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대담] 김강식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정부가 최저임금제도 개편 작업에 착수했다. 1987년 최저임금법이 제정된 지 30년 만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9월 최저임금제도 개선방안이라는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올해 말 용역이 끝나면 결과를 토대로 제도 개편에 반영할 예정이다.

최저임금을 보는 사용자와 근로자의 시각은 팽팽히 갈린다. 사용자 측은 최저임금 제도 도입 아래 최저임금이 연평균 7~8% 인상되고 있는데, 이는 물가 인상률을 훨씬 앞지르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반면 근로자 측은 현실적으로 최저임금으로는 최소생계를 이어나가기도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저임금 제도 개편으로 이 같은 사회갈등을 해소하고 본래 취지인 소득 재분배 효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김강식 항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를 만나 최저임금제 문제와 개편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대담 : 권기만 편집국장 / 정리 : 손혜정 기자/ 사진 : 이준상 기자>

 

- 정부가 최저임금제 개편에 대해 얘기를 본격적으로 꺼냈다.
최저임금제를 규정하고 있는 최저임금법은 1986년 제정 이후 그동안 11차례 개정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최저임금제는 국가가 노사간의 임금결정과정에 개입해 임금의 최저수준을 결정하고, 사용자에게 그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강제함으로써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는 사회안전망 역할을 수행해왔다. 그동안 최저임금제도에 있어서 많은 문제들이 논의돼 왔고 제도 변화도 일부 있었다. 하지만 최저임금법 제정 30년이 지난 현재 최저임금과 관련된 한국의 경제적·사회적 여건은 제정 당시인 1986년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전혀 다른 시대적 상황에서 설계된 최저임금제도는 이제 현재의 새로운 여건에 적합하게 개선돼야 할 필요가 있다.

