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 중국 안방보험은 한국에서 아주 의미심장한 행보를 보여줬습니다.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 인수를 마무리한 거죠. 금융위원회는 안방보험이 알리안츠생명과 동양생명의 대주주가 되는 것을 승인했습니다. 이로써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은 한지붕 두가족이 됐습니다.

이쯤되면 알리안츠생명 말고도 “동양생명이 이미 중국의 안방보험 거였어?”하고 놀랄 분도 계실 겁니다. 안방보험은 2015년 9월 1조1319억원을 지불하고 동양생명을 인수했었죠. 안방보험의 저력은 이제 시작일 겁니다. 시기는 불확실합니다만, 시장에서는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의 합병이 가시권에 놓였다고 예측합니다.

두 회사의 총자산을 합치면 무려 43조원에 이릅니다. 국내 생명보험사 순위로 따지면 삼성, 한화, 교보, NH농협에 이어 국내 5위 수준입니다.  

안방보험의 인수합병 행보는 여기서 그칠 거 같지 않습니다. 2000년대 초반 외국계 보험사 돌풍을 일으켰던 ING생명까지 눈독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죠. 현재 한국의 생명보험 업계는 언제든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는 분위기입니다.

업계 빅4를 제외한 중소형 보험사들이 대거 매물로 나와있기 때문에 안방보험처럼 자금력이 풍부한 매수자가 나타나면 언제든 시장의 주도권을 꿰찰 수 있는 거죠.

안방보험이 도대체 어느 정도 파워를 지녔길래 한국 생명보험 ‘안방’에 파장을 미치는 걸까요. 안방보험의 총자산은 대략 1조9000억 위안이라고 합니다.

우리 돈으로 약 338조원이죠. 한국의 올해 예산이 400조원이라고 하니까, 안방보험의 자산만으로 한국의 한해 농사가 가능할 정도입니다. 추가적인 생보사 매수의 실탄도 충분하단 거죠.

그런데 안방보험의 진짜 게임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바로 우리은행 인수를 노리고 있는 거죠. 우리 정부는 우리은행의 민영화 작업을 위해 남은 지분을 일괄 매각하려고 합니다. 안방보험은 이 지분을 사들여 1대 주주에 오르려한다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최근 안방보험은 동양생명을 앞세워 우리은행 지분 4%를 사들이기도 했습니다.

안방보험은 중국에선 5위이고 전 세계에선 10위권의 종합보험사입니다.
지난 2004년 조그만한 자동차 보험회사로 출발한 이 다크호스는 불과 13년 만에 초대형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거죠. 성장의 배경에는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생명보험, 은행, 부동산을 사들인 데에 있습니다.

미국 피델리티&개런티생명보험, 벨기에 델타로이드은행 등이 안방보험의 M&A 제물이었습니다.

안방보험이 적극적으로 한국시장에 관심을 쏟는 배경은 또 있습니다. 세계진출의 교두보로 한국의 가치를 높게 치는 거죠. 일단 지리적으로 아주 가깝습니다.
거기에 한국의 전산시스템, 금융상품, 마케팅노하우 등을 흡수하는 것 만으로 큰 자산이 되는 거죠.

금융시장에서 해외 자본이 유입되는 건 명암이 공존합니다. 안방보험의 경우 중국 사업의 리스크가 한국에 그대로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거죠. 금융당국의 면밀한 감시기능이 필요한 때입니다. 

- 글 : 장은정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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