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五德’ 지닌 瑞鳥로 부귀공명·자손번창 상징

2017년 정유년(丁酉年)은 닭의 해, 정유의 ‘정(丁)’은 붉은 색을 의미하기 때문에 특별히 ‘빨간 닭의 해’이다.

닭은 십이지의 열번째 동물로 십이간지 중에서 유일한 날짐승이다. 시간으로는 오후 5시에서 7시, 방향으로는 서, 달로는 음력 8월에 해당한다.

우리 민족에게 닭은 다섯가지 덕으로 상징되고 있다.
닭의 볏은 문(文), 발톱은 무(武), 적을 앞두고 싸우는 용(勇), 먹이는 반드시 무리와 먹는 인(仁), 때에 마쳐 새벽을 알리는 신(信) 등 이른바 오덕이 바로 그것이다.

‘삼국유사’김알지 신화에 등장
우리 풍속에서도 캄캄한 어둠속에서 여명을 알리는 닭은 상서롭고 신통력을 지닌 서조(瑞鳥)로 여겨져 왔으며, 새벽을 알리는 우렁찬 닭의 울음소리는 한 시대의 시작을 상징하는 서곡으로 받아들여졌다.

우리나라에서 닭이 자생한 시기는 문헌상으로 삼국시대부터 나타나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인도에서 고구려를 계귀국이라고 불렀다는 기록이나 ‘삼국유사’에서 나타난 혁거세와 김알지의 탄생신화를 볼 때 오래 전부터 닭이 우리 민족의 상징적 존재였음을 알 수 있다고 풀이하고 있다.

닭이 본격적으로 우리 문화의 상징적 존재로 등장하는 것은 ‘삼국유사’의 혁거세와 김알지의 신란 건국신화에서다.

삼국유사의 김알지 신화에서는 신라 탈해왕이 지금의 경주인 금성 서쪽 숲에서 닭 우는 소리를 듣고 살펴보게 했다. 숲에 빛이 비치고 자줏빛 구름이 하늘에서 땅에 뻗쳤는데, 그 구름 속에 금색의 궤가 있고 닭이 울고 있었다. 궤안에는 조그만 아이가 있어 하늘이 준 아들이라 여겨 거둬 길렀는데, 아이의 지혜가 뛰어나 이름을 ‘알지(閼智)’라 하고 금궤에서 나왔으므로 성을 ‘김(金)’이라 했다고 적고 있다.

그림에서도 닭의 상징적 의미가 고루 발견된다.
새해를 맞이한 가정에서는 닭 그림을 벽에 붙여 잡귀를 물리치고자 했다. 닭은 귀신을 몰아내는 축귀와 액을 막는 수호초복의 능력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봄날 갓 깨어난 병아리가 어미 닭의 보살핌을 받고 있는 그림도 많다. 이는 자식 복을 염원하는 것이다.

조선시대의 관직에 뜻을 둔 사람은 서재에 닭의 그림을 그렸다. 닭 머리에 솟아 있는 볏을, 벼슬 후 쓰는 관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맨드라미와 함께 그리기도 했는데 관에 관을 더한 ‘관상가관’(冠上加冠)의 의미로 최고의 입신출세를 의미한다.

이처럼 우리 선조들은 닭 그림은 수호초복, 부귀공명, 자손번창과 상통한다고 믿었다.

천마총서 계란껍질·닭뼈 발굴
또 천마총에서는 수십개의 계란껍질과 닭 뼈가 발굴되기도 했다. 역사학자들은 이를 재생의 의미이거나 생명으로써의 부장품으로 풀이하고 있다. 능 속에 계란과 닭 뼈가 들어 있었던 것은 저 세상에 가서 먹으라는 부장 식량일 수도 있고, 알속에서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듯이 재생, 부활의 종교적인 의미로 해석해 볼 수 있다는 것.

또 닭고기와 계란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이다. 정초에 귀한 손님에게 계란으로 선물을 대신하던 시절이 있었고 한여름의 더위를 삼계탕으로 물리치기도 했다.

여름철이면 더위를 이기기 위해 닭을 잡아먹고 몸을 보신하는 한여름 풍속은 제주도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장이 쓴 <운명을 읽는 코드 열두 동물>에 따르면 제주도에서는 음력 6월20일이 닭을 잡아먹는 날인데 여자는 수탉을, 남자는 암탉을 잡아먹어야 좋다고 한다.

옛날 어느 고을에 늙은 부모님을 극진히 모시는 효자가 살고 있었다. 노부모는 더위가 닥쳐오면 입맛이 없어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어느날 밤 효자의 효성에 산신이 감동한 것인지 백발노인이 나타나 닭 한쌍을 주고 갔다.

