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수호(대외경제정책연구원 통일국제협력팀장)

한반도 사드 배치 결정으로 동북아 정세가 격랑으로 빠져들고 있다. 사드 배치 결정은 미국이 아시아 재균형(Asia Re-balancing) 차원에서 추진해온 한·미·일 미사일방어망이 본격화된다는 신호탄이다.

한국과 미국은 사드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순수 방어목적이라고 설득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 주도 미사일방어망이 가동되면 자신들의 핵전력이 취약해져 전략균형이 붕괴된다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따라서 양국은 상호협력 강화를 포함해 동북아에서 전략적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 모종의 군사적, 외교적 조치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자칫 그간 언론을 중심으로 레토릭 차원에서만 회자되던 이른바 동북아 ‘신냉전’이 사드 배치 결정이 계기가 돼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현재의 동북아 국제관계를 냉전에 비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이념을 기반으로 국제관계에서 이익의 대치선이 분명했던 냉전과 달리 오늘날에는 이념적 차이가 선명하지 않을 뿐 아니라 경제적 이해관계가 중첩되는 영역이 크기 때문이다.

국제정치학자들이 오늘날 미·중 관계를 일방적 대립이 아니라 대결과 협력이 선택적으로 교차되는 관계로 묘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드배치 계기로 갈등 본격화

하지만 안보적 차원에서 미국과 중국, 나아가 미·일과 중·러간 대결적 요소가 점증하고 있고, 이에 따라 남중국해와 더불어 동북아가 신냉전적 구도 촉발의 발화점이 될 소지가 커지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무엇이라 부르든 현재 서서히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는 동북아의 갈등구조는 일방에 대한 한국의 편승을 요구함으로써 한국의 안보와 경제, 그리고 통일에 큰 장애물이 될 소지가 크다는 점에 있다. 이번 사드 배치 결정과 관련한 외교적 위기는 그것이 가능성이 아니라 현실의 문제임을 입증하고 있다.

첫째, 중국은 한반도 사드 배치를 한·중 관계에 대한 리트머스 시험지로 간주해왔기 때문에 향후 한·중 관계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중국의 경제보복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절제·균형 갖춘 대외정책 절실

물론 한국과 중국 사이에는 일종의 분업체계가 형성돼 있어 중국 정부가 한국과의 무역이나 투자를 직접 겨냥해 제재조치를 취할 개연성은 낮다. 하지만 각종 비관세장벽을 높이거나 반한 감정을 조장·방치하는 등 간접적으로 ‘한국 길들이기’에 나설 개연성은 낮다고 할 수 없다.
이 경우 대기업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그간 어렵게 중국시장을 개척해온 우리 중소기업들이 예상외의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
안보적 측면에서는 중국이 향후 한반도 문제를 논의하는데서 한국을 건너뛰고 미국과 직거래하려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한국의 외교적 입지는 크게 제약될 수밖에 없다.

둘째, 중국은 한국 및 북한과의 거리를 재조정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사실 중국은 지난달 사드배치 논의가 다시 부상하자마자 시진핑 정권 등장 이후 소원해진 북중관계를 복원하는 수순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년간 최강의 경제제재’라던 대북 경제제재는 벌써 이완조짐을 보이고 있다. 반면 역대 최고로 평가되던 한·중 관계는 주중대사가 두번이나 초치되는 위기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중국은 미사일방어망을 한·미·일의 대중국 봉쇄망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미사일방어망 사업이 진전될수록 북한의 지정학적 가치를 높게 평가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북방삼각과 남방삼각이 대립하던 냉전시기의 대립구도로 남북한이 재편입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우리 외교는 탈냉전 이후 가장 큰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점증하는 미·중갈등 속에서 우리는 안보와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쉽지 않은 선택에 일상적으로 내몰리고 있다. 절제와 균형에 바탕을 둔 대외정책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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