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업종 줄이고 신산업 육성…조선·철강 구조조정 ‘공통분모’

▲ 한화케미칼 관계자(오른쪽)가 지난 16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민원실에 기업활력법 관련 사업재편 승인 심사를 신청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한·중 양국이 산업구조의 새 판을 짜는 기업 구조조정을 본격적으로 시행하며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우리나라는 지난 13일부터 국내 산업 전반의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한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기활법)이 시행에 들어갔다.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들의 신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목표다.

중국 정부는 석탄, 철강, 시멘트, 조선, 전해 알루미늄, 평판유리 등 6개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20년 만에 이뤄지는 제2차 구조조정이다. 중국은 과잉업종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으로 경착륙 위기에 몰린 중국경제의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화케미칼 등 4개 기업 기활법 첫 신청
지난 13일 시행된 기활법은 공급과잉 업종의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사업을 재편할 수 있도록 각종 절차를 간소화하고 세제 및 자금 지원 등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다. 과잉업종 기업들에게는 타격을 줄이면서 새로운 사업으로의 전환을 할 수 있는 기회다. 특히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선, 철강, 해운, 건설업 등이 과잉공급 업종에 포함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관련 기업인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 같은 기업인들의 기대는 시행 초부터 반영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기활법 시행일 첫날인 지난 16일 기준으로 4개 기업이 사업재편계획 승인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날 문의만 300여건이 쇄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 석유화학 단지 내 공장의 매매계약을 체결한 한화케미칼과 유니드가 기활법 승인 신청접수 첫날인 16일 나란히 신청서를 내면서 첫 적용 사례가 됐다. 두 회사는 거래 종결일이 11월로 예정돼 있어 기활법 적용 대상이 된다. 향후 사업재편심의위원회 등의 절차를 거쳐 이르면 9월말 기활법 적용 여부가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케미칼이 기활법 적용 대상이 되면 이번 공장 매각대금에 대한 양도차익 법인세를 4년간 이연받는다. 또 신사업 진출 시 정부 지원 각종 연구개발(R&D) 프로젝트 심사에서 가산점을 받는다.

중국, 철강·조선 산업 구조조정 본격화
경제의 경착륙 위기에 몰린 중국도 이달부터 2차 산업 구조조정에 본격 착수했다. 중국의 구조조정도 철강이나 조선 등 한국과 수출경합을 벌이고 있는 산업에 집중돼 있다.

지난 17일 LG경제연구원의 ‘중국 2차 산업 구조조정’ 보고서를 보면 중국은 이달 석탄, 철강을 시작으로 시멘트, 조선, 전해알루미늄, 평판유리 등 6개 산업에 대한 과잉생산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약 20년 만에 이뤄지는 제2차 구조조정이다. 철강과 석탄 산업은 특혜적 대출과 정부 지원으로 연명하는 좀비기업이 많은 것으로 평가돼 왔다. 철강 생산량은 향후 5년간 1억~1억5000만톤을, 석탄 생산량은 향후 3~5년간 10억톤을 줄이기로 했다.

고용조정 대상 인원은 석탄 150만명, 철강 30만명 등 180만명으로 연관 산업까지 합치면 모두 300만명으로 해당 산업 취업자의 10% 수준이다.

