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저성장과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부활 등에 직면한 국내 제조업계의 체감 경기가 꽁꽁 얼어붙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규)와 산업연구원(원장 유병규)이 잇달아 내놓은 제조업체들의 경기전망에 따르면 IMF 외환위기 수준까지 떨어지는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보수적 경영으로 위기 돌파”
대한상의는 지난 9일 전국 2400여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2017년 1/4분기 경기전망지수(BSI)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국 경기전망지수는 전분기(86) 대비 18포인트나 급락한 68로 집계됐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 체감경기가 극도로 악화된 1998년도(61~75)와 비슷한 수준이다. BSI가 100 이상이면 다음 분기에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이 더 많은 것이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지역별 BSI는 중국인 관광객 특수를 누렸던 제주마저 91까지 떨어지는 등 전국 모든 광역시도가 100 미만을 기록했다.

체감경기가 악화된 이유에 대해 응답기업들은 대내적 요인으로 ‘정치갈등에 따른 사회혼란’(40.0%)‘자금조달 어려움’(39.2%)‘기업관련 규제’(31.6%)‘소득양극화’(10.8%) 등을 꼽았다. 대외적 요인으로는 ‘중국 성장률 둔화’(42. 4%) ‘전 세계 보호무역주의 확산’(32. 3%)‘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금융여건 악화’(28.4%)‘환율변동성 확대’(24.0%) 등을 꼽았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수출과 내수 동반침체로 2010년 18.5% 수준이던 제조업 매출 증가율이 지난해 3.0%까지 떨어졌다”며 “미국 금리인상, 중국의 성장 브레이크 등으로 기업들이 자금난에 빠지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올해 최악의 경영환경을 우려한 기업들로서는 하나같이 보수적 경영과 군살빼기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반응이다.
조사대상의 절반(50.6%)은 올해 ‘보수경영 기조’를 밝혔다. 이들 기업은 세부적으로 ‘현 상태 사업유지’(65.1%) ‘기존사업 구조조정’(17.5%)‘대외리스크 관리’(17.4%)를 경영방침으로 선택했다.

“소비심리 회복 시급”
올해 취업문도 더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보다 채용을 늘릴 계획이라는 기업은 27.7%에 불과했다. 기업들의 49.6%는 ‘지난해보다 채용을 비슷하게 유지하거나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채용계획을 세우지 못한 기업도 전체의 22.7%에 달했다. 기업 규모별로 ‘올해 신규채용을 늘리겠다’고 응답한 대기업은 26.3%, 중소기업은 27.8%로 집계됐다.

기업들은 소비심리 회복(55.7%)이 가장 시급한 정책과제라고 꼽았다. 이어 ‘금융시장 안정화’(41. 6%) ‘정치갈등 해소’(36.3%)‘규제개선’(33.0%) 등도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상의 관계자는 “조사 대상기업들은 20년 전 외환위기 직후 때처럼 경제난 극복을 위해 경제주체들이 다시 한번 소통하고 협력해야 할 때라는데 뜻을 모았다”며 “이 때문에 제조업체들은 한국 경제의 해법을 위한 올해의 한자로 소통을 나타내는‘통할 통(通)’(54.7%)을 선정했다”고 전했다.

반도체 제외한 모든 업종 힘들 것
한편, 산업연구원은 제조업체 약 670곳의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제조업 경기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올해 1분기 제조업 시황과 매출 전망 모두 100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1분기 전망 BSI는 시황(88)과 매출(89)이 각각 96과 99를 기록한 전 분기에 비해 상당 폭 하락했다.

특히 내수 전망 BSI(89)는 2013년 1분기 이후 가장 낮게 나타났다. 수출 전망 BSI(94)는 지난해 1분기 이후 최저치다.

업종별 매출 전망 BSI를 보면, 반도체(100)를 제외한 모든 업종이 100을 밑돌았다. 특히 전자(86)와 화학(94), 전기기계(84)는 4분기 만에 100을 다시 밑돌았다.
조선·기타운송(67)도 2013년 1분기 이후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기계장비(93)와 정밀기기(98)는 전 분기에 비해 소폭 상승했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 매출 전망 BSI가 99에서 90, 중소기업은 98에서 89로 각각 하락했다.
내수(89)와 수출(94)도 각각 2013년 1분기와 2016년 1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연간 전망은 시황과 매출 모두 100 이하를 기록했다. 업종별로 보면, 전자(110)와 반도체(112) 등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이 모두 100을 웃도는 가운데 정밀기기(106)와 화학(102)도 100을 웃돌았다. 반면, 조선·기타운송(68)과 자동차(88) 등은 100을 상당 폭 밑돌면서 부진을 우려했다.

지난해 4분기 제조업 현황은 전 분기에 비해 시황(84→88), 매출(83→90)이 상승했으나 여전히 100을 밑돌았다.
구성 항목별로 내수(90)가 전분기(83)보다 7포인트 상승했고, 수출(92)은 전분기(92)와 동일했다. 설비투자(99)·고용(97)은 전분기(각 98·96)와 비슷한 수준이다. 경상이익(89)·자금사정(89)도 전분기(경상이익 82·자금사정 85)보다 높았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