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통신업계에서 만년 동메달 리스트라고 할 수 있는 LG유플러스가 최근 몇년 사이에 재계 뉴스에서 특별히 화두가 된 적은 거의 없다. 20년째 시장 순위에 변동이 없는 것도 통신업계의 특성 중에 특성이지만 통신업계의 양대산맥인 KT와 SK텔레콤의 큰 그림자에 가려져 LG유플러스는 굿 뉴스나 배드 뉴스가 잘 알려지지 못한 탓도 크겠다.

그간 LG유플러스는 눈에 드러나는 성과도, 그렇다고 경영상 치명적인 패착도 없는 평범한 수준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적 면에서 경쟁사 대비 몸집이 작은 것도 사실인데, 실제로 LG유플러스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은 8조3289억원과 5621억원으로 같은 기간 KT(매출 16조7225억원, 영업이익 1조2137억원), SK텔레콤(매출 12조7396억원, 영업이익 1조2338억원)과의 격차는 상당히 크다.

만년 3위 LG유플러스도 2017년 새해가 되면서, 업계 1등으로 금메달을 목에 거는 목표를 세우고 새 전략과 목표치를 제시하며 분발하고 있다. 특히 올해를 새롭게 맞으면서 LG유플러스의 권영수 부회장은 신년회에서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신규 사업에서 우리가 판을 뒤집을 수 있는 기회는 분명히 있습니다. 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빅데이터 분야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1등의 자신감입니다.”

LG그룹 임직원들의 명함에는 ‘넘버원 멤버, 넘버원 컴퍼니’라는 문구가 들어간다. 그러나 유독 LG유플러스는 이에 부응하는 순위를 못 만들고 있을 뿐이다. 어쩌면 LG유플러스는 속으로 칼을 갈면서 올해를 맞이했는지도 모른다. 권 부회장은 이런 말도 했다. “남들이 감히 넘볼 수 없는 1등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힘을 모아 자원을 집중해야 합니다.” LG유플러스는 올해 어떤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려고 하는 걸까?

IoT에서 LG유플러스의 성장동력 찾기
LG유플러스의 신년 화두는 ‘IoT’다. 새삼 IoT가 통신업계에서 새롭거나 혁신적인 아이템도 아니긴 하다. 경쟁기업인 SK텔레콤의 박정호 사장의 신년사 핵심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대한민국 대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되자”이다. 황창규 KT 회장은 “지능형 네트워크 기반의 플랫폼 회사를 목표로 하자”고 말했다. 여기저기서 신년화두로 최신 트렌드를 듬뿍 담은 이야기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렇다면 LG유플러스의 IoT는 특별한가? 일단은 여기에 모든 걸 걸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가열에 찬 모습을 보이고 있다. 권 부회장은 지난해 초에 사내 IoT사업부문을 확대개편한 바가 있다. 기존에 이 부서는 LG유플러스 내에서 신규사업을 전담하는 FC(future and converged)사업본부 소속이었는데, 이를 분리해서 권 부회장 직속으로 뒀다. 결국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한 방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사실 IoT사업부문의 시작은 초라했다. 되짚어보면 2014년 팀원 3명의 TF팀으로 시작했으며, 지난해 7월만 해도 홈IoT인 ‘IoT앳(@)홈’ 서비스 상용화 당시 20여명에 불과했다고 한다. 그러면 지금은 어느 정도일까? 6개월이 지난 지금 이 사업부문에는 160명이 넘는 인력이 충원됐다. 그만큼 권 부회장은 IoT를 통한 성장을 위해 인력과 조직개편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것이다.

권 부회장은 지난 2015년 12월 부회장 승진과 함께 LG유플러스 수장을 맡았다. 그 뒤로 그가 가장 힘을 준 사업부서가 바로 IoT사업부문이다. 그렇다면 160명이 넘는 이 부서의 규모를 어떻게 봐야 할까? LG유플러스에서 가장 큰 사업조직은 영업·네트워크부문이라고 하는데, IoT사업부문이 이와 엇비슷한 대규모 조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사업의 특성상 영업과 네트워크는 ‘뼈대’라고 할 수 있고, IoT는 ‘첨단 신경망’ 같은 역할을 한다고 비유할 수도 있겠다. 위상이 하루 아침에 달라졌다는 이야기다.

그룹 차원에서 IoT 사업 집중작업
LG유플러스의 IoT 사업부문이 단숨에 이렇게도 비상할 수 있는 이유는 필자 입장에서 볼 때 그룹 차원의 결정이 아니었나 추측한다. IoT 사업은 LG그룹에게는 숙명적인 신 사업 방향이다. 그렇다면 이걸 그룹 차원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이끌고 갈 수 있는 구조는 뭘까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겠다.

