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7·V20 출시로 ‘진검승부’예고

이번 9월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의 대격변기이자, 과거부터 최근까지 삼성전자, 애플, LG전자의 신모델 대결 가운데 가장 흥미진진한 싸움 중 하나로 기록될지도 모르겠다. 우선 삼성 갤럭시노트 7이 배터리 폭발문제로 전량 리콜 진행 중이다. 그런 상황에서 애플과 LG전자가 각각 아이폰7과 V20 신제품을 공개했는데, 세 기업의 본격적인 대결이 추석 이후에 펼쳐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위기고, 애플은 아이폰5 이후 혁신성이나 디자인 면에서 별다른 진전을 보여주지 못해 이번 제품을 통해 절치부심 중이고, LG전자는 만연된 모바일 사업 적자를 메꾸기 위해 이번에도 회사의 명운을 걸고 도전하고. 모두 벼랑 끝에서 거의 목숨을 걸고 한판 붙게 생겼다.  

하반기 전략폰 갤럭시노트7의 리스크
스마트폰 대전의 불씨를 먼저 댕긴 곳은 삼성전자다. 가장 앞서 갤럭시노트7을 론칭했고, 이와 관련해 전 세계 마케팅 비용을 무지막지하게 지출하면서 홍보했다고 한다. 대표적인 혁신성으로 홍채인식 보안시스템을 첫 적용하면서 국내외 매체에서 좋은 반응을 계속 얻고 있었다.

그러다 불거진 리콜 사태. 배터리 결함으로 일부 소비자의 갤럭시노트7이 폭발 지경까지 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심지어 관계당국에서 갤럭시노트7의 항공기 기내 반입 여부를 검토하는 상황에 이르자, 삼성전자는 속전속결로 전량 결함보상을 선언했다. 날개를 달고 팔리던 갤럭시노트의 성장세에 급제동이 걸린 것이다.

삼성전자는 일반 소비자 판매 물량과 함께 현재 유통망에 돌고 있는 물량까지 대략 250만대를 모두 교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갤럭시노트7이 디자인과 각종 기능 등에서 높아진 완성도를 자랑하며 정말 좋은 인기를 끌었고, 그간 죽을 쑤고 있던 애플의 아이폰 시리즈 대비 경쟁력이 탄탄해지는 와중에 결함보상을 발표하면서 삼성전자 내부는 정말 아쉽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략적으로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를 준비했다고 하는데, 상반기에는 갤럭시S7을 통해 전 세계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7 시리즈 효과에 힘입어 지난 1분기 6조8000억원, 2분기 8조원 등 상반기에만 14조원을 상회하는 영업이익을 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IM(IT·모바일)부문에서 나왔다는데, 다시 말해 갤럭시 S7이 7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주면서 상반기 삼성전자를 먹여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갤럭시 S7(엣지 모델도 포함)은 지난 3월11일 출시됐다. 판매량이 2분기에만 1500만대를 넘어선 것으로 잠정 집계가 되는데, 최근까지 전체 판매량만 2600만대 수준을 전망하고 있다. 그래서 하반기를 겨냥한 전략폰 갤럭시노트7가 1000만대만 돌파해 줘도 올 연말에 또 다시 한번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할 수 있을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갤럭시노트7의 결함보상에 따른 경제적 피해가 얼마 정도일까. 일반적으로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공급망을 재정비를 해서 10월부터 다시 정상판매에 돌입한다고 해도 한달 가까이 판매량이 제로가 되는 것이고, 결함보상비용도 추가되기에 영업이익이 대략 1조원 가량 손해를 볼 것으로 예측된다. 그래서 이번 갤럭시노트7의 결함보상 선언은 1조원 손해를 각오한 특단의 조치인 것이다.

공급망 관리에 실패한 삼성전자
 이번에 문제가 된 배터리는 삼성SDI에서 생산한 제품이었다고 한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배터리의 70% 가까이를 삼성SDI에서 납품 받았고, 나머지는 중국 업체에서 공급받았던 것이다. 문제는 배터리 폭발 증상을 보인 것은 중국산이 아닌 삼성SDI라고 밝혀져, 기술의 삼성이라 자랑해온 삼성전자가 완전 체면을 구기게 됐다.

그래서 삼성전자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갤럭시노트7에 삼성SDI 배터리는 안 쓰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이유인즉, 스마트폰의 품질관리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문제가 된 계열사의 부품을 안 쓰겠다는 단호한 입장이자 특단의 조치다.

이렇게 되면 삼성SDI는 정말 큰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지금 삼성SDI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중국 전기자동차 시장을 목표로 중국 정부에 자신들의 전기차 배터리 승인을 위한 만전을 기하고 있기에 그렇다. 그런데, 이번에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 문제가 터지면서, 그야말로 SDI는 사지를 걷는 심정에 빠졌다. 당장 3분기 실적도 문제가 될게 뻔하다.

