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한국 경제가 저성장을 지속하고 주력산업 회복세도 불투명할 것으로 전망됐다. 최순실 게이트로 국정 공백사태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에 따른 대내외 불확실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경제는 … “3.4% 성장 전망”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신흥국 경제 반등에 힘입어 내년 세계 경제가 올해보다 더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금융본부장은 지난 18일 펴낸 ‘2017년 세계 경제전망’에서 올해 세계 경제의 성장률 전망을 2.9%로, 내년은 3.4%로 제시했다. 지난 10월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과 같은 수치다.

정 본부장은 선진국에선 미국과 일본의 성장세가 올해와 비슷하거나 내년에 더 좋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에 대해선 민간소비 증가율 둔화, 민간 투자 감소세가 나타나 1.8%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미국 신 행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에 따라 추가로 0.3%포인트 성장할 수 있다고 봤다.

유로존은 브렉시트 영향으로 수출 경기 회복이 더뎌지며 성장률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신흥국 중에선 러시아와 브라질 등 자원 부국이 경기 침체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정 본부장은 예상했다.

중국은 지방 부채 리스크와 과잉 생산 감축을 위한 구조조정 때문에 올해보다 작은 6.5%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내년 세계경제의 하방 리스크로는 △브렉시트의 불확실성에 따른 투자·소비 침체 △미국 차기정부의 보호주의적 통상정책과 확장적 재정정책에 따른 금리 상승 △중국 부동산 경기 급락과 내수 위축 △자원 부국의 경기회복세 지연 등이 꼽혔다.

국내 경제는 … “3년 연속 2%대 저성장”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세계 평균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내수소비와 수출 부진 등의 영향으로 2017년도 경제성장률을 올해보다 낮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2.8%, 국회 예산정책처는 2.7%를 내년 경제성장률로 각각 제시했다. 교보증권은 2.7%, 한국금융연구원은 2.5%, 한국경제연구원과 LG경제연구원은 2.2%로 내다봤다. 이 같은 전망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사상 처음 ‘3년 연속’ 2%대 성장률이 된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지난 11일 내놓은 ‘2017 경제전망’에서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2.4%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예상치 2.5%보다 0.1%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반기별로는 내년 상반기 성장률은 2.2%에 그치되 하반기 들어서는 2.7%로 다소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원은 국내 경제는 수출·제조업 위축이 지속하고 소비 등 내수마저 둔화 국면에 진입하면서 경기 부진세가 장기화하는 것으로 평가했다.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 원장도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개최한 ‘2017년 경제·산업 전망 세미나’에서 “내년 우리 경제는 소득 증가 부진, 가계부채 위험, 건설경기 둔화 등 내수 부진으로 3년 연속 2%대 저성장을 기록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다만 내년도 대외여건은 올해보다 나아져서 수출은 미약하게나마 개선될 것으로 봤다.

IBK경제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2017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도 비슷한 전망이 나왔다. IBK는 급증하고 있는 가계부채가 향후 금리 상승에 따라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최대 불안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기업 구조조정 역시 국내 경제를 위협하는 주요 불안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조선·해운업종 등 취약산업을 중심으로 한 구조조정 여파는 고용여건 악화와 월세 전환 등에 따른 주거비 증가, 가계부채 상환 부담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이는 결국 국내 소비심리 악화로 고스란히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산업은 … ‘3강 3약’ 양상
다만 내년 산업계 전망은 업종별로 다르게 전망됐다. ‘2017년 경제·산업 전망 세미나’에서는 산업별 애널리스트들의 6개 주력산업 동향과 전망을 소개했다. 산업별 전문가들은 내년 국내 주력산업 회복세가 여전히 더디게 나타나면서도 3강(전자·철강·건설) 3약(자동차·조선·석유화학)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진입하면서 기존 스마트폰 중심의 성장전략은 한계에 도달했지만, 듀얼카메라와 플렉시블 올레드 중심의 하드웨어 시장은 수요 증가가 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GM 볼트와 테슬라 모델3 등 2세대 전기차 사이클 시작에 따른 배터리와 전기차 부품 수혜도 기대해볼 만하다고 진단했다.

철강은 자동차, 조선, 기계 등 전방산업 침체 영향에도 철강재와 비철금속 가격 상승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 강세 등 영향으로 2017년 상반기 출고가격이 약 15~20% 인상될 것으로 전망했고, 최근 국내 철강업계의 수익성 개선으로 구조조정 필요성도 줄었다고 덧붙였다.

건설은 해외 저가수주로 인한 손실 반영이 상반기 중 완료되고 글로벌 재정확대 정책 기조에 따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이란시장의 신규 발주가 기대되면서 긍정적으로 전망됐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주택 신규분양 둔화가 우려되지만 최근 3년간 주택시장 호조에 따른 주택매출 급증으로 건설사 영업이익 개선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동차는 2017년 글로벌 자동차 수요 증가율이 2%로 하락하고 특히 국내 업체의 주력 시장인 미국(0%)과 한국(-2%)의 부진이 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친환경차, 자율주행차, 새로운 이동 수단 등 미래 자동차 패러다임 변화가 가속하는 시기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면 위기는 더 심화할 것으로 평가했다.

조선은 내년 노후선박 교체 수요만 봐도 선박 발주가 올해보다 늘어나고 신규 환경규제가 선박 교체 시기를 앞당길 것으로 전망했지만, 업황 개선 속도가 매우 느릴 것으로 봤다. 특히 수주 잔량이 빠르게 줄어드는 상황에서 수주 개선 시점이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조선사들의 매출이 악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석유화학은 수요 증가가 신증설 규모보다 큰 수요 우위 상황이 이어지지만, 상반기 경기 정점을 경험한 이후 하락 국면으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설 정기보수가 대부분 상반기에 마무리되고 하반기 북미 에탄분해시설(ECC) 신증설 물량 출회를 업황 전환의 주요인으로 진단했다.

대책은 … “경기 부양책 마련 필요”
경제 전문가들은 장기 침체를 막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 원장은 “내수 추가 침체를 막기 위해 단기적인 경기 부양과 잠재성장률 제고, 경제 체질 강화를 병행하고 소득 계층과 자산 규모를 고려한 가계부채의 질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정성춘 본부장은 국제 경기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미국 신 행정부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반대하고 있는 만큼 TPP 가입을 위해선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아울러 미국이 경제 상황을 고려해 서서히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돼 한국 역시 금리가 급등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미국 금리 인상이 가계·기업 부채 증가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경란 IBK경제연구소 중소기업팀장은 중소기업 경영환경 개선이 경기 회복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 팀장은 “녹록치 않은 중소기업 경영환경이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지만 정부는 이를 회복하고자 다양한 형태의 중소기업 지원정책과 정책자금의 증액, 성장사다리펀드의 추가 투자 등 중소기업 지원 열정을 불태울 것으로 보인다”며 “근본적인 중소기업의 체력 보강 대책 및 지원 정책의 구조적 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정부의 총력지원에 대한 정책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