그래서 LG유플러스의 IoT사업부문은 LG그룹의 IoT사업의 싱크탱크이자, 실질적인 총괄 부서가 됐다. LG전자, LG이노텍, LG CNS 등 계열사들의 전문인력들이 속속 LG유플러스 IoT사업부문으로 총 집결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IoT는 LG그룹이 전후방으로 커버할 수 있는 사업인데, 예를 들어 LG유플러스가 통신사업을 기반으로 한 영업 및 네트워크 부문을 담당하고, LG전자가 IoT 관련 제품을 제조하고, LG이노텍은 여기에 들어갈 전자부품을 공급한다. 그리고 LG CNS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결국은 이 사업에 필요한 인력수급이 관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권 부회장은 각 그룹 계열사에 있는 최고 전문가들을 확보하는 데에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이를 위해 먼저 LG전자에서 품질관리 부문에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는 전문가를 중용해 IoT 서비스 품질담당을 맡겼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본부의 박사급 인재들도 LG유플러스로 일부 넘어갈 예정이라고 한다.

일부 사람들에게는 아직 IoT 서비스가 생소할 수도 있다. LG유플러스의 IoT사업은 두개로 나눠지는데, 홈IoT와 산업IoT가 바로 그것이다. 홈IoT 서비스 가입자는 2015년 7월 이후 매달 2만여명 증가해 현재 50만을 넘어서고 있는데, 이러한 원동력은 서비스 품목이 늘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LG유플러스의 초창기 홈IoT 서비스는 스위치, 온도조절기, 창문 열림감지센서, 도어록 등에 불과했다. 현재는 30여개까지 늘어났다.

또 다른 사업축은 산업IoT다. 쉽게 설명하자면, 스마트시티 건설을 할 때나 건설·유통산업과 연계할 때나 커넥티드카 개발 등을 할 때 필요한 서비스다. 이 부분은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없지만 LG그룹과 같이 산업IoT와 연결될 수 있는 계열사가 많기 때문에 한국시장을 넘어 해외시장까지 공략할 수 있는 분야라고 평가된다.

크고 작은 위기 극복도 선결과제
앞서 무난하게 통신사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던 LG유플러스도 지난해 연말 구설수에 오르는 홍역을 치러야 했다.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이 바로 다단계 판매였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이동통신 3사 가운데 다단계 판매를 통한 가입자 유치 비중이 제일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단계 유통망을 통한 이통 가입자는 지난해 6월 기준 55만3000명인데. 이중 LG유플러스는 43만5000명으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모양이다. 다단계 판매 과정에서 특히 노인 등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피해가 발생하면서 다단계 판매 중단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는 와중에 LG유플러스가 공교롭게 여론의 도마에 오른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권 부회장이 출석해서 다단계 판매 중단을 검토하겠다는 약속까지 해야 했고, 이에 따른 후속조치 마련에 지금 골머리를 썩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업계는 올해 1월을 주목하고 있는 중이다. LG유플러스는 다단계 판매와 관련된 대다수 대리점과 1월 중에 계약을 체결하면서 1년마다 계약을 갱신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국회의 지적에 따라 다단계 판매를 중단한다면 이번달 계약 갱신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가입자 1200만명을 돌파하면서 질적인 성장을 보여주긴 했다. 이런 성장의 원동력이 바로 다단계 판매 형태의 영업이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쩌면 LG유플러스는 이동통신 사업에서 큰 무기를 하나 잃어버릴 수도 있는 처지다. 그래서 IoT사업과 같은 대전환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권 부회장의 어깨는 무겁다. 권 부회장은 30년 넘게 LG그룹 계열사에서만 근무한 정통 ‘LG맨’이며 그간 거쳐왔던 계열사에서 수많은 진기록을 남겼다. LG디스플레이와 LG화학을 각각 LCD패널과 차량용 배터리 분야의 세계 점유율 1위 기업으로 올려놓았던 것도 바로 권 부회장이다. 그래서 그를 두고 LG그룹 임직원들은 ‘1등 전도사’라고 부른다.

그렇기 때문에 2015년 LG그룹이 1등 전도사 권 부회장을 만년 3등 기업 LG유플러스의 수장으로 앉힌 것은 굉장히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결정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는 지난해 9월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1등 DNA를 강조했다. 그는 “LG유플러스는 이동통신시장에서는 3등이지만 사물인터넷(스마트홈)에서 1등이고 기업고객 대상의 사업도 1등을 앞두고 있다”며 “LG디스플레이 대표시절을 포함해서 글로벌에서 1등을 한 경험이 많고 1등을 하려는 열정이 누구보다 강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사물인터넷과 B2B 분야에서 확실하게 1등을 굳히는 전략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LG그룹 안에서 권 부회장의 별명은 또 있다. 바로 ‘칼’(刀)이다. LG유플러스는 IoT라는 장검을 공 들여 갈고 있다. 그 보검을 휘두르면서 전장에 나갈 권 부회장이 새로운 신화를 또 한번 써내려가길 기원해 본다.

- 글  :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심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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