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는 각종 악재와 리스크로 뒤범벅이 된 혼돈의 한 해였다.

미국 유명 경제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한국의 탄핵안 가결에 대해 “아시아에서 네번째로 큰 경제 규모를 가진 한국이 불확실성의 새로운 시기를 열었다”고 전했다.

불확실성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2016년을 되짚어 보면 영국의 브렉시트, 이탈리아의 국민투표 부결,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등 전 세계의 정치, 경제 지형도에서 강력한 불확실성의 지진이 연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국력이나 경제력과 상관없이 대부분의 국가가 ‘시계제로’에 빠진 것처럼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매우 불안정한 상황인 것이다.

한국경제는 분명 전대미문의 위기에 직면했다. 2017년은 대내외의 불확실성을 동반한 경제 대위기가 찾아온다는 ‘10년 주기설’이 꼭 들어맞는 해다. 10년 주기설은 대략 10년 단위로 대혼란이 반복된다는 가설이다. 1997년 외환위기를 시작으로 2008년 미국발 글로벌 위기에 이어 내년에 이와 비슷한 대혼란기가 찾아온다는 불안한 전망이다.

요즘 돌아가는 국내외 상황을 토대로 경제 전문가들은 2017년이 1997년과 가장 비슷하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이른 바 ‘1997년의 데자뷔(Deja-vu)’다.

불확실성의 대지진이 덮치기 전에 크고 작은 전조 현상과 같은 위기가 여러 차례 포착된다. 2012년을 기점으로 한국경제의 산업 경쟁력은 곤두박질을 쳤다. 조선, 건설, 해운업은 지금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국가대표격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도 요즘 비틀거린다.

더 심각한 것은 한국경제의 실질적인 플레이어들이라고 할 수 있는 중소·중견기업들이 우후죽순으로 넉다운 상태에 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2016년 들어서 법정관리를 받은 기업은 대략 1150개나 된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다.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기업들의 범위도 전자, 유통, 패션, 식품 등으로 점차 확산되는 양상이다.
한국경제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가장 큰 징후는 수출 부진이다. 지난 5일 개최된 제53회 무역의 날 행사가 현재 우리의 수출 성적표를 여실히 말해줬다. 안타깝게도 2002년 이후 처음으로 100억달러 이상 ‘수출의 탑’을 받는 기업이 한곳도 나오지 못했다. 수출을 통해서 새롭게 성장엔진을 가동하는 기업이 전무하다는 뜻이다. 올해 수출실적도 지난해 대비 7%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기업들은 그간 수많은 불확실성과 위기 속에서도 좌절과 실패를 경험하면서도 이를 극복하고 한층 성장하는 저력을 보여 왔다. 10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를 큰 치명상 없이 통과했던 원동력에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같은 대표기업들이 강력한 역동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또한 수백만 중소기업이 든든하게 한국경제의 허리를 받쳐주며 ‘코리아 호(號)’의 순항을 이끌어준 덕분이었다. 그래서 꺼림칙하게 읽게 되는 10년 주기설의 예견에서도 우리 기업들은 충분히 밝은 미래, 성장하는 10년을 다시 읽어낼 수 있는 것이다.

내년에는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과 중국 성장률의 급락이 예측되고 있다. 대외여건 자체가 불확실성의 쓰나미급이다. 이러한 위기의 큰 흐름을 우리가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우리 정부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각자의 위치에서 힘을 내서 다가올 큰 위기를 슬기롭게 대처하는 방법 밖에 없다.

호재이든 악재이든 불확실성이란 안개가 빨리 걷힐수록 우리에겐 수많은 기회가 주어진다. 2016년은 정치, 경제, 사회 분야에 유독 ‘베드 뉴스’가 많았다. 2017년은 한국경제와 정치·사회가 빠른 속도로 안정되고 활기차게 내일로 내달릴 수 있는 밝은 길이 펼쳐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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