- 현재 최저임금제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먼저 임금수준의 문제를 들 수 있다. 근로자는 최저 임금 수준에 만족하고 있지 않고, 마찬가지로 최저 임금을 지급하는 주요 주체가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인데, 이들에게 최저임금이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중소기업은 우리나라 전체 고용의 86%를 담당하고 있고, 특히 종업원 100인 이하 기업이 전체의 75%를 고용하고 있다. 그런데 고용의 절대량을 담당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상당수가 영세·한계기업이며 이들의 경영여건은 지난 수년 이래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최저임금제를 통해 저임금에 의존하는 경쟁력 없는 한계기업의 퇴출을 촉진함으로써 산업구조를 튼튼하게 해 경쟁력 강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최저임금의 순기능만을 주장하기에는 이들 기업의 도산으로 인한 일자리 상실의 문제가 매우 심각한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 최근 정치권과 노동계에서는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1만원이라는 것은 상징성이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비전이고 목표다. 하지만 이를 우리나라 경제상황에 대입해 봤을 때는 현실과 갭이 크다. 최저임금 1만원은 장기적으로 가능하지만 당장 어려운 것이 우리나라 현실이다. 최저임금 문제를 보다 거시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최저임금 급등은 오히려 중소기업의 고용감소 및 도산과 이로 인한 실업의 증가 등 더 큰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 최저임금 인상 폭 조절이 실업률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최저임금의 인상폭이 낮아지는 경우 상대적으로 사업주들의 고용능력이 커져 일자리가 많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최근처럼 물가상승률 이상의 최저임금 인상은 부작용을 야기할 것이다. 최근 최저임금인상으로 아파트 경비원들이 대거 해고되는 사례가 나타나기도 했다. 경비원 수를 줄인 대신 CCTV를 늘렸다는 아파트도 많았다. 이 같은 현상은 제조업 등 다른 산업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자동화 설비 등을 통해 대체 하는 것이다. 정부가 물가상승률과 연동된 지속적인 최저임금제를 실행한다면 기업의 노동비용증가로 이어져 생산시설을 해외로 이전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 고용률 악화라는 부작용을 줄이면서 실효성을 높이는 최저임금 개편 방향은 무엇인가?
최저임금 결정은 저임금 근로자들의 삶의 질 향상과 고용안정, 그리고 중소·영세기업의 지불능력을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저임근로자 보호는 매우 중요하다. 이는 계층간 갈등해소와 사회통합을 위해서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기업의 지불능력을 넘어서는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은 일시적으로는 일부 저임근로자들에게 득이 될 수 있으나 결국은 더 큰 어려움을 야기할 수 있다. 최저생계에 필요한 금액을 오직 최저임금만으로 충족시키려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다. 최저임금 근로자의 생계비 문제 등을 전적으로 기업에만 부담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며, 근로빈곤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최저임금 뿐만 아니라 사회복지 및 조세지원 등의 다른 정책수단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 구체적인 개편방향을 제안하자면?
한국의 경제규모가 전체적으로 매우 커지면서 기업의 산업별·업종별 다양성이 고도화 됐다. 산업별·업종별 생산성 및 임금의 차이도 크게 나타나고 있다. 이를 반영한 최저임금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 최저임금제를 실시하는 국가들 중 다수 국가는 업종·직종·지역별 최저임금제를 병행 실시하거나 산업별 단체협약의 효력을 확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89년부터 전 산업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최저임금을 결정하고 있다. 그 결과 현행 단일 최저임금 결정방식은 각 업종 간의 다양한 차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개별 업종의 경영 사정과 환경이 상이한 점을 고려해 사업종류별로 최저임금을 결정할 필요가 있으며 이에 따라 업종별 최저임금제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 최저임금 차이를 결정짓는 업종을 선택할 때 신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업종별 최저임금 미만율·영향률, 초단시간근로자의 분포 정도, 최저임금법 개정에 따른 부담 증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업종류별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것에 대해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전 산업 업종별로 세분화하는 것은 어렵지만 카테고리를 2~3개 정도로 나눠서 차등화 하는 방향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최저임금을 떨어뜨릴 수 없는 만큼 인상률을 차등화 하는 방향을 선택할 수 있다. 임금인상률이 높은 석유화학, 철강, 기계 분야의 최저임금 인상률은 7~8%로 한다면, 중간업종은 3~4%, 요식업 등 하위 업종의 인상률은 0~1% 정도로 하는 것이다. 업종별 최저임금 미만율·영향률이 높고, 초단시간(주15시간 미만) 근로자의 분포 비중이 크며, 최저임금법 개정에 따른 부담이 증가한 업종에 대해서는 최저임금 인상률을 상대적으로 낮게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 최저임금의 산입범위가 협소함에 따라 기업이 총액으로는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고 있으면서도 최저임금 위반사업장이 되는 경우도 문제다.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산입임금은 ‘기본급 + 매월 1회 이상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하는 수당’으로 정의돼 있으며, 이 외에 상여금, 연장·휴일 근로할증수당, 급식수당, 주택수당 등 근로자 생활보조수당, 식사·기숙사·주택제공·통근차운행 등 현물이나 이와 유사한 형태의 급여, 팁 등은 최저임금에 산입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의 임금체계는 최저임금에 포함되는 기본급과 통상적 수당 외에도 기타수당과 특별급여(상여금, 성과배분 임금) 등의 복잡한 체계로 구성돼 있다. 최저임금제가 보다 실효성 있게 논의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의 산정기준이 되는 임금의 범위가 현실화돼야 한다. 이에 따라 일반기업에서 이미 고정급화돼 버린 수당, 정기상여금 및 현물급여를 최저임금 산정의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 외국인 근로자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있는 제조업 분야에서는 숙식수당을 최저임금에 산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심각한 인력난과 높은 인건비 부담을 피하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 밖에 없는 중소기업 처지에서 외국인 근로자의 인건비가 숙식제공 등으로 인해 최근에는 내국인 근로자를 추월하고 있어 인건비 부담이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중소기업이 외국인 근로자에게 숙식을 제공하지 않거나 숙식비용을 청구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이 역시 최저임금제도가 만들어진 30여년 전과 현재 기업환경이 크게 달라져서 생긴 부작용이다. 외국인근로자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10년 전인데 이들에게도 현행 최저임금제도가 그대로 도입됐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의 이러한 실정을 감안해 숙식비 및 현물제공을 최저임금에 산입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 상여금과 숙식수당의 최저임금 산입은 전체 임금 인상을 억제시키는 효과로 이어져 노동계의 반발도 예상된다.
고정상여금과 숙식수당을 최저임금에 포함할 경우 상당기간 매년 결정되는 최저임금 인상을 기업들이 제대로 반영하지 않음으로 인해 최저임금이 동결 또는 삭감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의 경우 상여금과 숙식수당을 합쳐서 최저임금을 산정하게 되면 사용자들은 현재보다 더 적게 주어도 법적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로 인해 고정상여금과 숙식수당을 지급받는 많은 근로자들이 최저임금 인상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이 이들 근로자에게도 고루 전달될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 외국에 비해 최저임금의 산입범위가 지나치게 협소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진국과 우리나라 최저임금제를 비교하자면?
외국의 경우 미국, 영국, 프랑스, 캐나다,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벨기에, 아일랜드 등은 최저임금에 상여금을 산입(미국, 영국, 포르투갈, 아일랜드는 성과상여금 포함)하고 있으며, 일본, 미국,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포르투갈, 아일랜드, 뉴질랜드 등은 숙식비 및 숙식수당을,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은 팁을 각각 최저임금에 산입하고 있다. 하지만 상여금과 숙식수당이 산입되지 않은 우리나라는 실제 기업이 최저임금보다 높은 임금을 지급하고도 최저임금법을 위반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고정급화돼 있는 정기상여금 및 현물급여를 최저임금의 산입범위에 포함시키는 것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임금을 최저임금에서 제외시키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다.

