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20년차…바이오·첨단산업으로 ‘새 먹거리’ 도전

지난 2014년 무렵 코오롱그룹은 참으로 난처하고 힘든 상황의 연속이었다. 우선 당시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자체 개발한 아라미드 섬유의 생산기술을 놓고 세계적인 화학·섬유기업인 듀폰과 수천억원 짜리 소송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코오롱이 듀폰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게 그 이유였다. 아라미드는 슈퍼 섬유로 불리며 강도가 철의 무려 5배에 달하는 데다 열에도 무척 강한 꿈의 신소재라고 한다. 2012년부터 듀폰과 기나긴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와중이었다. 

또한 같은 해에 큰 사건이 터진다. 2014년 2월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에 있는 강당 지붕이 무너지면서 부산외대 신입생 환영회 행사에 참여한 대학생과 관계자들이 10명이나 사망하고 100여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가 났다. 마우라오션리조트의 소유주인 코오롱 입장에서 무척 난감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당시 사회적으로도 기업의 안전불감증 문제가 이슈가 되면서 코오롱그룹의 입지가 위태위태하게 될 위기였다.

하지만, 이러한 사태들을 조기에 진화시키고 그룹을 위기 속에서 살려낸 인물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이었다. 먼저 마우나오션리조트 사고와 관련해 코오롱은 신속 대응과 철저한 책임을 지겠다는 방식으로 풀어나갔다. 사고가 난 17일 저녁 보고를 받은 이웅열 회장은 18일 아침에 사고 현장에 직접 내려갔고, 19일 오전에는 유족들과 보상에 대해 전격 합의하는 민첩함을 보였다. 불과 40시간도 안돼 모든 일을 속전속결로 처리한 것이다. 지금도 대기업의 위기대응 우수사례로 위 사례를 꼽기도 한다.

이어 코오롱은 2015년에 아라미드 섬유의 기술특허와 관련해 6년 가까이 법적 싸움을 한 미국 듀폰과 합의를 하면서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아라미드 섬유 브랜드 ‘헤라크론’의 수출길을 본격적으로 열게 됐다. 안타깝게도 4000억원 가량의 합의금과 벌금을 물게 됐지만, 코오롱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을 완전히 확보했다는 점에서 크게 아깝지 않은 돈이었다. 일종의 투자 같은 것이었다. 이웅열 회장의 뚝심과 비전이 작용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17년 투자 … 바이오사업 꽃 피우다
이번 주 기업인사이트가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을 조명하는 것은 지난 경영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점을 그냥 나열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최근 코오롱의 미래 성장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바이오와 첨단섬유 산업에서 획기적인 성과를 올리고 있고, 이를 통해 제2의 창업이라고 할 수 있는 변화를 꾀하고 있는 점을 분석하기 위해서다. 특히 이웅열 회장이 코오롱의 미래를 어떻게 그리고 있는지 조망하려고 한다.  

우선 근래 코오롱은 유전자 치료제인 ‘인보사’를 자체 개발했는데, 이번 개발품은 세계 최초의 퇴행성 관절염약을 상용화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룹에서 바이오사업을 전담하는 곳은 코오롱생명과학이다. 이곳에서 개발한 인보사는 내년에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판매 허가를 받을 예정인데, 이렇게 되면 코오롱그룹은 세계가 인정하는 바이오 신약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코오롱이 세계적인 신약을 개발한 배경에는 이웅열 회장의 오랜 지지와 애정이 있기에 가능했다. 인보사 판매 허가를 신청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총 17년이나 걸렸다고 하는데, 그간 마이너스 실적을 내가며, 꾸준히 연구개발비를 투자를 할 수 있는 데에는 이웅열 회장의 뚝심이 있었다.

이웅열 회장이 코오롱그룹의 회장에 취임한 시기는 지난 1996년이다. 이때 그가 주창한 그룹의 미래 먹거리가 바로 바이오 사업이었다. 그래서 코오롱은 1999년 미국에다가 바이오기업인 티슈진을 설립하면서 본격적인 사업을 이끌어가게 된다. 2000년에는 코오롱생명과학을 세운다. 시기적으로 봤을 때 IMF외환위기를 한창 겪던 와중이었는 데도 불과하고 이 회장을 미래 먹거리를 위해 과감한 베팅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코오롱그룹이 바이오 사업에 투자한 액수는 그간 수천억원에 달한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전폭적인 투자는 계속 이어지고 있어 2018년까지 생산시설을 늘리고 새로운 신약 개발을 위해 1300억원을 더 투자한다고 한다. 코오롱생명과학은 현재 암치료제를 비롯해 신경계통 통증치료제, 항암제 등 자체적인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룹 회장의 든든한 지원덕에 이번 유전자 신약 치료제인 인보사까지 완성했다고 보여진다.

