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사이트]등기이사 이재용 ‘하만’인수

삼성전자가 위기다. 지금 삼성전자에게는 전환점이 필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갤럭시노트7 배터리 리스크’로 수조원의 손실을 감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력 사업인 스마트폰이 주춤거리는 와중에 이재용 부회장이 빠른 변신과 혁신으로 삼성전자를 정주행시켜야 할 의무와 책임과 권한이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최근 삼성전자가 미국의 전장부품기업인 ‘하만’을 9조원이 훌쩍 넘는 자금으로 인수하기로 결정한 것은 매우 중요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위기 경영 속에서 과감한 인수합병(M&A)을 통해 확실한 전환점, 터닝포인트를 마련하고자 하는 노력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등재된 이후 이룩한 첫 성과라는 점에서(등기이사 이전에 이재용은 법적 책임이 제한적인 경영인에 불과했다) 이번 하만 인수는 이재용의 삼성전자가 내딛는 첫 변신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하만 인수를 통해 본 삼성전자의 미래 산업 향방은 어떻게 짜여지고 있는 것인가.

달라지고 있는 삼성전자 DNA
보통 삼성전자라고 하면, 성장을 위해 꾸준한 연구개발(R&D)을 통한 하드웨어 혁신을 장점으로 일컫는데, 이제 삼성전자의 성장전략은 달라지고 있다. 이른 바, 연결과 발전이라는 C&D 전략이다. 이재용의 삼성전자는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기 위해 빠른 시기에 경쟁력을 확보하려고 하는데 그 수단 중에 하나가 바로 인수합병 카드라는 것이다.

신규사업을 위해 과감한 R&D 투자를 단행하고 오랜 기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조기 진출에 용이하다는 점에서도 이재용의 삼성전자는 일단 빠르다고 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는 것이 전장부품사업이다. 삼성전자는 전통적인 가전사업을 미래시장에 맞게 확장하고 있는데, 여기에 시너지를 낼 결합 산업이 사물인터넷 플랫폼, 스마트폰 기술력 등이다.

결국에는 인공지능, 반도체 경쟁력을 활용해 전장부품사업까지 사업의 폭을 넓혀나가려는 계산인 것이다.
그렇다면, 하만은 어떤 기업인가. 하만은 세계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시장점유율 2위를 차지한 전장부품업체라고 한다. 우리에게 친숙한 브랜드로 ‘뱅앤올룹슨’ 등 프리미엄 음향가전 브랜드도 하만이 보유하고 있다. 하만은 BMW, 폴크스바겐, 피아트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으며, 전체 매출의 65%를 전장부품사업에서 내고 있다고 한다. 당장에 삼성전자와 하만이 결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로 스마트폰 사업에서 음향의 기술력을 극대화할 수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게 근본적인 목적은 아닐 것이다. 삼성전자는 하만이 보유하고 있는 세계 자동차 완성차 기업에다가 하만의 인포테인먼트를 공급하게 될 것인데, 여기에는 각종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품이 들어가야 한다. 결국 삼성전자의 기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가 하만과 수직계열화가 되면서 시장 경쟁력이 무한대로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최근 불거진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는 삼성전자의 이미지에 큰 먹칠을 하게 된 뼈 아픈 실책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러한 리스크를 조기에 이재용 부회장이 극복한다고 해도 이미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혁신하는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도 미지수다. 시계제로의 사업전망은 삼성과 같은 글로벌 기업에겐 치명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10월에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올랐는데, 이것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수습하기 위한 강력한 오너십과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하만 인수와 관련해서도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미국으로 건너가 하만 경영진을 설득하고 협상을 했다는 후문이 있는데, 이렇듯 새로운 사업을 위한 삼성전자의 강력한 리더십이 절실하게 요구된 시기였다.

