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엘비스와 대통령(Elvis & Nixon)

참다운 대통령상에 대해 생각해보곤 하는 요즘이다. 그래서 선택한 개봉작이 리자 존슨 감독의 실화 바탕 블랙 코미디 <엘비스와 대통령 Elvis & Nixon> (2006)이다.

<엘비스와 대통령>은 두명의 킹(K ing), 그러니까 당대 연예계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와 37대 미국 대통령 리처드 닉슨의 비공식, 비밀 만남에 기초했다.

두 사람이 1970년 12월21일, 백악관에서 악수하는 기념사진은 미국 국립 기록 관리처 문건 중 최다 열람 요청을 기록한 사진이라고 한다.

이 사진을 본 영화 제작진은 두사람의 만남을 재현했다. 기념사진 촬영 현장에도 배석했던 엘비스 프레슬리의 어릴적 친구이자 매니저였던 제리 실링과 닉슨의 보좌관이었던 에질 버드 크로그의 자문을 받아, 엘비스와 닉슨의 만남이 어떻게 이뤄졌고,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를 전한다.

히피 문화에 빠진 젊은이들의 베트남전 반대 시위 뉴스를 보던 엘비스(마이클 쉐넌). 미국 앞날이 걱정돼 닉슨 대통령(케빈 스페이시)을 만나기로 결심하고, 직접 쓴 편지를 들고 백악관을 찾는다.

닉슨의 보좌관은 닉슨에게 “모든 유권자가 엘비스를 좋아하니 재선을 위해 만나시죠”라고 건의한다. 연예인 나부랭이 운운하던 닉슨은 엘비스의 사인과 사진을 받아오라는 딸의 명령(?)을 받고서야 마지못해 엘비스와의 잠깐 면담을 허락한다.

상영 시간 1시간 22분인 <엘비스와 대통령>은 영화 시작 1시간 6분이 지나서야 엘비스와 닉슨의 만남을 성사시킨다. 두사람은 자존심 대결로 서로를 테스트하다 1970년대 상황을 보수 입장에서 공감하고, 각자의 콤플렉스까지 털어놓기에 이른다.

닉슨은 “우린 밑바닥에서 여기까지 온 사람들이다. 난 죽어라 용써야 여자들이 쳐다봤는데, 잘 생기고 집안 좋고 인기 있는 케네디는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닉슨은 널리 알려진 대로 1년 후 터진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1974년 8월9일 사임했다. 탄핵을 앞두고 전격사임을 전한 닉슨의 마지막 연설 “개인보다 국익이 우선이다”라는 대목은 지금 우리 상황에서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우리 영화계도 멋진 대통령을 꿈꿨다. 전만배 감독의 <피아노 치는 대통령>은 소신 넘치는 국어 교사(최지우)가 사고뭉치 학생의 아버지가 대통령(안성기)인지 모르고 숙제를 내는 데서 시작해, 두사람의 데이트까지 그린다.

장진 감독의 <굿모닝 프레지던트> (2009)는 244억원 로또에 당첨돼 속앓이 하는 대통령(이순재), 첫사랑 앞에선 한없이 소심해지는 카리스마 넘치는 잘 생긴 싱글 대통령(장동건), 서민 남편의 대책 없는 내조로 이혼 위기에 처한 여성 대통령(고두심)을 통해, 국민을 행복하게 해줄 대통령을 상상해보게 한다.

- 글 : 옥선희 영화칼럼니스트(eastok7.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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