닭 한쌍을 받은 효자는 노인의 말대로 닭이 낳은 달걀을 모아뒀다가 춘분이 되자, 알을 꺼내 어미 닭에게 안겼다. 그리고 그 새끼가 자라 새벽녘에 소리 높여 울자, 그놈을 잡아서 어머니께 드리고 그렇지 않은 놈은 아버지께 드렸다. 그랬더니 그 여름은 아주 몸성히 지낼 수가 있었다 한다.

또 백년손님이라는 사위가 처가에 가면 장모는 딸을 잘 부탁한다는 간절한 마음에서 아낌없이 씨암탉을 잡아 대접했다. 씨암탉을 잡으면 병아리를 깔 수 있는 알을 못 낳는데도 사위를 위해서라면 잡아 대접하는 장모의 사랑이었다.

‘명량해전’도 정유년에
정유년에 일어난 가장 큰 역사적 사건을 꼽자면 정유재란(丁酉再亂)을 들 수 있다.
왜군은 1596년(선조 29) 9월 화의 교섭이 깨어지자 조선을 다시 침략했다. 다음해인 정유년 1597년 3월 중순 무렵부터 차례로 15만에 이르는 대군이 조선반도로 건너왔다. 이순신 장군이 명량(울돌목)에서 왜선 330척과 조선 수군선 13척이 일대 격전을 벌여 승리한 명량해전 역시 정유년 9월에 벌어졌다.

60년 전 정유년인 1957년은 한국전쟁의 참화를 딛고 사화를 재건하는 해였다.
10월에는 구 소련이 지구 궤도에 오른 첫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에 성공해 인류의 우주시대를 열기도 했다.
이 해 노벨 문학상에는 <이방인>의 작가 알베르 카뮈가 선정됐다.

‘닭’주제 전시회 풍성
역술 전문가들은 닭띠인 사람은 섬세하며 날카로운 분석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풀이한다. 하지만 예리한 비판과 쓸데없는 호기심 때문에 하지 않아도 좋은 말을 던져 싸움의 단서가 되고 비난을 받을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한다.

또 자기 확신이 강하고 적극적이지만 보수적이고 고집스러운 면을 가진 닭띠는 지혜롭고 직관적인 뱀띠와 잘 어울리며 그 외에도 소띠, 용띠 등 과도 잘 조화를 이룬다. 하지만 다른 닭띠를 만나면 충돌이 일어나고 감수성이 예민한 토끼띠나 개띠와도 자주 트러블이 생긴다고 한다.

닭과 관련된 각종 전시회도 풍성하게 개최된다.
국립민속박물관은 2월20일까지 기획전시실Ⅱ에서 닭 관련 유물 50여점이 나오는 특별전 ‘정유년 새해를 맞다’를 개최한다. 이 전시는 오랜 세월 인간과 함께 살아온 닭을 문화·생태적 관점에서 살핀다.

대구광역시 아양아트센터에서는 닭을 소재로 한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2017 정유년 새해맞이 닭 그림전’이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정태경, 이미란, 정성근, 김상용, 정준호 등 7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해 새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 70여점을 선보인다.

‘대자연’ 연작을 통해 호박, 순무, 소, 닭 등과 호랑이를 그린 작품들을 선보여온 이상원 화백은 ‘대자연-닭’ 연작 34점을 강원도 춘천시 이상원미술관에서 선보인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이상원미술관 개관 전후에 작업에 들어가 2년여 동안 완성한 신작이다.

올해 공휴일은 68일
정유년의 공휴일 수는 68일로 지난해보다 이틀 늘어나고 추석에는 7일 연휴가 된다.

한국천문연구원(KASI)에 따르면 2017년은 단기 4350년으로 53번의 일요일과 15일의 관공서 공휴일이 있다.

이 중 새해 첫날과 설 연휴의 마지막 날이 일요일과 겹쳐 이틀이 줄고 추석 연휴 중 개천절(10월3일)이 들어 있어 하루가 더 빠지지만 설 연휴와 추석 연휴에는 대체공휴일이 적용되고 대통령선거일(미정)이 포함돼 실제 공휴일 수는 68일이 된다.

내년에 가장 긴 연휴는 추석이다. 추석 연휴는 원래 10월 3∼5일(화∼목)이지만 6일(금)이 대체공휴일이고 9일(월) 한글날로 이어져 7일 ‘황금 연휴’가 된다.

설 연휴도 원래 1월 27∼29일(금∼일)이지만 마지막 날이 일요일과 겹쳐 월요일(30일)이 대체공휴일이 되면서 4일 연휴가 된다. 어린이날과 성탄절도 각각 3일 연휴다.

한편 올해 정월 대보름(음 1월15일)은 2월11일(토), 한식은 4월5일(수), 단오(음 5월5일)는 5월30일(화), 칠석(음 7월7일)은 8월28일(월)이다. 초복은 7월12일(수), 중복은 22일(토), 말복은 8월11일(금)이다. 

- 일러스트레이션 서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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