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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이 사랑한’유영국 재조명[전시]백년의 신화:한국 근대 미술 거장 展
옥선희 칼럼니스트  |  eastok7.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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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호] 승인 2016.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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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현대미술의 흐름과 세계미술의 시대적 경향을 동시에 수용하는 국내 유일의 국립미술관인 국립현대미술관은 4개관(서울·과천·덕수궁·청주관)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 덕수궁관은 우리나라 근대 미술 형성과 전개 과정을 체계적으로 조명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올해는 ‘백년의 신화:한국 근대 미술 거장 전’ 시리즈로, 탄생 100주년을 맞은 작고 작가 세명의 전시를 선보였다. ‘변월용(Пен Варлен) 1916 ~1990’ ‘이중섭, 백년의 신화’ ‘유영국, 절대와 자유’가 그것이다.

내년 3월1일까지 열리는 유영국전은 화제성 측면에선 이렇다 할 게 없어서인지, 앞의 두 전시와 비교해 한적하다. 그러나 두 전시에 비해 간과될 이유가 없다. 김환기와 더불어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양대 거장으로 꼽히는 유영국(1916년~2002년) 작가가 한결같은 자세로 묵묵히 그려온 산 그림 앞에서 발을 떼지 못하고 하염없이 빠져드는 이들을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비극은 말에서 시작된다. 추상은 말이 없어 좋다”고 했던 그의 작품 앞에서 열정과 인내와 성실을 읽으며, ‘작가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였던 이유를 깨닫게 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 2월24일 유영국미술문화재단으로부터 유영국 화백 관련 자료 2300여점을 기증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전시는 기증품을 토대로, 여간해선 보기 힘든 1960년대 걸작 30여점을 개인 소장가들로부터 대여해 한자리에 모았다.

유영국 작가는 1916년 경북 울진의 부잣집에서 태어나 경성 제2고보를 거쳐 도쿄의 문화학원에서 수학했다. 자유로운 분위기로 유명한 문화학원에서 사물을 격자 구도 속에 추상화시킨 몬드리안의 영향을 받았다. 이 시기 작업은 골판지, 판자 등을 덧댄 기하학적 부조 작품으로, 그림자까지 염두에 뒀다고 한다. 소실된 작품을 딸인 공예가 유리지 씨가 아버지의 감독 하에 재현한 것이 전시되고 있다.

일본 작가 무라이 마사나리, 하세가와 사부로의 영향을 받아 사진학교를 다니면서 전시에 출품했던 전위적 포토 콜라주 작업과 경주 고적들을 찍은 작은 흑백 사진들도 볼 수 있다. 또한 무라이 마사나리, 하세가와 사부로의 추상 그림도 볼 수 있다. 

1943년 귀국 후 1950년대까지 신사실파, 모던아트협회, 현대작가초대전 등 화단을 주도했던 작가는 1964년 그룹 활동 종식을 선언하고, 2002년 눈을 감을 때까지 40여년간 개인전을 통한 작품 발표에만 전념했다. 60세인 1976년에야 산과 바다를 절제된 선과 면과 원색으로 채운 작품을 판매하기 시작했기에, 전문가와 애호가에게 얻은 명성에 비해 대중적으로 소개될 기회는 많지 않았다.

도슨트 설명에 의하면 유영국 작가는 6·25 등의 어려운 시절에는 어부, 양조장 주인으로 가족을 돌본, 충실한 가장이었다고 한다. 생활인으로 보낸 10년을 벌충하겠다며, 아침 6시에 일어나 저녁 8시까지 그림을 그리고 2년마다 한번씩 개인전을 갖는 규칙을 지켰다니, “산과 숲 많은 고장에서 자라 산과 숲을 많이 그렸다. 산은 내 앞이 아니라 내 안에 있다”는 말이 든든하게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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