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대담] 요시 셰피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교수

▲ 요시 셰피 교수

미국 금리인상, 중국경제 불안, 브렉시트 등으로 인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증대, 그리고 크고 작은 파괴적 혁신이 난무하는 비즈니스 환경 하에서 기존 비즈니스의 통념이 깨지고 있으며, ‘블랙스완’ 같은 일들이 과거에 비해 더욱 많아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야심차게 내놓은 갤럭시 노트7의 배터리 리콜 사태,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인한 물류 혼란, 그리고 경주 지진 발생까지 사건·사고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번 월간 대담에서는 기업 리스크 분석과 공급망 관리, 시스템 최적화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요시 셰피(Yossi Sheffi) 미국 MIT 교수에게 더욱 불확실해져가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생존하고 성장하는 기업들은 무엇이 다르며, 무엇이 최고의 기업을 만들고 이들은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지, 중소기업에 주는 생존과 성장을 위한 위기극복 메시지를 물어봤다.

- 일생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정도의 큰 기업 리스크나 위기가 요즘은 거의 매년 터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업 경영자 입장에서는 더욱 비즈니스 하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 하에서 글로벌 기업의 CEO들은 최근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오늘날 기업은 효율성은 매우 높아졌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위기에 취약한 시대를 살고 있어요. 이는 촘촘히 연결된 하나의 망 위에 글로벌 경제와 비즈니스의 모든 과정이 올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특정 시간, 특정 장소에서 위기가 발생할 확률은 매우 낮지만 지금 이 순간 글로벌 그리고 로컬 공급망의 어느 한곳에서는 사건, 사고가 일어날 수 밖에 없으며, 이러한 비즈니스 연결망에 어떠한 형태로든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은 그로 인한 출렁거림을 피할 도리가 없다는 것이죠.

즉 위기 발생 자체를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입니다. 글로벌 기업을 경영하는 CEO들 역시 자신들 사업의 존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기가 무엇일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하면 미리 감지, 관리하고 만약 충격이 발생하더라도 신속히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가 최고의 고민거리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한국의 중소기업 경영자분들의 고민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네요.

- 지난 9월12일 경주에서 리히터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미국을 포함한 해외에서는 이보다 더 큰 강진이 종종 발생하곤 하지만, 한반도 내륙에서 발생한 이번 지진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지진을 느꼈고 수백차례의 여진이 계속되는 등 한국에서는 여러모로 이례적인 현상, 즉 블랙스완 급으로 느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해외 기업들의 경우, 엄청난 규모의 허리케인이나 지진과 같은 천재지변에 익숙하게 대응하고 극복하는 사례를 종종 듣게 되는데, 어떤 대비를 하고 있는지요?

많은 자연재해를 겪으며 시행착오를 통해 대응역량을 확보한 기업들의 경우 크게 두가지의 표준적인 접근법을 가지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데요. 지진과 같은 재해 발생 현장 상황을 신속하게 안정화하기 위한 비상경영조치(EM·Emergency Management)와 주요 생산 공정이나 서비스 공급 중단을 최소화하고 연속성을 확보하는 사업연속조치(BC·Business Continuity)라는 두가지 방향을 가지고 대비합니다.

재해 발생 시 현장에 있는 임직원을 포함한 사람과 주요 설비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적으로 이뤄지는데, 이를 위해 현장 비상대응팀과 비상운영센터(EOC·Emergency Operations Center)의 운영이 이뤄집니다. 바로 이어서, 재해의 영향을 받게 되는 주요 제품과 프로세스에 초점이 맞춰지죠. 특히 제조업의 경우 비즈니스 연속성 활동은 원부자재의 조달 흐름, 제품의 생산, 그리고 최종소비자로 유통되는 주요 활동이 중단되지 않게 하고, 만약 중단됐을 경우 최대한 신속히 재가동시키는 미션을 갖게 됩니다.

앞에서 언급한 비상경영조치는 지진 발생 수일 내에 안전 문제를 처리하는데 반해 사업연속조치는 회사의 주요 비즈니스의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대 몇달의 기간이 소요될 수도 있으며, 회사 및 주요 공급, 협력업체의 비즈니스 영업활동에 대한 재해 영향 진단 활동과 사업 관계자들과의 일련의 커뮤니케이션 활동 등을 포함합니다.

- 최근 한국에 번역, 소개된 교수님의 신간 ‘무엇이 최고의 기업을 만드는가 : 리질리언스, 기업 위기 극복의 조건’에서는 지진, 테러 같은 재해·재난에 대한 대응뿐 아니라 디지털 보안, CSR(기업의 사회적책임), 평판 리스크, 인구고령화, 기후변화 및 파괴적 혁신과 같이 새롭고 낯선 충격에 이르기까지 위기의 감지, 예방, 대응에 실패해 무릎을 꿇었거나 아니면 굳건히 이를 회복한 글로벌 기업들의 사례들이 상세히 소개돼 있습니다. 교수님이 책에서 특히 강조하신, 기업 경영에 있어 리질리언스(Resilience·회복탄력성)란 어떤 개념인지요.

