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서재]<천년의 내공>

‘내공(內功)’이라는 말은 보통 사람들을 주눅 들게 만든다. 무림의 고수나 평생 한 우물을 판 장인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내공은 자신의 분야에서 놀랄만한 성과를 만들 수 있는 탁월한 기술, 지식, 노하우, 숙련도, 직관, 통찰력을 소유한 소수의 사람이 가진 종합적인 능력이다. 간혹 주변에서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그들은 적어도 10년 이상 그 분야에서 자신을 단련시킨 사람들이다. 그들에게선 강력한 ‘포스(Force)’가 느껴진다.

그런데 10년 내공도 아니고 천년 내공이라니! <천년의 내공>(청림출판/2016년 8월)은 한사람만의 내공을 다룬 책이 아니다.

이 책에는 논어, 맹자, 사기, 전국책, 장자 등의 고전과 제갈량부터 쑨원에 이르기까지 명사들의 역사적인 문장에서 추출한 148개의 구절이 담겨 있다. 말하자면 중국문명이 낳은 고전과 명사들의 삶을 살아가는 비법과 성찰을 간추린 책이다.

우리 주변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중년이 돼도 삶의 매 순간마다 청춘과 다를 바 없이 눈치 보며 휘둘리고 우왕좌왕한다. 우리는 어른이 되면 흔들림이 없고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막상 어른이 돼도 현실은 만만치가 않고 헛살아 왔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내공이 필요한 시간, 어른이 돼야 하는 시간이 온 것이다.

<천년의 내공>은 어른이 돼가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내공을 다른 말로 옮기면 ‘어른스러움’이다. 어른이란 자신의 신념에 확신을 가진 당당한 존재다. 어른스러움이란 삶을 대하는 각오에서 자연스럽게 발산되는 ‘격(格)’이며 풍파 속에 깊이 뿌리내려 주변을 단단하게 장악한 ‘치(治)’이자 무엇에도 휘둘리지 않고 핵심을 단숨에 사로잡는 ‘기(氣)’이기도 하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어른의 경지를 쌓는 깊이 있는 공부에 대해 이야기한다. 얕은 재주나 타고난 재치만으로 일을 풀어나가다 보면 금세 한계가 드러난다. 인생의 고비마다 절실해지는 것이 내공이다. 그렇다면 내공을 쌓아야 한다. 내공을 쌓아야 비로소 제대로 판단하고, 그 선택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어른으로서의 자격이 주어진다.

내공을 쌓는 공부는 새벽에 하는 것이 좋다. 명심보감을 보면 “일생의 계획은 어릴 때 있고, 일년의 계획은 봄에 있고, 하루의 계획은 새벽에 있다”고 나와 있다. 새벽은 익숙한 어제와 결별하고 새로운 하루를 열 수 있는 참신한 시간이다. 매일 새벽마다 천년의 지혜가 숙성된 깊은 문장들에 고요히 침잠하며, 그 지혜를 차곡차곡 내 안에 쌓을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줄 알아야 어른이다 어른이라면 진정한 고난의 의미를 짚어주고, 때를 기다리는 지혜를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

단숨에 핵심을 꿰뚫는 내공을 쌓으려면 스스로의 울음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한다. “모든 사물은 평안함을 얻지 못할 때 운다”라는 말이 있다. 중국 현대미술의 선구자로 꼽히는 리시엔팅이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어떻게 자아를 평가할 수 있느냐’에 대한 답으로 이 구절을 인용했다.

자신의 예술은 곧 세상에 대한 ‘울음’이라는 것이다. “십 년 간 칼을 갈았으나 서리 같은 칼날을 아직 시험해보지 못했다” 마오쩌둥은 1954년 3월 항저우에 있는 모간산의 경치를 구경하면서 이 구절을 읊었다. 그리고 승자가 됐다.

-  글 : 이채윤·삽화 이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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