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포커스] 삼성전자 ‘2017스마트폰 전략’

지난해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 발화사고에 이어 두달 만에 조기 단종 사태로 명예를 크게 실추한 아찔한 한해를 보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삼성그룹의 후계자인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입지에도 악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의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에도 심각한 타격을 준 것은 사실이다. 삼성전자가 2017년 심기일전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업분야에 앞서 스마트폰 분야에서 전과 다른 혁신과 변화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이 준비하고 있는 새로운 모델 ‘갤럭시S8’가 명예회복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중요한 열쇠가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절치부심하며 내놓을 갤럭시S8는 오는 4월 쯤 공개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당초 조기 출시설까지 나돌며 2016년에 선보인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갤럭시노트7의 발화 사태가 애플의 아이폰7을 의식해 개발을 서두른 탓이란 시각도 있는 바람에 갤럭시S8은 신중한 내부 검증을 통해 세상에 선보이게 된 것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이번에야 말로 제대로 된 ‘완성형 갤럭시 시리즈’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동진 사장 입장에서도 분명 누구보다도 부담이 클 것이다. 2015년말 무선사업부장에 오른 고동진 사장은 야심작이라고 할 수 있는 갤럭시노트7을 내놨지만 품질 결함과 함께 2개월 만에 단종되면서 무려 7조원대의 손실을 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고 사장에게 2017년 스마트폰 사업의 운전대를 줄 것으로 보인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수사 등의 영향으로 삼성그룹은 2017년 사장·임원단 인사를 무기한 연기한 상태라고 하지만, 삼성은 고 사장에게 이미 올해 스마트폰 사업의 큰 그림을 그리도록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달 19일 정보기술·모바일(IM) 주제로 열린 삼성전자 글로벌 전략회의도 고동진 사장이 주도해 진행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프트웨어의 혁신에 힘쓸 듯
고동진 사장은 결국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사업상의 실책 만회 기회가 주어진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고 사장이 절치부심하며 준비한 갤럭시S8의 장점은 무엇일까? 바로 하드웨어 완성도 못지 않은 소프트웨어의 진화다.

갑자기 왜 소프트웨어에 집중을 한다는 것인지 궁금할 수 있다. 이유는 명확하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8에 성능과 배터리 효율을 최적화하는 방식을 새로운 소프트웨어의 탑재로 풀어나가려고 하기 때문이다. 앞서 갤럭시노트7의 발화 사고는 제어판과 배터리 등의 하드웨어적인 문제 보다는 이를 돌리는 소프트웨어의 문제가 컸다고 해석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올해 삼성전자 스마프폰 사업의 혁신 첫 걸음은 새 소프트웨어의 적용인 것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새로운 상표권을 등록했는데, 바로 ‘비스트(야수)모드’라는 이름으로 된 소프트웨어라고 한다. 해당 소프트웨어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의 성능과 구동속도를 끌어올리는 기능이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갤럭시S8이 이전과는 확실히 다른 하드웨어 성능이 강화될 것이란 것이다. 갤럭시S8은 퀄컴과 삼성전자의 고성능 프로세서를 포함해 8기가 램, 4K급 고화질 디스플레이 등 강력한 성능의 부품을 대거 탑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삼성전자가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가상현실기기 ‘기어VR’이 스마프폰과 연동되도록 하는 서비스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갤럭시S8은 인공지능(AI) 플랫폼으로 소프트웨어에서 혁신을 추구하는데, 삼성전자의 음성 인식 인공지능을 탑재한 첫번째 제품이 될지도 모른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애플의 시리가 개인 비서처럼 음성으로 아이폰을 구동시켰던 것과 비슷한 기능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존 AI 비서와는 확연히 차별화된 서비스를 갤럭시S8은 보여줄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고성능 부품들로 배터리 사용시간도 줄고 발열량도 급격하게 늘어나는 단점이 불거진다. 조금만 사용하다 보면 겨울철 손난로 저리가라 할 정도로 뜨거운 스마트폰을 쥐게 되고 심지어 기기도 버벅거릴 소지가 크다. 갤럭시노트7의 문제도 과부하될 때 열을 제대로 방출하지 못하게 만든 설계결함으로 일단 잠정 결론을 내고 있다. 갤노트 7보다 한단계 고성능 발휘하는 갤럭시S8이라면 더 민감해 질 수 있다.

