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붕 두가족 경영’탓 시너지 미미…유기적 결합이 글로벌 비상 나래

10월1일은 국내 IT 업계에 있어 아주 의미심장했던 날로 기록되고 있다. 다름이 아니라, 바로 카카오와 다음커뮤니케이션의 합병 법인인 다음카카오(후에 ‘카카오’로 사명 변경)가 출범한 지 2주년이 된 날이기에 그렇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합병했을 때 카카오의 모바일 플랫폼과 다음의 PC 플랫폼을 바탕으로 국내는 물론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야심을 보였다. 

2년이 지난 현재. 시장의 평가는 어떨까. 카카오의 메신저와 다음의 포털의 화학적 시너지도 기대에 못 미치는 중이다. 매출 측면에서도 네이버를 따라 잡기는 커녕 오히려 점점 격차가 벌어지는 중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애당초 카카오가 강세를 보였던 모바일 서비스 분야에서는 어떨까. 상황은 마찬가지다. SNS, 게임, 동영상 등 주요 카테고리에서도 네이버 등의 경쟁기업과 비교해 이렇다 할 혁신과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2년 전 IT업계의 판도를 뒤흔들었던 합병 이후 카카오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조직·서비스 등 유기적 통합 미흡
사실 두 회사의 합병 이야기를 할 때 주인공은 카카오톡이었다. 왜냐하면 카카오톡 이용자 수가 5000만명을 넘어서면서 이를 기반으로 하는 여러 수익 사업과 서비스를 전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사람이 웅성웅성 모여야, 그것을 바탕으로 다양한 서비스가 활용되고 또 그게 수익으로 돌아오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그래서 카카오는 카카오톡의 방대한 사용자를 원동력으로 다음의 뉴스와 검색 플랫폼과 연결해 광고 매출을 올릴 계획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카카오톡 실시간 검색창에다 메신저와 포털을 동시에 검색하고 그걸 SNS에 즉각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러 서비스를 선보였다. 그런데 반응은 시원치 않았다.

이 부분이 합병 2년이 지난 카카오를 분석할 때 아주 중요한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바로 카카오의 장점과 다음의 특기가 서로 잘 녹아들어서 ‘단 하나의’ 서비스로 탄생하지 못했다는 대표적인 사례이기에 그렇다. 다시 말해, 다음의 사용자는 다음 포털에서 검색을 하거나, 쇼핑을 하고, 카카오톡 사용자는 카카오톡에서 메신저를 하고 게임을 하는 등 심하게 표현하면 ‘각자도생’의 길을 걸었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카카오가 선택과 집중을 할 때도 카카오의 모바일 메신저에 집중하면 다음의 포털 성적이 떨어지는 등 유기적인 사업모델과 추진이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다 보니, 모바일 광고 시장(PC광고 시장은 저물고 최근에는 이 시장이 수익원으로 급부상 중이다)에서도 카카오의 입지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여기엔 네이버의 발 빠른 변화와 추진력의 영향이 크다고 보는데, 네이버는 2, 3년 전부터 모바일 분야에 투자를 강화하면서 검색 광고도 빠르게 늘려갔다.

네이버는 모바일 쪽에서는 사실 후발주자에 가까웠었다. 그러나 결국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모바일 광고를 선점할 수 있었던 카카오가 기회를 놓치고 우물쭈물하는 동안, 포털 검색의 강자 네이버가 우위를 먼저 차지하며 역전을 해 버린 것이다.

모바일 광고도 주춤…수익 리스크
실제로, 지난해 2분기 네이버는 5586억원의 광고 매출을 올렸고 이는 카카오 1507억원의 4배 가까운 수치였다. 올해 2분기에는 두 회사의 격차가 5배 이상 차이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두 회사의 매출을 보면 지난해 기준으로 네이버가 3조2500억원 수준이고, 카카오가 9300억원으로 덩치 면에서 네이버가 훨씬 우등한 관계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당장 게임을 비롯해 SNS 등 모바일 주력 상품에서도 카카오의 아성이 예전만 못한 실정이다. 수많은 카카오톡 사용자를 등에 업고 급성장했던 카카오 게임은 구글과 애플 등의 견제로 성장세가 주춤하는 중이다. 구글과 애플은 각각 어플리케이션 스토어를 운영하는 곳으로 카카오의 게임은 반드시 두 회사의 플랫폼에 들어가서 다운로드를 받아야 진행할 수 있다.

밀려나는 서비스는 또 있다. 카카오스토리다. 국내에서 한때나마 이 서비스는 페이스북을 앞도할 만큼 인기를 누렸지만, 요즘 시큰둥해진 반응이다. 다시 젊은 층들이 페이스북에 몰리고, 트위터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중이다.

효자 종목인 카카오톡의 압도적인 이용자수도 국내용이란 오명을 받으며 쪼그라 들고 있는데, 카카오톡의 외국 월별 이용자 수가 지난 2분기 기준으로 761만명이었다고 한다. 더욱이 지난해 3분기에는 926만명이었고 지난해 4분기에는 827만명이 월별 이용자 수였다고 하니, 그나마 있던 사용자들도 해를 거듭하면서 빠져나가는 추세다.