삼성전자가 삼성SDI와 긴밀한 상생관계를 가진 것은 당연한 것이다. 현대차가 자동차 부품 전문 기업 현대모비스를 자회사로 두고 품질 경쟁력을 끌어올리듯이 말이다. 이런 것은 애플처럼 부품 자회사를 두지 않고 모두 해외에 의존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생산시스템 전략인데, 삼성전자-삼성SDI 관계를 잘 관리하면, 부품 조달이나 안정적인 품질관리 등에 훨씬 유리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배터리 문제로 앞으로 이러한 공식에도 의문부호가 생기게 됐다. 아무리 전문적인 부품 자회사를 둬도 품질 리스크에 구멍이 언제든 날 수 있다는 걸 이번 사건을 통해 여실하게 보여준 것이 됐다. 일각에서는 삼성SDI가 구조조정에 들어가 있어서 갤럭시노트7의 품질을 챙기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주요 언론에서는 좀처럼 다루지 않은 부분인데, 사실 근본적으로 이번 삼성전자 배터리 문제의 원인은 공급망 관리의 실패에 있다고 본다. 삼성전자와 같이 전 세계 시장을 상대로 장사를 하고, 여러 국가에서 부품을 수급하는 입장에서는 글로벌 소싱과 조달에 대한 철저한 관리와 통제가 필요하다. 이런 것을 전문용어로 ‘공급망 관리’라고 한다.

그러니까, 중국 산둥 지방에 부품을 맡겼더라도, 한국에서 실시간으로 이 회사의 부품 생산공정을 모니터링 하면서, 품질까지 챙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애플이 잘 하는 게 바로 이러한 공급망 관리다. 애플이 아이폰을 만들 때 수천개의 부품을 수백개의 각기 다른 공장에 맡기면서도 지금까지 삼성전자 배터리 문제와 같은 심각한 품질결함을 보이지 않은 배경에는 공급망 관리의 우월성이 바탕이 된다.

그래서 글로벌 삼성전자의 이번 사태는 단순한 배터리 품질 문제나, 삼성SDI의 실책 차원에서만 다룰 게 아니라, 삼성전자가 글로벌 공급망 시스템에 있어 경쟁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걸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은 한국에 있는 자회사에서 문제가 터졌다고 하지만, 공급망 관리가 제대로 안 되면 중국에서 납품 받은 제품에 결함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신속한 결단, 브랜드의 가치를 지켰다.” “속전속결의 결함보상 선언으로 신뢰를 저버리지 않았다.”

신뢰도를 회복했다 자위하는 삼성전자
이번 사태에 대한 주요 언론 매체들의 한결 같은 논지다. 심지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용단이 있어 가능했다며 오너의 리스크 관리 우수사례로 손 꼽기도 한다. 어떤 매체는 이건희 회장의 애니콜 화형식까지 소환하는데, 1990년대 품질 경영을 선언한 이건희 회장이 당시 애니콜 초기작에 불량률이 12%에 달하자 15만대의 애니콜을 전부 수거해 임직원 2000명이 보는 앞에서 화형식을 치렀다는 얘기다. 이걸 계기로 삼성전자가 모토로라를 제치고 국내시장 1위에 올랐다는 품질 경영의 전설 같은 에피소드다.

그런데 지금과 그때는 상황이 완전 다르다. 일단 물량이 15만대와 250만대로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그때는 부동의 1위 모토로라를 쫓아가는 입장이었고, 지금은 애플과 LG전자와 같은 추격꾼들을 따돌려야 하는 선두자리에 있다.

물론 깔끔한 품질 문제의 인정은 삼성전자라는 브랜드 가치 하락을 사전에 차단한 아주 훌륭한 ‘신의 한수’이긴 하다. 글로벌 회사 가운데 1조원의 손실을 감안하며 수백만대의 제품을 모두 수거할 회사도 흔치 않다.

문제는 아마도 이러한 삼성전자의 혼란 수습과정 속에서 애플의 반격과, 다크호스 LG의 기습일 것이다. 한국시장은 물론이거니와 미국과 중국시장에서 삼성전자와 경쟁하는 최대 라이벌 애플이 아이폰7을 선보인 만큼 본격적인 1라운드의 승기를 누가 잡느냐는 다음달 안에 판별난다.

초반 배터리 홍역을 치렀지만, 갤럭시노트7의 상품성은 여전할 것이고, 1조원을 지불하면서 획득한 브랜드 신뢰도를 앞으로 어떻게 4분기 판매 전략에 쓰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스마트폰 대전의 본격적인 대결 라운드의 공이 울렸다.

- 글 :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서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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