그걸 해결하는 열쇠가 바로 비스트 모드라는 새로운 소프트웨어란 것이다. 비스트 모드에서는 3D게임을 하거나, 가상현실 프로그램을 돌리거나 어떤 고사양 콘텐츠를 구동해도 상황별로 최적화하는 기능이 탑재돼 있다고 한다. 그간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하드웨어의 혁신과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사태 이후 소프트웨어를 경쟁력으로 내세운 점을 보면, 참 의미심장한 상징성을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는 삼성전자에게 기회의 해
만약 기대한 대로 갤럭시S8이 흥행가도를 달린다면 다시 한번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아이폰 시리즈와 함께 자웅을 겨루는 시간을 얻게 될 것이다. 특히 애플은 올해 9월 하드웨어를 완전히 강화한 ‘아이폰8’ 출시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4월 갤럭시S8이 출시돼 시장을 선점하지 못하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의 주도권을 넘겨줄지도 모른다.

지금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큰 판도 변화에 봉착해 있다고 한다.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출혈경쟁이 길어지면서 샤오미와 같이 스마트폰 사업에서 발을 빼려는 업체들이 계속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 상위 제조업체인 오포, 비보, 화웨이 등이 잇따라 공격적인 판매목표를 내놓고 제품 라인업과 생산량을 대폭 늘리고 있는데, 올해 초 재고량이 급증할 것이 불보듯 뻔하다.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나 애플에겐 기회가 주어지게 되는 형국이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중국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다시금 점유율을 확대하고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하드웨어 경쟁의 핵심 분야가 바로 올레드 디스플레이라고 하는데, 극심한 공급부족으로 중국업체들은 탑재하기가 어렵지만 삼성전자와 애플은 안정적으로 물량을 확보하고 있어 경쟁력은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삼성디스플레이가 글로벌 중소형 올레드 시장의 90% 이상을 독점하고 있고 삼성전자와 애플에 올레드 패널을 거의 공급해 중국 업체들의 물량 부족현상이 예상된다.)

분명한 것은 삼성전자에게 올해가 중국이라는 거대시장을 삼킬 수 있는 아주 중요한 해라는 이야기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도 보급형 모델을 주력 소비하는 풍토에서 소비자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점점 품질과 브랜드가 중시되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따라서 갤럭시S8의 성공이 아주 중차대해졌다. 중국시장 점유율 재건과 애플과의 대결에서 우위 선점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숙명적인 과제를 이재용 부회장과 고동진 사장이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 경영능력 재평가 받을까
다시 한번 언급하자면 갤노트7 악재는 이재용 부회장의 첫 경영 시험대였지만, 결국 가장 큰 위기로 점철됐다. 그렇다면 갤노트7은 실패한 것인가? 이 부회장은 갤노트7 사태 이후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마련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조원대의 손실을 보긴 했지만 이를 통해 삼성그룹 전체의 내부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사업과 조직은 물론 관습적 시스템이나 업무방식까지 혁신 중이다.

지난해 말에는 자동차 전장분야의 선두기업인 미국 하만을 80억달러(9조4000억원)에 인수했으며 중국 전기차 전문기업 BYD에 5000억원의 지분을 출자하고 이탈리아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네티마렐리 인수 추진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모바일 사업에서의 패착과 그에 따른 극복 과제는 결국 모바일 사업에서부터 다시 풀어내야 할 것이다. 아직까지 삼성은 공식적으로 갤노트7의 발화 사고 원인을 구체적으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단지 배터리 문제로만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갤럭시S8이 ‘혁신과 무결점’이란 키워드로 추진하는 새로운 모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갤노트7이 왜 혁신을 이뤄내지 못했고, 결점을 드러냈는지를 주도면밀하게 밝혀내고 이를 해결하는 것도 아주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만일 갤럭시S8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면 이는 사업의 근본 자체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부분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능력이 재평가 받게 하는 지점인 것이다. 갤럭시S8의 출시 이전에 삼성전자가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 글 :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심선정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