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덕혜옹주> <국가대표2>

2016년 여름 극장가에 화제성 넘치는 한국영화가 풍성하다. 특히 <덕혜옹주>와 <국가대표2>는 바람직한 여성 캐릭터가 부족한 한국 영화계에서 칭찬받을 만한 영화들이다.

두 영화는 실존 인물, 실화 모티브 영화다. 이 점을 빼면 시대, 인물, 장르가 다른 만큼 두 영화의 캐릭터 구축과 연출 방식도 극과 극으로 다르다.

허진호 감독의 <덕혜옹주>는 조선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의 기구한 삶을 그리며, 국운에 휘둘려 수동적 삶을 살 수 밖에 없었던 여성을 측은하게나마 기억해달라고 읍소한다.

김종현 감독의 <국가대표2>는 2003년 아오모리 동계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던 국내 최초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팀 창단에서 경기까지를 그린, 스포츠 영화 공식에 충실한 영화다.

허진호 감독은 이전 영화들이 그러했듯 <덕혜옹주>에서도 덕혜옹주(손예진)와 김장한(박해일)의 감정 교류를 극도로 절제한다.

과거 시점에선 어린 시절 정혼한 사이에서 출발해, 국가에 눈 돌릴 수 있게 일깨워주는 독립군이자 영친왕의 부관으로서, 늘 곁에 있어주는 든든한 사람 김장한. 그리고 현재 시점에선 행방불명된 덕혜옹주를 찾아내 조국에서 영면할 수 있게 도와준 은인.

그러나 극적 고조나 과장과 거리가 먼 허진호 감독 연출 스타일이 <덕혜옹주>에도 미쳐 덕혜옹주와 김장한의 마음을 아련한 선에서 상상하도록 할 뿐이다. 

극중 덕혜옹주가 일본에 강제 징용된 한국인 노동자를 위해 조선말로 연설하고, 영친왕의 상하이 망명 작전에 동행하는 장면 등은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허구다. 그러나 왕실의 피를 이은 황녀로서 할 수 있는 것은 하려고 했다는 변명을 해주고 싶었던 감독의 마음과 한국인의 바람이 만든 허구라고 이해하고 싶다. 

<국가대표2>는 1996년 전라북도 무주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급조된 스키 점프 국가대표팀을 그린 <국가대표>(2008)의 자장 안에 놓여있다 할 만큼 유사점이 많다. 즉 <국가대표>의 스키 점프 종목만 아이스하키로 바꾼 여성 버전이라 해도 좋을 정도다.

<국가대표>의 주인공은 미국으로 입양된, 성공 못한 알파인 스키 선수 차헌태(하정우)였고, <국가대표2>의 중심인물은 북한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출신 리지원(수애)이다. 입양아와 탈북자는 한국의 아픈 아킬레스건이고, 그래서 한국인이라면 이들을 미안한 마음으로 응원하게 된다.

물론 <국가대표2>의 가장 큰 칭찬거리는 후반, 아이스하키 경기의 빠른 편집이다. 얼음 파편을 날리는 아이스하키의 스피드, 경기장 응원석의 다양한 앵글, 한몸이 된 경기 중계 아나운서와 해설자, 식당에서의 TV 시청 응원과 유머러스한 반응을 고루 오가며 관객이 직접 주먹 불끈 쥐고 응원하는 기분을 만끽하게 해준다.  

구한말의 황녀는 그녀를 둘러싼 굴레를 벗어날 수 없었지만, 이제는 한국의 평범한 여성들도 국제무대를 목표로 달린다. 오래 걸렸지만 자랑스럽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