월별 해외 이용자가 수백만명이면 얼핏 많은 숫자처럼 보이지만, 경쟁기업인 네이버의 메신저 ‘라인’은 일본을 비롯해 동남아시아 등을 기반으로 10억명이 넘는 누적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한마디로 카카오는 SNS나 게임이나 메신저 면에서 글로벌 엔진을 확보하지 못했던 것이다.
 
내수를 넘어 세계시장 겨냥해야
카카오가 출범할 당시만 해도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과 어깨를 나란히 할 글로벌 IT서비스 기업이 될 것이란 청사진과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현실은 앞서 설명한 대로 내수시장 속에서 헤엄치는 우물 안 개구리 형국이다.

일단 이 회사의 해외사업 계획도 모바일 게임사업만 있을 뿐 다른 건 잘 공개되지 않고 있는데, 이는 해외시장을 겨냥할 무기를 여전히 마련하지 못했다는 소리와 다름없다. 그래서인지 이러한 해외매출의 난항을 해결하기 위해 카카오가 지난해 인도네시아의 SNS인 패쓰(Path)를 인수했는데, 월간 이용자수가 100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 역시 인수한 지 1년이 되도 별다른 수익성과를 보이지 못하는 모양이다.

최근에는 북미 시장에 웹툰을 공급하는 타파스미디어와 손을 잡기도 했는데, 이러한 것도 사실상 준비단계일 뿐 본격적인 시장 공략은 아닌 듯하다. 그래서 카카오의 해외법인들 모두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카카오는 싱가폴, 베이징, 일본 등에 법인을 별도로 두고 있다.

카카오가 해외에서 죽을 쓰는 이유를 조직 경영진 면모에서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카카오는 합병을 한 이후 2015년 무렵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하는데, 이때 30대의 젊은 CEO로 임지훈 대표를 선임하면서 단독대표체제를 굳힌다. 그리고 각 사업별로 최고책임자 체제를 꾸리는 데 이를 ‘CXO’팀이라고 부르고 있다. 정리하자면, 카카오의 조직은 집단경영체제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임지훈 카카오 대표는 어떤 성향일까. 일단 그는 카카오의 투자전문 자회사의 대표 출신이다. 투자전문가로 여러 성과를 보였지만, 해외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한 적은 없다고 한다. 그럼 CXO팀을 들여다 보자. 홍은택 수석부사장, 최세훈 CFO, 박성훈 CSO 등이 있는데, 사실 이 사람들도 해외에서 사업성과를 낸 이력을 찾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무작정 해외사업에 올인해야 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네이버 역시 2000년대 초 네이버재팬을 세우고 일본시장을 공략했지만 수천억원 가량만 날리고 실패했던 전적이 있다. 그래서 네이버의 해외사업은 조심스러우면서 우직하게 나아가는 경향이 있다. 네이버의 라인이 글로벌 메신저로 성장한 원동력도 10여년 전 해외사업 실패의 교훈이 밑바탕이 됐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내수도 고민
카카오는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사업인 O2O에 미래 시장을 걸고 있다. 2014년 합병 당시에도 “새로운 연결, 더 나은 세상”이라는 비전을 공식적으로 발표했고 공격적인 투자를 해오고 있다. 그래서 올해 대리운전 서비스 ‘카카오드라이버’, 헤어샵 예약 서비스 ‘카카오헤어샵’을 선보였고, 비슷한 O2O 개념의 서비스인 ‘카카오파킹’이나 ‘카카오홈클린’ 등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O2O 사업들이 소상공인의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에 휩싸여 정부기관의 여러 제재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카카오택시’의 경우 택시 호출 서비스로 전체 시장을 키우는 긍정적인 효과도 보였지만, 중소규모 콜택시 업체들의 수익성 악화에 따른 피해로 사회적 비판을 많이 받았었다. 대리운전 호출 서비스인 카카오드라이버의 경우에는 법정 싸움까지 가고 있다.

결국 카카오의 합병 2주년은 많은 논란과 의심과 의문의 시선 속에서 지나가고 있다. 해외시장 진출도 더딘 상황에서 든든한 배후였던 내수시장도 여러 난제와 위기가 도사리고 있다. 그러나 희망과 기회도 공존하고 있다. 국내 메신저 시장에서 확고한 점유율 1위를 기록하는 카카오톡이 있다.

 시너지효과를 내 시장에서 우위를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와 같은 모바일 결제 서비스와의 연계사업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카카오는 올해 초반에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면서 음원서비스인 멜론과 카카오톡의 시너지를 조금씩 보고 있다. 아직 카카오에겐 탄탄한 내수를 바탕으로 해외시장으로 점프할 도약대가 있는 것이다. 이 모든 희망과 기회에 대한 냉혹한 평가는 내년 10월1일 합병 3주년 즈음해서 알게 될 것이다.

- 글 :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서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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