외부 충격을 받은 스프링이 강한 반발력으로 반응해 원래 상태보다 더 튀어 오르는 것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리질리언스, 즉 회복탄력성 개념을 비즈니스 관점에서 보면, 해당 기업의 사업 중단, 존폐를 위협하는 위기를 극복해 원래의 상태로 회복하는 수준을 넘어 위기 이전 보다 더 강한 경쟁력을 갖는 역량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회복탄력성을 가진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같은 위기에 대해서도 감지(detection), 예방(prevention), 대응(response)이라는 세가지 영역에 대한 대비가 돼 있습니다.

이를 통해 위기의 충격과 영향을 최소화시킬 수 있습니다. 결국 위기에 대한 경계심과 내재된 즉각적 대응력, 유연함 덕분에 예기치 못한 사건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감지하고 대응할 수 있게 해줍니다. 또한 비즈니스와 관련한 중대한 변화가 발생 할 때에도 해당 기업의 회복탄력성 역량은 경쟁회사와는 차별화된 전략적 행보와 실행 기회를 제공하게 됩니다.

- 기업 입장에서 회복탄력성의 중요성이 과거에 비해 더 커진 이유가 어디에 있을지 궁금합니다. 중소기업에도 해당되는 사항일까요? 그리고 중소기업의 경우 회복탄력성을 강화시키기 위해 시작해 볼 수 있는 방법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심화되는 경쟁으로 기업은 시장에서 최적의 가격과 성능을 추구하게 만들었고, 살아남기 위해 기업은 생산단가를 낮추려 더욱 복잡, 다양화되고 있는 취약한 공급망에 더욱 노출되고 있지요. 대기업뿐 아니라 한국의 많은 중소기업들 역시 수출입과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어 매우 다양화되고 복잡성이 커진 글로벌 시장, 공급망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위기 발생 자체를 통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최고의 규모를 자랑하는 글로벌 기업도 물론 예외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준비와 훈련을 통해 그 파급 영향을 미리 감지, 관리하고 충격이 발생하더라도 신속히 회복하는 것은 회사의 규모를 떠나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최근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의 배터리 품질 문제가 왜 일어났고,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결정이 물류대란으로 이어지는 상황, 그리고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지진 또는 테러와 같은 이벤트가 기업이 비즈니스를 하는 시장, 공급망에서 어떤 영향력을 갖게 되고, 어떻게 우리 기업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공급망(supply chain)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회사 입장에서 보자면, 공급망은 다음의 다섯 측면으로 나눠 볼 수 있지요. 제품 생산에 투입되는 모든 부품과 자재를 의미하는‘What’, 공급업체 또는 서비스 제공업체, 그리고 그 공급업체에 납품하는 서브 공급업체 들로 구성되는 공급업체 네트워크인 ‘Who’, 해당 원부자재, 서비스가 제공되는 지리적인 위치인  ‘Where’, 자재·정보·돈이 움직이는‘Flow’, 마지막으로 공급망의 재고를 의미하는 ‘Stock’입니다. 
이러한 공급망의 다섯 측면에서 각각 다수의 공급망 내재 리스크에 대한 시사점을 우리에게 줍니다. 중소기업 경영자의 경우 이러한 다섯가지 측면에서 우리 회사에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 위기 상황을 예상해보는 것을 시작으로 우리 회사가 무엇에 취약하고 어떤 준비와 훈련이 필요할지 가늠해 보는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공급망의 ‘who’와 ‘where’는 지진, 쓰나미,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 공급업체의 도산 또는 법정관리, 규제 리스크와 같은 지리적 리스크, 운용상 리스크에 영향을 미칩니다. 부품 아웃소싱은 특히 해외의 경우, 아웃소싱 제조과정에 대한 통제수준을 감소시키고 법률과 규제 및 지정학적 리스크에 기업을 노출시킵니다. 이번 노트7 배터리 리콜 사태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쉬울 것입니다.

또한, ‘who’와 ‘where’는 공급망의 ‘탄소 발자국’ 이슈와 잠재적 사회적 책임 리스크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공급망의 ‘flow’ 측면은 촘촘히 연결된 글로벌 공급망 구조의 기저를 이루는 물류, 재무, 정보인프라 부문 연결성 리스크를 예상하게 해줍니다. 자재흐름 측면은 적시 선적 리스크, 주요 수송터미널·항로·허브에서의 잠재적 중단 리스크를 포함합니다.

