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특수’는 언감생심이다. 연말을 앞두고 기업 체감경기가 꽁꽁 얼어붙었다. 실제로 기업인들이 느끼는 현재 경제상황은 IMF 외환위기와 같고, 5년 내 최악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중소기업 86% ‘경제위기 우려’
국내 중소기업 10곳 중 8곳이 경제위기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회장 박성택)가 지난달 28일 중소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현재의 경제상황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85.7%가 국내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조사에 참여한 중소기업의 3분의 1(28.7%)은 현재 경제상황을 ‘외환위기·금융위기에 준하는 심각한 위기상황’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현재 경제를 위기상황으로 보는 이유로 ‘소비심리 위축, 매출급감 등 내수침체’가 54.1%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정치리더십 부재에 따른 경제 불안’ (51.0%), ‘정부의 정책신뢰 상실’(46.3%), ‘교역둔화와 보호무역 강화에 따른 수출부진’(12.8%)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조사결과 많은 중소기업은 매출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의 56.7%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올 11월 판매실적이 줄었다고 응답했다. ‘매우 증가’했다는 대답은 1.7%에 그쳤다. 특히 ‘감소(매우 감소+다소 감소)’의 비율이 지방의 경우 65.7%로 수도권(48.8%)에 비해 경기침체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조조정 등의 영향으로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도 직격탄을 맞았다. 대기업에 납품하는 응답기업의 71.4%가 매출이 전년도에 비해 줄었다고 대답했다.

이로 인해 절반에 가까운 48.3%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상황도 지난해 대비 좋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종사자수별로는 10인 미만이 66.0%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50인 미만 42.5%, 100인 미만 35.0%, 100인 이상 32.4% 순으로 종사자수가 적을수록 자금조달 사정이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위기 감내 가능 시간 12개월 미만
대부분 중소기업들은 현재의 경제위기를 1년까지만 견딜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위기감내 가능 기간을 묻는 질문에 (47.1)%가 ‘12개월 이내’라고 응답했으며, 다음으로 ‘6개월 이내’(19.5%), ‘9개월 이내’(5.1%), ‘3개월 이내’(4.7%) 순으로 조사됐다.

위기 대처방안으로는 ‘원가절감 등을 통한 내실경영’(58.3%)과 ‘새로운 거래처 다변화 모색’(48.3%) 등이 꼽혔으며 중소기업은 현재의 위기 극복을 위해 ‘정치·경제 문제를 분리한 초당적 협력’과 ‘정책일관성 유지를 위한 조속한 경제 컨트롤타워 가동’을 희망했다.

중소기업은 반덤핑이나 상계관세 등 미국이 보호무역조치를 강화할 경우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했다. 미국의 대선 결과가 중소기업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중소기업의 3분의 2(70.7%) 이상이 ‘부정적인 영향’을 예상했다. 부정적인 영향 이유로는 ‘보호무역조치 (반덤핑이나 상계관세) 강화로 수출애로 증가’가 41.7%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환율 변동 등 외환시장 불안으로 인한 수출 환경 악화’(39.7%), ‘한·미 FTA 재협상 현실화시 우리 수출 감소’(35.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김경만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대외적인 불확실성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가 환율 변동성 확대 완화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며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경제 컨트롤타워가 조속히 가동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7개월 연속 BSI 100미만
대기업들의 연말 경기 전망도 어둡다. 특히 대외환경 요인뿐만 아니라 불안한 국내 여건으로 극심한 소비 위축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는 기업들이 많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12월 종합경기 전망치(BSI:Business Survey Index)가 91.7로 기준선(100)을 밑돌았다고 밝혔다.

BSI는 기업이 생각하는 다음 달 경기전망이다. 100을 웃돌면 경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뜻이고 100을 밑돌면 그 반대다.

이달 뿐 아니라 올해 전체를 살펴봐도 기업들의 부정적 심리가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망치는 지난 5월(102.3) 한달을 제외하면 내내 100을 밑돌았다. 설과 추석이 있었던 2월(86.3), 9월(95.0)에 이어 12월(91.7)도 기준선 100을 하회하며 ‘특수’가 사라졌다.

BSI를 최근 5년간 연평균 내 본 결과 94.2(2012년), 95.1(2013년), 95.8(2014년), 95.3(2015년), 93.6(2016년)으로 올해가 가장 낮게 나왔다. 2008년(88.7)이후 8년 만에 최저치다.

11월 BSI 실적치도 기준선인 100에 못 미치는 91로 조사됐다. 기업 실적치는 지난해 5월부터 19개월 연속 기준선을 밑돌았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장 기간 기준선을 하회한 기록이다. 내수(96.5), 수출(98.0), 투자(95.5), 재고(103.5), 고용(97.6), 채산성(96.5) 등 자금사정을 제외한 모든 부문에서 부진했다. 전경련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고조돼 기업 심리를 억누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지난달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서도 10월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0.4% 감소해 9월에 이어 두 달째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광공업생산과 서비스업생산이 모두 줄었다. 광공업생산은 자동차(4.6%), 반도체(3.8%) 등이 증가했지만 1차금속(-4.0%), 통신·방송장비(-18.1%) 등이 줄어 전월대비 1.7% 감소했다. 자동차는 파업 영향이 축소돼 생산이 확대됐다. 반도체는 중국 고사양 휴대폰 수요 증가로 메모리반도체 생산이 늘었다. 하지만 갤럭시노트7 생산 중단으로 통신·방송장비 생산은 크게 줄었다. 투자는 설비투자와 건설기성(해당 월에 시행된 건설투자)이 모두 두달 연속 감소했다.

송원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경기가 살아나려면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개선돼야 하는데, 불확실성 증대로 소비와 기업 심리 모두 꽁꽁 얼어붙었다”며 “면역력이 약해지면 사소한 질병에도 크게 고생하듯이 이런 상황에서 기업 환경을 위축시키는 작은 요인이 발생하면 심각한 경제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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