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경란(IBK경제연구소 중소기업팀장)

최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양극화 현황을 분석해 봤다. 그간의 대·중소기업 관점이 아닌 중소기업 간 양극화를 진단했다는 관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분석결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소제조업의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었으며 그 행태는 집단별로 상이했다. 즉, 원·하청 거래관계가 강한 협력 중소기업은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었고, 원·하청 거래관계가 약한 독립 중소기업은 양극화가 아닌 하향평준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협력 단계별로 양극화 행태를 분석한 결과, 특히 2차 협력 중소기업의 지속적이고 빠른 성과 하락이 두드러졌다.

독립 중소기업도 법인과 개인 기업으로 구분해 분석한 결과, 법인 기업은 양극화가 심화되는 추세를 보인 반면, 개인 기업은 하향평준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기업성장 생태계는 경제 환경에 따라 변화하고 또 진화한다. 경제 안정기일 때 기업의 성장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선형관계를 이루며 균형적으로 분포한다.

즉 매출이 증가하면 영업이익도 증가하고 성과가 좋은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이 성장생태계 안에서 균형적으로 존재한다. 그러나 경제가 불안정해지면 매출과 영업이익의 관계가 선형관계가 아닌 불안정한 형태로 산개하게 된다. 매출이 증가해도 영업이익이 늘지 않는 속빈 강정 형태의 기업이나, 매출은 줄어드는데 영업이익은 증가하는 불황형 흑자 기업의 증가가 그 대표적 예이다.

나아가 경제의 불안정성이 지속되면 최상위와 최하위 성과 기업 간 격차가 커지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된다. 양극화는 평균에서 멀어지며 양 극단에 군집화돼 계층 간 이동이 어려워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따라서 대·중소기업의 양극화, 중소기업 내 양극화는 소기업, 중소기업,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이어지는 기업 성장생태계의 선순환을 해치는 중요 원인이면서 결국 한국 경제의 균형적 발전을 저해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양극화는 성과가 좋은 집단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측면에서 즉, 성장주도 계층이 존재한다는 의미에서 일면 긍정적일 수 있다. 반면, 하향평준화는 경제가 안정이 되더라도 지속 가능한 성장 계층이 사라진다는 측면에서 양극화 현상보다 더욱 심각할 수 있다.
분석결과,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생태계는 양극화 심화 속 하향평준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우리 중소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생태계가 매우 위험해진 것이다.

소기업에서 중기업으로, 중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중소기업 성장생태계의 선순환 구조 회복을 위해 다음과 같은 정책과제를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불공정거래 행위를 막기 위한 기존 동반성장 정책들이 2·3차 협력 중소기업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도록 강화되고 보완돼야 할 것이다.

둘째, 2차 협력 중소기업의 경영실태를 시급하게 점검하고 위기 극복을 위한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2차 협력 중소기업은 1차와 3차를 연계하는 중소기업 생태계상 매우 중요한 위치이기 때문이다.

셋째, 독립 중소기업을 위한 투 트랙(two-track)전략이 마련돼야 한다. 법인 독립기업은 양극화가, 개인 독립기업은 하향평준화가 진행되고 있어 차별화된 대응책이 필요하다. 법인 독립기업 중 경쟁력 있는 기업들에게는 연구개발(R&D) 및 수출경쟁력 향상에 중점을 둔 정책을 마련하고, 개인 독립기업은 중소기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성장생태계 전반에 대한 정밀한 진단을 통해 중소기업 내 성장 촉진을 위한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공급과잉과 경쟁심화, 4차 산업혁명 시대 도래 등 엄청난 변화의 상황에서 중소기업 구조개편을 위한 논의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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