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공예공방: 공예가 되기까지>展

최근의 전시전은 전시 작품 못지 않게 전시 방식이 눈길을 사로잡고는 한다. 엄청나게 큰 공간에 기죽지 않는 커다란 작품과 마주쳤을 때의 압도당하는 느낌도 싫지 않다. 그래서인지 점점 더 대형 전시의 꾸밈 방식, 큰 작품 전시를 선호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섬세하고 작은 수작업’이라는 인상이 짙은 공예는 좀 불리한 장르가 아닐까 싶었는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고 있는 ‘공예공방: 공예가 되기까지’전(2017년 1월30일까지)을 보니 공예 작품의 크기나 전시 방식에 대한 편견을 깰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공예공방’전에 초대된 작가들은 무척 행복할 것 같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처음 열리는 공예전이라는 상징성도 있거니와, 지하1층 제3·4전시실 너른 공간에 위축되지 않는 자신의 작품을 보는 것도 뿌듯하고, 작품을 둘러 싼 공간 연출도 대담하기 때문이다. 

전시 공간은 세개의 테마로 나뉘어져 커다란 반원 안에 두 작가씩, 공예가 6명이 작품 100여 점과 자신의 공방에서 작업하는 모습을 기록한 영상을 선보인다.

이 중 몇몇 공방을 살펴보자면 먼저 중요무형문화재 77호 장인 이봉주는 은은한 구리 빛의 거대한 사발 모양 ‘방짜 좌종’(앉혀 놓게 만든 놋그릇 시계)을 선보인다.

예배와 명상을 위해 만들어진 좌종을 두드려볼 기회도 있는데 크기와 두께, 위치, 장소에 따라 맑은 울림과 기인 여운의 깊이와 길이가 달라지는 신비로운 체험이라니. 머리 시끄러울 때 촛불 하나 켜놓고 나 홀로 방에 앉아 ‘뎅-’ 두드려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배연식 작가는 ‘푸르스름한 도기’라는 의미의 ‘푸레도기’를 제작하는 푸레도기 숙련 기술 전수자다. 푸레도기는 흙을 3년 이상 숙성시킨 후 성형해 초벌 없이 한번에 1300℃가 넘는 고온의 장작 가마 안에서 5일 정도 소성시켜야 한단다.

가마 안 온도가 상승할 때 소금을 던져 넣으면 연기와 나무의 재가 기물 표면에 달라붙으면서 자연스러운 유막과 불 지나간 자리를 남기는데, 이 흔적이 소박한 전통 옹기도기에 예술성을 더한다.

어머니로부터 한산 세모시 짜기를 이수 받은 장인 박미옥은 너무 공이 많이 들어 어머니 자신은 한번도 해 입지 못했다는 세모시를 수의로 입혀드렸다. 31cm 폭에 한필이 21.6m에 이르는 한산 모시는 모시 베기에서 짜기까지 무려 두달이 걸린단다. 흔히 잠자리 날개에 비유되는 투명하고 가볍고 가슬가슬한 세모시로 지은 저고리와 치마, 그리고 어머니의 베틀과 장인이 개량한 베틀이 나란히 전시되고 있다.

예술 세계에도 속도와 효율, 자본과 편리 추구가 자리 잡은 지 오래인데, 다양한 기법과 재료와 형태를 실험하며 온 몸으로 인내하는 작업하는 우직한 공예가들이 있음을 확인시켜준 시원한 전시가 ‘공예공방’전이다.

 - 글 : 옥선희 대중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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