- 전국 단위의 단일임금으로 결정되는 최저임금이 지역적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최저임금의 산정근거가 되고 있는 생계비, 임금수준, 경제사정 등의 지역편차가 큼에도 불구하고 전국 단일의 최저임금으로 결정되고 있다. 서울 등 대도시에 비해 지방의 중소도시나 농어촌 지역의 경우 물가수준 등의 차이로 인해 생계비가 적게 들어감에도 불구하고 현행 최저임금제는 지역별 생계비, 인력 수급구조 등 시장여건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역간 경제력 격차가 적지 않은 편이고 또 1995년 시작된 지방자치제가 이제 20년 이상의 연륜을 가지면서 각 지역의 특성에 맞게 지역별로 최저임금을 적용할 수 있는 환경이 어느 정도 조성돼 있다. 지역별 최저임금의 적용은 현실성 있는 최저임금 결정과 농촌이나 지방중소도시와 같은 저개발지역에 대한 기업의 투자를 촉진시키는데 일정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평가된다. 지역별 최저임금제의 실시는 장기적으로 각 지방자치 단체의 역할을 증대시켜 ‘지역간 균형발전’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지역별 최저임금의 적용은 향후 통일 이후 남북 간의 임금문제를 해소하는 법적 근거가 될 수 있다.

- 최저임금 결정 방법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임금 결정은 원칙적으로 당사자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최저임금 결정 과정을 보면 노사가 자율적으로 합의에 도달한 적은 한번도 없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노사 양측의 연맹조직체 대표들로 위원 구성이 됨으로서 자기 조직의 명분과 이해관계에 집착해 현장의 실질적인 노사당사자 이해관계를 대표하는데 많은 문제점을 노출시키고 있다. 대부분 노사간 이해가 대립될 수 있는 사안이므로 심층적 조사와 연구를 통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안을 도출하고 이에 대한 노사의 이해와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요청된다. 따라서 노사의 가운데에서 중립적으로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평가하고, 설득하고 추진하는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요청된다. 또한 최저임금 결정에서 금액만 이슈가 되다보니 정작 중요한 제도 개편에 대한 논의가 후순위에 밀려있는 것도 문제다. 노사가 현실성있는 제도를 만들어 나가는데 뜻을 같이하고 매년 조금씩이라도 제도개선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김강식 교수는
△1981년 영남대 경영학과졸 △1984년 서울대 경영대학원 경영학과졸 △1990년 경영학박사(독일 만하임대) △1999~2000년 독일 만하임대 객원교수 △1992년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전임강사ㆍ조교수ㆍ부교수ㆍ교수(현) △2000~2004년 同경영연구소장 △2005~2007년 한국인사관리학회 부회장 △2006~2007년 한국경영자총협회 심사위원 △2008년 서울지방노동청 심사위원 △2010년 한국인터넷전자상거래학회 부회장ㆍ이사(현) △2011~2012년 한독경상학회 회장 △2011~2013년 한국인사관리학회 부회장 △2015년 한국질서경제학회 회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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