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원연꽃마을의 은적산 정상에서 바라본 전망

여름 여행은 도심권을 공략하는 게 틈새 전략이다. 이름난 피서지보다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에 낫다. 청주는 도청이 있는 도시인데다, 지난 2014년 청원군과 통합했다. ‘직지’의 역사를 간직한 청주고인쇄박물관, 지난달 개관한 청주시립미술관,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 이름난 수암골벽화마을 등 문화 예술 여행지가 많다. 옛 청원군에는 청남대, 미동산수목원 등 자연이 빼어난 곳이 있다. 덕분에 여느 도시와 달리 문화 예술, 역사와 자연을 두루 갖췄다.

농촌·공예 등 다채로운 체험활동
청원연꽃마을은 청주의 전원을 느껴보기에 알맞다. 옛 청원군 강내면 궁현리에 있는 마을로, 청주 시내에서 12~15km 거리다. 궁현리(弓峴里)는 백제의 장군이 고구려에 패하자 활을 꺾고 자취를 감춘 고개라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전에는 주로 농사를 지었는데 2001년부터 연꽃마을로 거듭났다. 마을 활성화 방안을 고민하다가, 논과 저수지에 연꽃을 심은 뒤 체험 마을로 자리 잡았다. 큰길에서 들어올 때 제일 먼저 둥구나무 한그루가 맞이한다. 마을을 지키는 수령 많은 정자나무다. 토박이에게는 마을 어르신과 추억이 어린 시절 나무 그늘에 있다. 요즘은 체험 학습 온 아이들이나 가족들이 머물다 간다.

마을은 체험 활동이 활발하다. 계절별 농촌 체험과 가벼운 공예 체험, 수생식물 관찰 체험 등이다. 여름에는 오전 중에 전통 부채 민화 그리기, 내 화분 만들기, 강태공 낚시 체험 등을 한다. 연잎칼국수나 연잎밥을 해 먹는 체험도 흥미롭다. 연잎칼국수는 연잎 가루를 넣은 반죽을 홍두깨로 밀어 만든다. 아이들은 생경한 체험이라 좋아하고, 부모들은 어린 시절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며 즐거워한다.

체험과 상관없이 연꽃이 만발한 연못을 산책해도 좋다. 청원연꽃마을에는 연못이 여럿 있다. 첫번째 연못은 실내 체험을 하는 녹색농촌체험관에서 다목적광장 가는 길가에 있다. 논에 연꽃 습지를 조성했는데, 마을에서 가장 풍성한 연밭이다. 두번째 연못은 다목적광장 뒤쪽이다. 습지에 마련한 연밭으로 정자가 운치를 더한다. 처음 연못을 조성한 마을 어르신이 종종 들러 옛이야기를 청할 수 있다. 그 외에도 농사용으로 조성한 소규모 연못이 여럿이다. 식용으로 재배하다 보니 대부분 백련이다.

연꽃 감상이 주목적일 때는 방문 시각에 신경 써야 한다. 연꽃은 주로 아침에 꽃봉오리를 열고, 햇살이 뜨거워지는 정오쯤 오므린다. 마을에서 하루를 묵고 이른 아침 산책을 나서는 것도 방법이다. 청원연꽃마을에는 황토 찜질 체험방이 있다. 찜질방을 갖춘 숙박 시설로, 하루를 묵어가며 마을 정취를 느끼기에 알맞다.

1박을 계획할 때는 은적산도 놓칠 수 없다. 은적산은 청주의 대표적인 해맞이 명소다. 높지 않지만 청주시와 세종시 일대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정상에는 단군성전과 봉수대가 있고, 저산성의 흔적도 보인다. 단군성전 앞 너른 터나 정자에 머물러 쉬기 좋다.

대통령의 별장 … 청남대 투어
시내 여행은 청주시립미술관에서 출발한다. 사직동 KBS청주방송총국을 리모델링해서 지난달 1일 개관했다. 10월3일까지 열리는 개관전 〈여백의 신화〉는 김복진, 김기창, 박노수 등 청주 연고 작가 7인의 작품을 선보인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현대미술 초기 거장들의 작품을 감상하며 여름날 짧은 휴식을 즐길 수 있다. 4층 창밖으로 청주 시가지 풍경도 볼 만하다.

수암골벽화마을은 청주 시내의 명물이다. 2008년 공공 미술 프로젝트 이후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 알려지며 전국구 벽화 마을로 거듭났다. 벽화가 그려진 골목 사이사이를 거닐며 청주의 옛 풍경을 만난다. 특히 수암골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청주 시가지가 멋지다. 저녁노을이나 청주시 야경을 감상하기에 손색이 없다. 전망대 아래쪽 카페촌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인기다.

청주시가 다른 도시와 구별되는 또 하나의 특징은 청주 용두사지 철당간(국보 41호)에 있다. 당간은 사찰에서 깃발이나 막 등을 달아두는 기둥이다. 용두사지 철당간은 지주 높이 4.2m로 청주시 번화가 중심에서 지표 역할을 한다.

시내 명소를 둘러보고 남쪽 청남대나 동쪽 미동산수목원 방향으로 여정을 이어간다. 청남대는 대통령의 별장이다. 1983년 영춘재를 준공한 뒤 역대 대통령의 휴식처로 쓰이다가, 지난 2003년 일반에 개방했다. 대통령 별장답게 진입로부터 높게 자란 튤립나무들이 호위한다.

주요 시설 중심으로 구경할 때는 본관과 음악분수, 대통령기념관, 메타세쿼이아 숲 쉼터를 돌아오는 코스가 좋다. 산책을 겸할 때는 김영삼대통령길을 따라 대통령광장이나 초가정까지 이동한다. 숲 속 산책길을 원할 때는 초가정에서 노무현대통령길이 1km 코스(약 20분 소요)로 무난하다. 초가정에서 김대중대통령길을 따라 청남대전망대까지 다녀오는 2.5km 코스(약 1시간 소요)도 있다.

청남대 관람은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하루 전날 홈페이지에서 예약 결제가 필수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청남대 문의매표소에서 당일 입장권을 구입한 뒤 셔틀버스로 이동한다.

인근에 있는 문의문화재단지는 대청댐을 건설하며 청원군의 문화재를 이전해 조성했다. 문산관에서 바라보는 대청호 풍경, 대청호미술관과 조각공원 산책로 등이 좋다. 청남대와 함께 여행할 만하다.

마지막으로 경제적인 나들이를 원할 때는 미동산수목원을 추천한다. 충북산림환경연구소에 있어 숲이 깊고, 청주의 숨은 보물 같은 장소다. 방문자센터에서 출발해 산림환경생태관이나 습지원까지 다녀오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하천을 사이에 두고 남쪽 산책로는 숲이 대부분이고, 북쪽 산책로는 시설이 간간이 이어져 좀더 아기자기하다. 여름날에는 북쪽의 그늘진 산책로를 따라 메타세쿼이아 길을 가볍게 걸어보자. 남쪽은 산림과학박물관 뒤쪽 무궁화원이 형형색색 무궁화를 감상하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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