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미래를 알 수 없다. 아무리 탁월한 능력의 전문가라고 해도 미래를 정확하게 예상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럼에도 기업 경영자들은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시점에서 미래예측을 위한 일말의 혜안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경영진의 작은 판단 하나로 기업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도 있고, 좌초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중소기업뉴스>는 우리 중소기업인들이 희망찬 2017년을 준비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경제 키워드를 구성하는 걸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 최근 정부, 국제기구, 연구기관, 언론사 등에서 발표한 내년 경제전망과 주요 키워드를 세밀하게 검토하고 분석했으며, 경제연구소·대학·글로벌기업 등의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았다.    

그리고 우리는 내년 한국과 경제를 아우르는 키워드로 콜럼버스(COLUMBUS)를 발견했다. COLUMBUS의 각 글자를 딴 C(China risk·차이나 리스크), O(Omnipresence·옴니프레즌스), L(Low growth·저성장 기조), U(Unconventional views·색다른 견해), M(Machine Learning·머신러닝), B(no Bribery·뇌물수수 금지), U(Ultranationalism·국수주의), S(Self-driving car·자율주행차)로 2017년 신대륙을 찾을 수 있는 황금 나침반을 정리해 봤다.

“낡은 지도만 따라가노라면 신대륙을 볼 수 없다.”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가 남긴 말이다. 이 메시지는 신대륙을 발견한 지 500여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 세계 각국은 산업과 기술 간의 경계를 허무는 이른바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신대륙을 목전에 두고 있다. 2017년은 우리가 그동안 가보지 못했던 신대륙에서 수많은 기회가 발굴될 것이다.

China risk (차이나 리스크)
중소기업뉴스가 예측한 2017년 경제계 첫번째 키워드는 ‘차이나 리스크’다. 2014년 중국 경제의 경착륙을 우려해 등장했던 차이나 리스크는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미·중 무역관계 악화가 더해진 ‘신(新)차이나 리스크’로 우리 경제를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부인하고 있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로 인한 무역보복 우려도 크다. 최근 중국 내에서는 ‘한한령(限韓令)’이 내려졌다는 얘기가 나오며 한국산 식품·화장품 통관거부가 이어지고 있다.
한류 스타들의 방중도 취소되고, 한국 방문 중국인 증가세도 주춤거린다. 내수 시장이 사실상 성장을 멈춘 상황에서 중국인 관광객마저 급감할 경우 관광·화장품·면세점 업계 등에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세계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의 급부상도 한국 기업에는 리스크다. 최근 들어 첨단산업마저 중국 기업이 한국 기업을 넘어섰거나, 최소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중국의 2017년 경제 성장률이 6.4%로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대중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의 성장률도 급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더 커질 조짐이다.

