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대금 미지급, 부당반품 등 납품업체를 상대로 단 한번이라도 ‘갑질’을 한 대형마트 임직원은 즉시 정직·해고 등 중징계 처벌을 받는다. 그동안 정부 불공정 조사의 사각지대였던 농협하나로유통도 내년부터 이 같은 처벌의 대상이 된다.

홈플러스·이마트·롯데마트·농협하나로유통 등 4개사 대표는 지난 15일 서울 쉐라톤팔래스 호텔에서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과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불공정거래 재발방지안을 발표했다.

공정거래시스템 구축해 재발 방지
정재찬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대형마트 사업자들이 대규모유통업법 위반으로 공정위 제재를 받은 점을 지적하며 “유통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업계 차원의 깊은 반성과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5월 공정위는 △계약서 지연교부·불완전계약서 교부 △부당감액 △부당반품 △납품업체 종업원 부당사용 등 대규모유통업법 위반행위를 적발, 홈플러스에 220억원, 이마트에 10억원, 롯데마트에 8억5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대형마트 4곳은 이날 자율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법을 위반한 임직원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들 업체들은 모든 임직원을 대상으로 준법서약서를 받고 법 위반 적발 시 이를 지시한 임원과 가담자에게 정직·해고 등 중징계를 내리도록 사규를 개정했다.

재발 방지를 위한 공정거래시스템도 구축하기로 했다. 계약서 교부 이후에만 거래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하고 계약기간 등 주요 항목이 없으면 계약 체결을 못하도록 했다.

감액 문제의 경우엔 광고비·물류비·판촉비 등은 거래개시 이전의 사전약정에 따라 전산시스템에 등록된 건만 공제가 가능하도록 했다. 공제금액은 시스템에서 자동적으로 산출하도록 했다. 담당자 임의로 납품업체에 대한 공제금을 추가하는 관행을 차단하는 취지에서다.

유통벤더 불공정행위 감시 강화
반품의 경우엔 대규모유통업법에서 허용하는 반품이 아니면 전산시스템 등록 자체가 안 되도록 했다. 대규모유통업법에 명시돼 있지 않은 시즌상품의 반품기한은 시즌종료 후 30일 이내로 제한했다. 철 지난 제품을 납품업체에 부당반품하지 않도록 하는 취지다. 납품업체 종업원을 부당하게 사용하는 문제는 업무단계별로 공정거래 담당 부서에서 전수 점검을 하기로 했다.

또 유통벤더의 불공정행위와 관련해 △2차 납품업체의 애로사항 모니터링 강화 △모니터링 결과를 유통벤더 계약에 피드백 △유통벤더에 공정거래 교육 실시 방안도 추진된다.

유통벤더는 납품업체로부터 물품을 구매해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중간도매상을 뜻한다. 유통벤더를 통해 대형마트에 물품을 납품해온 업체들은 유통벤더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문제를 줄곧 지적해 왔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는 이 같은 공정거래시스템을 즉시 시행하고 전산시스템을 준비 중인 농협하나로유통은 내년 1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유통벤더 대책의 경우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춘 뒤 내년 1월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개선방안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여부를 꼼꼼히 점검할 방침이다.

하나로마트도 개선 대상에 포함
납품 중소기업들은 사업장이 많은 농협하나로유통과 규제 사각지대에 있었던 유통벤더까지 개선안에 포함된 것을 진전된 조치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전국에 2200여개 매장을 운영하면서도 공정위 조사의 사각지대로 자리했던 농협하나로유통이 이번 발표에 포함된 점에 기대를 갖고 있다.

그동안 하나로마트는 연매출 11조원이 넘는 대형유통매장이지만 일정 비율 이상의 농수산물 판매를 조건으로 유통산업발전법에 의해 영업시간 제한, 의무휴업에서 예외를 적용받아왔다. 이에 따라 하나로마트에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은 다양한 불공정행위들로 고통 받아온 상황이다.

지난 2월 중소기업중앙회(회장 박성택)가 발표한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하나로마트 등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중소기업 292개사의 애로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다른 대형마트처럼 하나로마트도 폭리를 취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평균 마진율이 롯데마트가 33.3%로 가장 높았고, 홈플러스 27.8%, 이마트 18.2%, 하나로마트 11.9%로 조사됐다. 하나로마트의 납품업체가 전체 대형마트 불공정거래 경험업체의 34.1%를 차지하고, 유통벤더 활용도 21.8%에 달했다.

이에 따라 중기중앙회 등 중소기업계는 이 같은 문제점을 끊임없이 지적해왔다. 중기중앙회는 지난 5월 공정위와의 간담회에서 “농협유통은 지난해 동반성장위원회에서 발표한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는 등 관련 중소기업계의 애로가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 감독의 사각지대에 있는 하나로마트의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이 같은 건의에 정재찬 위원장은 “유통벤더의 불공정행위 등 대규모유통업법 적용을 회피하거나 집행의 사각지대에 있는 불공정행위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한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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