왜 전장사업에 집중하는가
삼성전자가 자동차 분야에 이렇게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최근 중국의 전기차 제조사인 비야디의 지분을 5000억원 가까이 사들인 것에 있지 않나 하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한, 이미 구글, 애플과 같은 기업들이 자율주행 자동차에 관심과 투자를 높이고 있고, 해를 거듭할수록 세계 전장사업 분야가 성장을 하고 있는 점도 삼성전자에게 과감한 하만 인수 배팅을 하게 만든 계기가 됐을 것이다.

하만 인수자금은 정확히 9조3000억원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대략 8조원대이니까, 하만 인수자금을 위해 한해 영업이익의 4분의 1을 투자한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닌 것이다.

이재용의 삼성전자에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데, 선택과 집중을 잘 조율하는 실용적인 경영전략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재작년부터 방산과 화학사업 등 기존 사업부마저 잇따라 매각한 바 있다. 삼성전자의 프린팅사업은 미국 HP에 팔았고, 카메라사업은 무선사업부로 흡수해 조직을 축소시켰으며, LED사업부도 덩치를 줄이면서 효율성을 높이는 구조조정을 했다.

삼성생명 태평로 사옥을 약 5000억원에 매각한 것도 이재용 부회장의 과감한 결정이었다고 전해진다. 삼성전자 직원 수가 지난해 보다 올해 수천명이 감원된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러면서도, 과감한 인수합병을 이어가고 있는 게 이재용 부회장의 행보다. 미국 빌트인 가전업체인 데이코와 클라우드 전문기업 조이언트, 그리고 인공지능 전문기업 비브 등을 사들였다. 최근 하만 인수 발표한 이후 불과 이틀만에 삼성전자는 리치커뮤니케이션서비스 기술 전문기업인 ‘뉴넷 캐나다’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차세대 문자메시지 기술인 RCS(실시간 클라우드 컴퓨터시스템) 전문업체다. 향후 이동통신사업자들에게 RCS 인프라를 선도적으로 제공하고 관련 생태계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어찌됐든, 삼성전자 인수합병의 백미는 이번 하만 건이다. 삼성전자의 전장부품사업 진출은 사실은 후발주자라고 평가할 수 있는데, 이미 LG전자가 수년 일찍 진출해 수직계열화를 거의 안정적으로 구성하고 있다. 결국 삼성전자가 전장사업을 자신의 신사업으로 설정하고 키워나가려면 방법은 하만 인수 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근본적으로 삼성전자가 전장사업을 키우는 이유가 있는데, 그것은 삼성전자의 캐시카우이자 효자상품인 스마트폰과 반도체가 중장기적으로 성장동력에 치명적인 상황이 도래할 거란 전망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재용의 신화를 쓰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신사업이 필요했던 것이고 그래서 선택한 것이 기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반도체와 연계가 가능한 전장부품사업이었던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성공할까
인수합병 카드는 여러 모로 시장 점유율의 불리함과 기술적 한계를 단 한번에 불식시킬 수 있는 ‘조커’와 같은 강력한 카드라고 말할 수 있다. 구글도 M&A의 귀재고 이를 통해 지금의 글로벌 구글을 완성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구글이 2005년 안드로이드를 인수하면서 지금 스마트폰 운영체제의 80% 시장 점유율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안드로이드 인수 이후 발생한 누적 수익만 30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구글이 2006년 인수한 유튜브는 지난해만 60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삼성전자도 IT업계에 있어 M&A의 큰 손이다. 최근 10년간 기록한 M&A 사례를 되짚어보면, 의료기기와 헬스케어 분야도 눈에 띈다. 2011년 의료기기 업체 메디슨 인수가 대표적이고  이후에는 각종 전문기업을 사들였었다.

이재용 부회장의 성장엔진은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전장부품과 바이오의료 사업이다. 삼성전자의 인수합병 카드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현금 보유액인 대략 20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아직 이 부회장이 펼쳐야 할 조커 카드가 수두룩하게 쌓여 있다고 말할 수 있다.

- 글 :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서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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