구글 디자인 로고를 연상시키는 ‘보그’(Vogue) 표지 디자인, 자신이 직접 등장한 의류 광고, 어린이가 만든 것처럼 천진함이 엿보이는 색종이 장식의 페리에 생수 광고, 타로 카드 디자인에서 메 웨스트의 입술에서 영감을 얻은 붉은 색의 ‘메 웨스트 립‘ 소파 등 상업적 작품 활동도 가늠할 수 있다.

프랑스 미술잡지 ‘꼬네상스 데자르’ 선정, 전후 화가 10인 중 1위에 뽑혔던 뷔페의 방은 “미술이 세상을 즐겁게 할 필요는 없다”는 그의 말과 그림에 충실한 우울한 분위기가 지배한다. 그러나 초기 회화 ‘라로셀의 항구’는 풍경화의 전형으로 보이며, ‘하슬럼 승개교’는 인상파 회화에서 그리 멀어 보이지 않는다.

물론 우리가 뷔페하면 떠올리게 되는 검은 선이 강조된 날카롭고 마른 풍경과 인물 그림, 그리고 위 아래로 길게 늘인 그의 독특한 사인을 더 많이 볼 수 있지만. 뷔페 그림의 우울한 분위기는 파킨슨병 악화로 그림을 그릴 수 없게 된 1999년에 자살했다는 것에도 영향을 받게 된 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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