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업이 17년 만에 일본에 뒤처지며 글로벌 2위 자리마저 내줬다.
지난해 수주 절벽을 겪은 한국 조선업계의 수주 잔량이 일본보다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에선 앞으로도 수주시장이 밝지 않아 한동안 역전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4일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전문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기준 한국의 수주잔량(잠정)은 1991만6852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 473척), 일본의 수주잔량은 2006만4685CGT (835척)로 각각 집계됐다.   

日 자국 발주 늘려 감소 속도 느려
아직 연간 확정치가 나오지 않아 최종 수치는 일부 바뀔 가능성이 있지만, 잠정치 상으로는 일본이 한국을 14만CGT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LNG선 1척이 8만CGT 정도이므로 한국과 일본은 수주잔량에 있어서 선박 1~2척 정도의 격차가 나는 셈이다.

한국은 1999년 12월말에 수주잔량에서 일본을 2만1000CGT 앞선 이후  줄곧 수주잔량에서 우위를 유지해왔으나 지난해 말 17년 만에 추월을 허용한 것이다.

한국의 수주잔량이 2000만CGT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03년 7월 이후 13년여만에 처음이다.
한국은 2015년 12월말 기준 수주잔량이 3108만CGT를 기록하는 등 그해 줄곧 3000만CGT 수준의 일감을 유지해왔으나 2016년 들어 수주잔량이 매달 빠르게 줄어왔다.

일본 역시 2015년 12월말 수주잔량이 2555만CGT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들어 수주잔량이 계속 줄었지만, 매달 한국의 감소폭이 일본보다 훨씬 컸기 때문에 양국의 수주잔량이 뒤집히게 된 것이다.
일본은 자국 선사들의 지속적인 발주에 힘입어 2000만CGT 이상의 일감을 유지한 측면도 있다.

과거 조선업이 호황이던 2008년 8월말에는 한국이 7000만CGT가 넘는 일감을 보유하며 한국과 일본의 수주잔량 격차가 지금의 10배 수준인 무려 3160만CGT까지 벌어진 적도 있었으나, 이제 과거의 영광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국가별 수주잔량 순위는 약 3000만CGT의 일감을 보유한 중국이 1위로 앞서있고, 일본과 한국이 각각 2, 3위에 올라 있다.

조선 빅3, 신용등급 하향 위기
이 같은 조선사들의 위기에 정부가 선박 펀드를 통해 선박 발주를 지원하겠다고 나섰지만 상황은 좋지 않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은 아직 올해 수주 목표를 공개도 못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보다 6조7000억원 적은 14조 9561억원이라고 밝혔지만 수주 목표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들은 신용등급 하향 위기에 까지 처했다. 지난 5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올해 조선업계의 수주성과가 크게 나아지지 않으면 신용평가사들은 상반기 정기평가에서 조선사들의 신용등급을 내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우조선해양·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의 연간 수주액은 2013년 543억달러, 2014년 420억달러, 2015년 243억달러로 꾸준히 감소했다.

현재 각 사의 신용등급은 대우조선해양은 B+, 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은 A이다.
가장 등급이 낮은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4월 4400억원, 7월 3000억원, 11월 2000억원 순으로 올해 모두 9400억원의 만기 회사채를 갚아야 하지만 현금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은 분사 이후 자금조달에 빨간불이 켜질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2014년 73억달러, 2015년 53억달러 2016년 11월 말 기준 5억2000만달러 수준으로 급감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업황 침체가 계속되면 한국과 일본의 수주잔량 격차가 점점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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