이번 한진해운 법정관리 결정으로 인한 물류 대란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정보흐름 측면은 정보기술 혼란 상황(컴퓨터 다운, 소프트웨어 결함, 사이버 공격 등)에 대한 공급망의 취약성을 우리에게 상기시켜 주고 있지요. 개인정보를 포함해 기업의 고객정보 뿐 아니라 산업기밀 유출 등 여러 형태의 정보보안과 관련된 많은 위기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돈의 흐름 측면은 금융 위기, 도산, 환율 리스크 등에 대한 상거래의 취약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공급망의 ‘재고’ 측면은 지리적 리스크, 제품 품질 리스크, 부품 노후화 등의 리스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회복탄력성을 통해 기업은 위기관리 외에도 어떤 기대효과나 혜택을 얻을 수 있을까요?

불확실성 하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모든 조직, 기업은 피할 수 없는 리스크에 직면하고 있지요. 대부분 ‘기업의 생존을 위해 성장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는 사실에 동의하지만 기업에 있어서 성장은 새로운 제품, 고객, 지리적 위치, 전략 등의 불확실성을 수반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리스크, 위기에 노출될 수 밖에 업습니다.

즉 위험노출, 유해성, 법적 책임 가능성 등을 좋아하는 기업인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리스크는 사업 운영의 일부이자 기업의 성장과 관련돼 있습니다. 기업은 발전하기 위해 반드시 성장해야 하고, 성장을 위해서는 알려진 바가 적거나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전략과 계획을 선택, 추진하고 그 과정에 내재된 리스크와 불확실성을 관리해야만 합니다.

따라서 앞에서도 강조한 회복탄력성이 있는 기업은 감지, 예방, 대응 활동에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위기의 발생, 비즈니스 중단이 발생하더라도 그 파급효과의 지속기간, 가능성, 영향도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회복탄력성은 기업의 직접적으로 리스크를 대응, 관리해줄 수 있을 뿐 아니라 해당 조직에 다른 형태의 가치를 창출해 줄 수 있지요.

- 회복탄력성과 관련된 사례를 말씀해주신다면?

쉽게 예를 들어 재난이 닥치는 것을 우려해 드는 보험에 비해 회복탄력성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우월하다는 것을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첫째, 보험이 단지 재무적 보상을 제공해주는 것에 반해 회복탄력성은 고객 약속의 미이행에 따른 신뢰 손실, 평판 손실 방지에도 도움이 됩니다. 즉 회복탄력성은 사고 이후 더 나아진 기업 브랜드를 통해 새로운 사업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둘째, 보험은 단지 지정된 위험에 대해서만 보장해주는 반면 회복탄력성은 알려지지 않은, 불확실한, 불가항력적 사건들에 대해서도 보장 해줄 수 있습니다. 2010년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로 발생한 초유의 유럽 물류대란 사태 이후 사업 중단 관련 보험청구들이 줄을 이었으나 보험사들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습니다.

화산이 보험청구 근거가 될 수 있는 물리적 손상을 야기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항공사와 공항에서의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보험은 당사자 위주의 리스크 이전이며 보험배당금의 불확실성에 직면해야 합니다.

반면, 회복탄력성은 사업에 맞춰 조정된 내부적인 능력입니다. 회복탄력성 활동을 통해 비상 시 민첩한 대응 뿐 아니라 일상적인 운영 개선을 얻어낼 수 있습니다. 즉 위기에 대한 민감성이 일상 운영의 민첩성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차이점은 회복탄력성의 경우 재난, 위기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에도 경쟁우위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입니다. 회복탄력성이 기업 입장에서는 총매출 성과와 순이익 성과를 모두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 한국의 중소기업 경영자들에게 조언을 할 부분이 있다면?

한국의 중소기업 경영자분들께 학습하는 회복탄력적 기업이 되라고 주문하고 싶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니체의 명언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들 뿐이다”를 구현해내야 한다는 말입니다. 모든 개별적 사건, 사고, 훈련, 위기일발, 우발 사건에 대한 시나리오 기법의 적용 등 회복탄력성을 위한 작은 활동들이 모여 기업의 경계심을 고취시키고 위기에 더 잘 대비할 수 있습니다.

회복탄력성 확보를 준비하면서 감지, 예방, 대응 능력은 분명 복잡하고 역동적인 경제와 비즈니스 환경에서 기업의 생존과 번영을 담보할 수 있는 묘약이 될 것임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요시 셰피 교수는
현재 MIT 교수로 엔지니어링 시스템 학과(ENGINEERING SYSTEMS DIVISION)의 학과장 및 운송물류연구센터(MIT CENTER FOR TRANSPORTATION AND LOGISTICS)의 센터장을 맡고 있다. 기업 리스크 분석과 공급망 관리, 시스템 최적화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의 글로벌 어젠다 및 글로벌 기업의 리스크 관리를 자문하고 있다. 그의 주요 연구와 저서들은 월스트리트저널, 파이낸셜타임스, 하버드비즈니스리뷰 등에서 자주 인용될 정도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대담 : 권기만 편집국장 / 정리 : 이권진 기자/ 인터뷰 도움 : 유종기 한국 IBM 실장>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