인보사는 확실히 코오롱그룹의 미래 먹거리가 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매년 퇴행성 관절염을 겪는 환자수가 세계적으로 600만 명이 새롭게 나온다고 한다. 노인성 질환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이 퇴행성 관절염인 것이다. 지금까지는 통증을 완화하는 소염진통제 처방이나 연골 보호 주사제가 치료의 전부였고, 완치가 불가능했다. 인공 관절을 이식하는 것말고 뾰족한 수가 없었던 것인데, 코오롱의 인보사는 연골세포에다가 재생 유전자를 넣어서 근본적인 치료를 하기 때문에 혁신적인 신약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현재 인보사는 미국 FDA 임상시험을 준비 중인데,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시장에서 FDA 승인을 받는다면, 그야말로 대박을 치는 사건이 될 것이다.

취임 20주년 맞은 이웅열 회장
지난 1996년에 회장에 취임한 이웅열 회장은 올해 취임 20주년이 됐다. 최근 그는 코오롱그룹의 행보를 밝히는 언론 인터뷰에서 코오롱을 세계적인 화학 및 바이오 기업으로 키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그는 앞서 인보사와 같은 바이오 의약품과, 듀폰과의 소송전까지 치닫았던 아라미드 섬유 등의 첨단소재를 그룹의 캐시카우로 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실 코오롱그룹을 파헤쳐 보면, 최근 몇년 간 성장동력이 멈춘 게 아니냐는 말을 할정도로 실적이 부진했다. 2012년에만 해도 매출 10조원이 넘던 코오롱은 2013년부터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줄곧 9조원대 매출을 기록하며 저성장을 걷고 있다. 아무리 요즘 대내외 경영환경이 어렵다고 하지만, 대기업이 5년 가까이 실적하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미래 10년, 20년도 장담하지 못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웅열 회장이 꺼내든 두 카드, 바이오신약과 첨단소재는 지속성장을 위한 그룹의 열쇠가 될 것이라 보여진다.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하는 내년부터 두 사업의 실적이 얼마나 나오느냐에 따라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에 불을 지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경쟁은 만만치 않다. 특히 요즘 재계 전반에 걸쳐 바이오사업이 미래성장 동력사업인 곳이 수두룩하다. 바이오의약품 시장 규모는 매년 8, 9%씩 성장하고 있고, 2020년에 달하면 시장 크기가 대략 28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5년 뒤 바이오의약품 시장규모가 어느 정도내면, 세계 유망시장이라고 하는 반도체나, 자동차 시장과 비슷한 규모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우리 재계들도 숟가락을 하나씩 올려두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코오롱의 국내 최대 경쟁자는 삼성이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이 6년 전인 2010년에 5대 신수종 사업을 발표했고, 여기에 바이오의약을 포함시켰다. 그리고 현재 이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사람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이끌고 있는데, SK에서 신약 사업은 선대 회장인 최종현 회장 시절(1990년대)부터 시작한 투자사업이기에 관심이 매우 크다고 한다.

이렇게 쟁쟁한 경쟁자들이 즐비한 형국에서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은 바이오사업을 국내만 보지 않고 아예 세계시장을 향해 사업전략을 꾸리고 있는 것이다. 당장에 어느 그룹이 앞서간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지만, 바이오의약 분야에서만큼 코오롱의 최근 행보가 가장 돋보인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

앞으로 20년이 더 기대되는 코오롱
이웅열 회장은 취임 이후 평탄한 경영자의 길을 걷지 못했는데, 줄곧 수많은 난제와 싸우며 그룹을 이끌어왔다. 무엇보다 이 회장이 취임한 당시가 IMF외환위기 상황이었기 때문에 시작부터 경영 능력을 발휘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었다. 취임 당시 코오롱그룹은 26개의 달하는 계열사를 보유했는데, 이를 15개로 줄이고,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게 된다. 그래서 2000년 이후에도 코오롱은 계열사 구조조정에 따른 노조와의 갈등이 오래 이어졌다. 그리고 MB정권 들어서는 정경유착 의혹 등의 시선도 감내해야 했다.

어찌 됐든 이웅열 회장은 코오롱 가문을 굳건히 지켜냈다. 보기와 달리 이 회장은 만능 스포츠맨으로 골프는 물론, 야구, 테니스, 축구, 탁구, 당구 등 웬만한 구기종목은 모두 소화해 낸다고 한다. 또한 성격이 호탕하고 사교적인 이 회장은 2000년 무렵 전국경제인연합회의 e-비즈니스 위원장을 맡아 재계 2, 3세들과 긴밀한 관계를 다져왔다고 한다.

아직까지 코오롱그룹은 재계에서 눈에 띄는 성과와 성장을 보여주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 이웅열 회장은 올해 60세가 됐다. 40세의 젊은 나이로 그룹을 총 지휘했던 지난 20년은 우여곡절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아직 코오롱만의 진짜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앞으로 20년 이웅열 회장이 보여줄 경영성과들이 궁금하다. 이전보다는 확실히 다른 성적표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 글 :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서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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