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동길(숭실대 명예교수)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날드 트럼프가 당선되자 지구촌이 술렁인다. 우리는 아무런 준비 없이 트럼프 시대를 맞게 됐다. 미국은 보호무역으로 기울 것이고 당장 한·미 FTA 재협상과 주한미군 방위비용 문제가 부상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가면 국내 외환·금융시장은 요동칠 게 뻔하다. 한·미 외교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그런데 경제와 안보를 더욱 다져야할 우리 정부는 혼란에 빠져있다. 

밖에서 불어오는 태풍에 무방비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우리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세계열강의 움직임도 모르고 있다가 허망하게 나라를 빼앗기지 않았던가.

지구촌 시계는 이 시각에도 빠르게 돌아간다. 혁신기술이 열어갈 4차 산업혁명에 앞서기 위한 경쟁은 치열한데 우리는 막장 드라마 같은 ‘최순실 사태’에 빠져 인력거 바퀴를 갈아 끼우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과거에는 선진 제품과 기술을 싼 노동력으로 따라잡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불가능하다. 선진국의 빅데이터를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루 망설이면 10년 뒤처지게 돼있고 추격은 더욱 어려워진다.

정치난국, 경제로 번져선 안돼

그런데 우리는 지금 대통령 하야와 탄핵이 거론되고 야당은 대통령이 제의한 국회의 총리추천을 거부하고 거리로 나선다. 대통령은 군통수권을 비롯한 모든 인사권 등 대통령의 고유권한도 내놓으라는 요구도 나온다. 거국중립내각은 말은 그럴듯하지만 과연 가능할 것인지도 의문이다.

어쨌든 정치위기가 경제위기로 치닫는 건 막아야 한다. 그런데 경제를 챙길 사령탑이 안 보인다. 물러나게 될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경제정책 주도권을 잡기 어렵게 돼있고 임종룡 경제부총리 내정자의 인준도 불투명해져 있는 상황이다. 경제사령탑이 있다 해도 정치적 뒷받침이 없으면 경제를 밀고 갈 힘을 확보하기도 힘들 터인데 폭풍우를 만난 배에 선장이 안 보이니 이런 낭패가 있는가.

한국경제는 갈 길을 잃고 방황의 연속이다. 정부의 국정과제라던 공공·노동 등 개혁과 경제활성화 입법은 이미 물 건너간 간 것이나 다름없다. 성장 동력이던 수출은 계속 감소세다. 소비와 건설투자도 꺾였다.

먹이사슬 고리 끊을 기회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는데 일자리 찾는 청년들은 늘어난다. 세계 고용시장은 정규직 비정규직 구분이 없어지고 있는데 우리는 세계추세와 반대로 가고 있다. 정규직은 비정규직의 희생 위에 일자리와 높은 임금을 즐긴다. 이런 일은 오래갈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1년 내 취업·창업하고 싶다’는 사람(249만4000명)의 희망 월급은 가장 많은 46.9%가 100만원대(100만원~200만원 미만)라고 답했다. 사정이 급한 구직 희망자의 눈높이는 높지 않다. 사정이 이런데 대기업 귀족노조의 임금인상 투쟁은 이러한 청년들의 희망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셈이다.

정치권력의 관심 사업에 돈을 낼 수밖에 없었던 기업은 수사까지 받을 신세가 돼 절망하고 있는데 기업경영을 창의적 도전정신으로 하라고 하는 이야기가 먹힐까.

창의적 도전정신이 중소기업에서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도 희망사항일 뿐이다. 대기업은 정치권력에 뜯기고 하도급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부당한 갑질과 귀족노조에 뜯기고 있지 않은가.

한국은 이래저래 기업하기 힘든 나라다. 이제는 이런 모순과 먹이사슬의 고리를 끊을 때다. 그래야 기업의 일탈행태에 엄중한 제재를 가하는 게 정당성을 갖는다.

정치위기가 경제위기로 파급되지 않도록 정치권이 생각을 바꿔야한다. 여든 야든 정권담당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국민에게 배척당한다. 야당은 대통령 실책의 반사이득만 취할 생각을 접고 문제를 풀 생각을 하라.

우리 경제가 여기까지 오는데 50여년이 걸렸지만 무너지는 데는 금방이다. 선진국의 문턱에서 뒤로 처진 나라에 우리가 포함될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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