Omnipresence (옴니프레즌스)
옴니프레즌스는 소비자가 언제 어디서나 필요에 따라 즉시 쇼핑 가능한 것을 말한다.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365일 24시간 언제 어디서나 소비자 곁에서 그들의 소비욕구를 충족시키는 전략인 것이다.
세계적인 온라인유통업체 아마존은 2015년 이 같은 전략의 ‘대시 버튼’(dash button)을 도입했다. 대시 버튼은 북미지역을 대상으로 여러 가지 생활필수품들을 버튼 한번만 누르면 아마존 닷컴에서 알아서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이를테면, 세탁기에 ‘세제를 주문하는 대시 버튼’을 붙이고 세제가 떨어졌을 때 버튼을 터치만 하면 알아서 세제가 아마존에서 배달이 온다. 대시 버튼 안에 와이파이가 내장돼 있기 때문에 버튼을 누르면 구매와 배송이 동시에 이뤄지는 것이다. 아마존 대시버튼은 이미 50만여개의 제품을 서비스하는데 3년 후에는 2000만개로 늘릴 예정이다.
이처럼 사물인터넷을 활용해 더 이상 상품을 배달하는 것이 아닌 상점 자체를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배달하는 미래의 쇼핑이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배달문화가 발달한 우리나라에도 지난 9월 아마존 대시를 표방한 SK텔레콤 ‘꾹’ 서비스가 등장하는 등 IoT 커머스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Low growth (저성장 기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되고 있는 저성장은 내년에도 우리의 어깨를 짓누를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성장세는 하락하고 중국 역시 감속 성장을 지속하면서 세계 경제를 이끌 ‘리더 국가’가 없는 상황이다. 유로존은 브렉시트 이후 불안감이 여전하다. 러시아와 브라질은 바닥을 찍었다지만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장률이 예상된다. IMF가 예상하는 선진국 경제성장률 평균은 1.8%, 신흥국은 4.6%다.
한국 역시 사정은 녹록지 않다. 올해 한국 경제는 불확실성이 심화하면서 설비투자가 급감하고 민간소비도 얼어붙었다.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내수소비와 수출 부진 등의 영향으로 2017년도 경제성장률을 올해보다 낮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내년 경제성장률로 한국은행은 2.8%, 국회 예산정책처는 2.7%를 각각 제시했다. 교보증권은 2.7%, 한국금융연구원은 2.5%, 한국경제연구원과 LG경제연구원은 2.2%로 내다봤다.
이 같은 전망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사상 처음 ‘3년 연속’ 2%대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이는 결국 국내 소비심리 악화로 고스란히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내년 경제의 열쇠는 내수가 쥐고 있다. 가계 소비심리 회복과 가계부채 문제 연착륙을 최우선적으로 신경 써야 한다.

Unconventional views (색다른 견해)
내년에는 4차 산업혁명을 필두로 한 혁신이 우리 사회 최대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혁신은 통상적인 것을 색다른 견해(Unconventional view)로 보는 것부터 시작한다. 새로운 시선으로 탄생된 무수한 파괴적 혁신 기술이 등장해 우리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만화·게임 등에서만 존재했던 로봇, 인공지능(AI), 드론 등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등장하고,  기업들은 스마트공장 도입 확산으로 제조환경에 큰 변화를 맞이할 것이다.
많은 전문가는 앞으로 국가와 기업, 개인의 미래는 곧 도래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4차 산업혁명은 우리에게 기회이자 위기다.
과거 산업혁명은 세계 ‘부의 지도’를 바꿔놨다. 1차는 영국을, 2∼3차는 미국을 세계 최고 부자 나라로 올려놨다. 과거 산업혁명시대에서는 우리가 불리했다.
하지만 지금 다가와 있는 4차 산업혁명시대는 다르다. 색다른 견해와 디지털 데이터만으로도 무수한 생산력을 발휘할 수 있다. 한국 제조업이 이대로 무너질지, 4차 산업혁명을 통해 부활할지가 내년 우리 경제를 좌우할 중요 관전 포인트다.

Machine Learning (머신러닝)
머신러닝은 인공지능 연구 분야 중 하나로, 인간의 학습 능력과 같은 기능을 컴퓨터에서 실현하는 기술을 말한다. 알파고 이후 자주 언급되는 딥러닝(Deep Learning)은 머신러닝의 하위 개념이다. 머신러닝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컴퓨터가 스스로 새로운 알고리즘을 만드는 것이고, 딥러닝은 이를 위한 한가지 방법이다.
수많은 데이터를 처리함으로써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현상이나 맥락을 발견하기도 한다. 머신러닝의 가장 큰 이점은 사람이 하는 것보다 더 빠르게 일을 처리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미 관련기관이나 산업계에서는 머신러닝 기술을 적극 사용하고 있다. 투자의 성공 확률을 예측하고 사기행각을 잡아내는 데에도 머신러닝 기술이 적용되고, 진료 및 치료 행위의 큰 유행을 파악하기 위해 머신러닝이 활용되기도 한다. 제조 공장은 수리 시점을 예측할 수 있고, 무인 자동차 같은 것도 머신러닝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머신러닝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론·분석해 결과값을 내는 과정을 거치는 만큼 전문가들은 적절한 데이터만 확보한다면 모든 산업 분야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정부와 기업은 컴퓨터 언어에 대한 이해를 넓혀 머신러닝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