중국의 실업률은 0.4%포인트 상승하게 된다. 정리되는 인력의 소득이 절반으로 줄어들 경우 비농업부문 가계소득은 0.4% 줄어들고, 가계소비지출도 0.3%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중국 경제성장률 하락폭은 0.5%포인트로 추정된다.
만약 시멘트, 평판유리, 전해알루미늄, 조선 등 나머지 4개 산업에서도 비슷한 강도로 구조조정이 이뤄지면 경제성장률은 0.1%포인트 추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조선업의 경우 생산설비 가동을 40% 이상을 중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8일 산업연구원 베이징 지원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조선업 불황으로 중소형 조선업체들이 대거 문을 닫으면서 40% 이상의 조선 생산설비가 유휴 상태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 생산능력과 과잉 문제 해결을 위한 것으로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서면 중국 조선업 가동이 더 줄어 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의 생산과잉이 해소되면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경쟁기업의 수익성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지만 근본적인 경쟁력 제고 노력이 병행되지 않으면 지속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철용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의 구조조정은 과다설비를 줄이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산업경쟁에 대비해 산업역량을 최적으로 재조합하는 노력”이라며 “한국도 생산능력과잉으로 구조적 불황에 직면해 있는 전통 제조산업들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산업 구조조정이 제조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신산업 분야 진출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8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지금 세계 경제의 저성장과 과잉공급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은 인수합병(M&A), 사업분할 등의 사업 재편에 적극 나서면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하고 있다”며 “제조업은 물론, 여타 업종에서도 기활법을 활용한 사업재편이 활성화되도록 정부에서도 최대한 뒷받침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중소기업 기활법 활용돕는 실시지침 확정
이어 지난 18일에는 ‘사업재편계획 심의위원회’를 출범하고 기활법 활성화를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선제적인 사업재편을 이끌어갈 위원회는 경영, 법률, 회계, 금융, 노동, 공정거래 등 분야별 전문가와 국회 추천 위원 4명을 포함해 모두 20명으로 구성됐다. 위원장은 정갑영 연세대 전 총장과 정만기 산업부 1차관이 공동으로 맡는다.

위원회는 이날 제1차 회의를 열고 사업재편계획 실시지침을 확정했다. 지침에 따르면 표준산업분류를 기준으로 업종을 분류하고, 해당 업종이 매출액 영업이익률, 보조지표 5개 중 2개 충족, 수요 회복 가능성 등 세 기준을 만족하면 과잉공급 상태로 인정된다.

실시지침은 해당 업종의 최근 3년간 매출액 영업이익률 평균이 과거 10년보다 15% 이상 감소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보조지표는 가동률, 재고율, 서비스생산지수, 가격·비용변화율, 업종별 지표 등 5개다.
이날 의결된 실시지침은 지난 6월 발표된 기존 초안에 중소·중견기업과 서비스업 분야에서 건의한 내용을 보완해 확정됐다. 중소·중견기업들이 과잉공급 입증을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표준산업분류 중분류(3단위)도 사용할 수 있도록 선택 폭을 넓혔다. 또 서비스업 등 비제조업은 제조업과 달리 5가지 보조지표 중 한 가지만 만족해도 과잉공급 상태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했다.

자율주행자동차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육성
기존 산업 재편과 함께 4차 산업혁명을 이끌 미래 먹거리 산업도 집중 육성한다. 올 하반기 미래형 자동차와 바이오헬스 등이 포함된 11개 유망 신산업·신기술을 선정하고 최대 30%의 세액공제 혜택 등을 지원하기로 하는 등 신산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정부가 최근 제2차 과학기술전략회의에서 발표한 9대 국가전략 프로젝트는 △자율주행자동차 △포스트 철강 경량소재 △스마트시티 △인공지능 △가상증강현실 △정밀의료 △탄소자원화 △(초)미세먼지 △바이오의약 등이다.

자율주행 자동차, 포스트 철강 경량소재 등의 분야는 우리 기업들이 사업 재편을 통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업종으로 기대되고 있다. 산업부는 자율주행차에 필수적이지만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센서 등 핵심부품과 시스템 반도체 국산화를 집중 지원할 계획이다. 내년부터 8년 동안 자율주행차 육성을 위해 5700억원을 투자한다.

원활한 연구·개발을 위해 국내 자동차와 ICT 업계 간 융합·전략적 제휴를 확대하고, 규격화된 인터페이스로 설계한 자율주행차 공통 플랫폼을 오는 2021년까지 개발해 ICT 기업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자율주행차 못지않게 미래산업을 이끌 먹거리는 경량소재 개발을 위해 타이타늄·마그네슘·알루미늄·탄소섬유를 4대 경량소재 국가전략 프로젝트로 선정, 7년간 4800억원을 들여 집중적으로 지원된다.

항공용 구조체에 주로 쓰이는 타이타늄은 오는 2020년까지 소재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오는 2023년까지 미국, 일본, 러시아에 이어 세계 4번째 수출국으로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정환 산업기술정책관은 “우리나라가 허허벌판에서 산업화를 이뤘던 듯이 자율주행차와 경량소재 국가전략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 주력산업이 다시 한번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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