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병섭(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융합산업학과 교수)

우리나라는 정부나 공공기관이 아닌 주식회사 등 민간기관이 상업어음 결제제도를 사용하도록 오랫동안 법제화해 오고 있다.
그런데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는 우리나라에 금융을 지원하면서 어음 중심의 결제제도 시정을 권고한 바 있다.

어음을 발행한 대기업이 도산하면 어음을 수취한 중소규모의 거래기업은 좋은 경영성과를 창출하더라도 일시적 자금 곤경에 처해 유동성 위기를 겪거나 흑자도산의 위험에 노출된다. 그리고 받을어음 결제기일이 장기화될수록 판매대금 회수비용이 늘어나고 금융 리스크가 커져 어음을 받은 중소기업이 자금난을 경험한다는 문제점을 제기한 것이다.

정부는 한때 상업어음 결제제도의 폐지를 검토했지만, 존치하되 그 문제점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상업어음 결제제도가 오랫동안 광범위하게 우리 사회에 뿌리내렸기 때문에 갑작스런 폐지가 기업경영의 안정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다만, IT(정보기술)를 활용해 전자어음, 기업구매자금대출, 전자방식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외담대) 등 지급결제 수단을 전자방식으로 다양하게 출시하고 어음만기일 단축을 유도해 상업어음 폐해 근절 노력을 기울였다.

中企 피해 시 구제수단 없어

그러나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음과 관련해 크고 작은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외담대의 경우 에스콰이어(법인명 EFC)에 납품한 160여 중소납품업체가 에스콰이어 외담대 미결제 금액 약 300억원의 채무자가 된 사례, 원도급 종합건설업체에 납품한 하도급 중소규모 업체가 원도급업체 외담대 미결제 금액의 채무자가 된 다수의 사례 등이 있다.

중소규모의 영세기업이 상업어음 결제제도로 피해를 입어 기업경영이 위태롭게 되거나 문을 닫아도 이를 구제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 거의 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어음·수표 이용률이 2010년 43.0%에서 2014년 27.1%로 현저히 감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음부도율(전자결제분 포함)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0.02%를 유지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2014년 기준)의 주요국 어음·수표 이용률은 금액기준으로 볼 때 영국 0.9%, 프랑스 4.5%, 미국 14.5%를 보여 우리나라보다 매우 낮다. 한편, 계좌이체 이용률은 한국 69.8%, 미국 82.6%, 프랑스 93.9%, 영국 98.2%를 보여 우리나라가 매우 낮다.

어음·수표 이용률이 감소하고 계좌이체 이용률이 증가하는 미국, 프랑스, 영국 등의 추이와 상업어음 결제제도가 지니는 폐해 사례를 살펴볼 때 우리나라의 상업어음 결제제도는 폐지돼야 한다.

새로운 결제수단 도입 시급

먼저, 상업어음은 당좌개설, 어음용지 교부 시 발행인의 신용조사·평가가 미흡하다. 어음남발에 따른 고의도산으로 신용을 교란할 개연성도 상존한다. 연쇄부도 등으로 신용위험을 수취인에게 전가해 피해를 줄 가능성이 항상 열려 있다.

어음만기일이 장기화될수록 물품을 판매하거나 용역을 제공한 중소기업은 운영자금 고갈로 유동성 곤경을 경험할 수 있다. 금융비용 부담에 따른 채산성 악화를 가져와 재무건전성을 헤치는 잠재적 불안 요인이 내재돼 있다.

한편, 어음 유통규모가 매우 크므로 통화량 조절을 통한 금리정책의 실효성을 훼손할 수 있다. 대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악용한다면 어음을 불공정거래 관행의 수단으로 여겨 중소기업을 압박할 수도 있다.

최근 핀테크 등 지급결제시스템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전자상거래의 급속한 확산에 따른 네트워크상의 결제방식을 활용해 상업어음 결제제도를 대체해야 한다. 화폐, 신용카드, 수표 등 기존 결제수단뿐만 아니라 새로운 결제수단을 확립해 상업어음 결제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윤병섭 (사울벤처대학원대학교 융합산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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