no Bribery (뇌물수수 금지)
지난 9월28일 우리 사회의 부패 척결과 신뢰 회복이란 취지로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이 시행됐다. 2017년은 신뢰사회를 향한 힘찬 움직임이 시작되는 해다. 하지만 우리는 ‘뇌물 없는 사회’에 들어서며 찬물을 끼얹는 사람들을 법 시행 한달 만에 마주 해야했다.
대통령 비선 실세와 최고위급 공직자들이 결탁한 정권 차원의 부정부패가 한국사회를 덮치면서 신뢰사회로의 발걸음이 묶여버렸다. 전문가들은 청탁금지법 도입 취지까지 훼손돼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오히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로 한단계 도약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적 관점에서 청탁금지법의 여러 문제점이 제기됐음에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법에 대한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높게 나오는 것은 국민들이 체감하는 부정부패가 더 이상 감내하기 힘든 수준이라는 방증이다. 청탁과 금품 수수 등으로 인해 사회적 결정이 왜곡되는 구조를 혁파하고, 청탁과 뇌물 금지문화를 연착륙시켜 신뢰회복이 사회적 비용 절감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이루도록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Ultranationalism (국수주의)
글로벌 자유무역이 흔들리고 있다. 장기화된 경기불황에 세계 각국은 자국 산업과 일자리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자국우선주의를 강화하며 보호무역에  나서고 있다. 보호무역주의 트렌드는 2017년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보호무역을 천명한 트럼프의 미국은 무역 상대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과 협정 불이행에 강하게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투표로 브렉시트를 결정한 영국은 2017년 3월 EU와 공식협상에 나설 전망이다.
2013년 7월 개시된 EU와 미국의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협상은 3년 넘게 난항을 겪고 있다. 2017년 4월과 9월 총선을 앞둔 프랑스와 독일은 TTIP에 반대하는 여론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EU와 캐나다 간 FTA인 ‘포괄적 경제무역협정(CETA)’은 벨기에 지방정부의 반대로 최종 서명에 어려움을 겪다 겨우 협정을 성사시켰다.
보호무역주의 확산은 자칫 글로벌 교역 위축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수출을 중심으로 성장한 신흥국에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 물론 한국에도 악재다. 주요 국가들이 앞 다퉈 무역제재에 나서고 원화가치가 다른 통화대비 강세를 보이면서 수출 기업의 어려움 확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보호무역 확산에 따른 산업별 피해 가능성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Self-driving car (자율주행차)
2017년 세계 자동차업계의 화두는 역시 자율주행 시대 진입이 될 전망이다. 자율주행 시대의 주인공 자리를 놓고 벌어지는 경쟁은 치열하다.
첫 무대는 새해 벽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2017 세계전자박람회(CES)’다. 일본 도요타 등 굵직한 자동차업체는 물론 콘티넨털과 ZF 등 주요 부품업체가 자율주행 관련 신기술과 차량을 선보인다. 관련 세미나·행사 등도 여럿 열리는데, 현대자동차 역시 최근 공개한 아이오닉 완전자율주행 전기차를 현지에서 시연할 계획이다.
기존 자동차업계에 구글·애플 등 IT 업계는 물론 글로벌 부품업체와 우버와 같은 자동차 공유업체들도 시장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구글은 지난 14일 자율주행차 개발 부서를 계열사로 분리시키고 본격적인 상용화 준비에 들어갔다. ‘웨이모(Waymo)’로 명명된 새 회사는 무인택시, 무인운송, 기술 라이선스 등으로 수익을 추구할 전망이다. 같은 날 우버도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 자율주행 차량으로 택시 서비스를 시작하며 상용화 준비에 가속을 올리고 있다.
현재 자율주행차의 대중화는 대체로 2020년쯤에 시간표가 맞춰져 있다. 자동차업계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 수준은 0∼5단계로 구분할 때 현재 2단계에서 3단계로 이동 중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SH는 향후 자율차량 시장 전망을 2035년쯤 전 세계에서 4·5단계 자율주행차 판매가 2100만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일러스트레이션 서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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