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 받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남으로부터 평가를 받아 어떤 일이 결정된다는 것은 신경 쓰이고 피곤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이든 사람이든 수시로 평가를 받으며 산다는 사실 또한 피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공정한 평가를 통해 가치를 인정 받고 보상을 결정하는 것은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기본 원리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과 사람을 공정하게 미래지향적으로 평가하는 일은 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일이다.

미래지향적 평가틀 확립을
최근 우리 경제 침체의 원인 중 하나는 기업과 사람을 공정하게 평가하는 지식과 시스템이 부족하다는데 있다. 미래지향적이면서도 공정한 평가를 통해 사람과 돈, 기술이 비전 있는 기업에 투자되고 운용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외환위기 때 수많은 부실 기업을 진단하고 회생방안을 결정지을 때 외국 컨설팅 기관들이 비싼 수수료를 받고 일을 담당했던 적이 있었다.
우리의 부실을 진단하는데 외국 전문 기관들이 활용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우리 스스로 국내 전문가들의 평가를 신뢰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상대 기업과의 거래, 투자, 대출, 부실에서의 회생 가능성, M&A 등이 필요한 경우에 공정한 기업평가는 필요한 자원이 적기에 해당 기업에 융통되도록 하는 기능을 갖는다.
공정한 평가를 통해 필요한 돈과 사람이 해당 기업에 유통됨으로써 경제 전체의 기와 혈이 왕성해질 수 있다. 미래지향적으로 공정하게 개별 기업을 평가하는 것은 경제의 기와 혈을 살려 국가 전체의 경제력을 왕성하게 하는 기본 조건이다.
기업 평가는 흔히 재무제표에 대한 평가로부터 출발한다. 그러나 재무제표는 과거 경영실적을 숫자로 요약한 표이므로 미래지향적 기업가치 평가로는 한계가 있다.
미래 지향적인 평가가 되려면 재무제표 이외에 경영능력, 기술력, 영업력, 재무력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신용과 성실을 판단 기준으로
그런데 경영능력, 기술력, 영업력은 상당 부분 그 기업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능력에 의해 평가될 수 있다. 미래 지향적인 기업 평가가 되려면 결국 그 사람들을 이해하고 평가해야만 하는 것이다.
사람들의 지식, 기술, 마인드, 문화, 관행, 성실성, 네트워크와 그러한 것들의 인프라스트럭처인 기업 내 제도와 구조 파악이 선행돼야 하는게 그 이유다.
미래 지향적인 기업 평가는 쉬운 일이 아니다. 쉬운 일이 아니기에 더욱 필요하고 가치 있는 작업이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경제 선진국이라는 것은 경제적인 관점에서 사람을 공정하게 평가하는 관행과 능력을 지닌 나라들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대에 기업과 사람에 대한 공정한 평가는 신뢰할 수 있는 나라의 조건으로서도 중요하다. 국적에 관계 없이 자본, 인재, 기술이 공정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나라에 자원이 집중되고 운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외국 것이라고 차별하거나 공정치 못한 자의적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국가는 국제사회에서 소외될 것이다.
미래 지향적이면서도 공정한 평가 관행을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선 공정하게 평가하겠다는 자세를 확립해야 한다. 큰 기업은 믿고 작은 기업은 무시하는 악습에서 벗어나야 한다.
계급적이고 비민주적인 사고 방식에서 탈피하고 힘으로 밀어 붙이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업과 사람을 평가하는 데 있어 돈과 권력보다는 신용과 성실을 판단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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