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 한국도 제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경우 법령상 제재에 따른 직접적 영향보다 중국의 보복 대응 등 양국 간 갈등 고조로 인한 간접적 파급 효과가 더욱 클 것이라는 예측이다.

韓, 현재는 ‘관찰대상국’ 지정
대외경제정책연구원(원장 현정택)은 지난 4일 ‘미국의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과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기 위해서는 기존 지정 요건을 완화하거나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데, 그 경우 한국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환율관찰대상국 용어는 지난해 4월 발간된 ‘주요 교역대상국의 환율정책보고서’에 처음 등장한 개념으로 미국에 대한 자국의 교역조건을 유리하게 하기 위해 환율에 개입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면밀하게 관찰해야 하는 국가들을 말한다.

미국은 지난해 4월 △미국을 상대로 무역흑자 200억달러 이상을 내고 있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이 3% 이상이면서 △GDP 대비 2% 이상의 달러 매수 개입 등 세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나라를 환율조작국(심층분석대상국)으로 지정하는 법을 만들었다.

지정되면 미국과 양자협의를 해야 하며 1년 후에도 개선되지 않았다고 판단 시 △해당국에 대한 미국 기업들의 투자 제한 △해당국 기업들의 미국내 조달시장 진입 금지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한 압박 △무역협정 체결 시 외환시장 개입 여부 평가 등의 구체적인 제재를 할 수 있다. 한국은 반기마다(4·10월) 나오는 미 재무부 환율보고서에서 두번 연속 환율조작국 전 단계인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됐다.

연구원은 오는 20일 들어서는 미국의 신 행정부가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올해 하반기 이후로 계속 연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러나 미국이 자국 경제 우선이라는 목표에만 집중하고 중국이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면 당장 올해 상반기에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것으로 전망했다.

對中 가공·보세무역 우선 타격
연구원은 특히 미국이 올해 상반기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 한국에 간접적인 피해가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이 미국에 보복 대응하면서 미·중 갈등이 고조돼 한국이 ‘새우 등’ 신세가 되면서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른 수출 타격, 금융 불안 등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대중 수출 60% 이상이 재수출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 미·중 통상마찰이 심화하면 우리의 대중국 가공무역과 보세무역이 우선적으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 기준 한국의 대중 수출 비중을 보면 내수용 일반무역이 34%를 차지하는 데 비해 가공무역과 보세무역이 각각 49.6%, 15.7%의 비중을 차지했다.
미국 연방정부의 조달시장에서 중국기업이 참여가 제한되고 중국 제품에 대한 미국의 보복 관세 부과로 중국과 경합 관계에 있는 국내 기업의 경우 수출 반사효과를 누릴 수 있지만 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연구원은 분석했다.

이에 연구원은 일단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관련 리스크와 관련한 미국 정가 움직임과 중국 정부의 대응 등에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 “한국의 외환시장 안정화 노력은 환율 흐름의 기조를 바꾸기보다 변동성을 완화하는데 있다는 것을 수치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독일, 일본, 중국 등과 공조해 경상수지 흑자가 비환율 요인에 따른 결과를 부각시켜야 한다”고 정책 조언하기도 했다.

더 나아가 중장기적으로 위안화 절상에 따른 원화 강세 압력을 완화하고 대중국 수출 부진에 대비해 수출시장을 다변화하며 미국의 보복 관세 부과에 대비할 방안을 마련하는 등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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