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자 100만명 돌파, 청년실업률 9.8%로 역대 최고, 쉬고 있는 청년과 비자발적 비정규직 포함 체감실업률 34%, 올해까지 3년 간 2%대 저성장. 서민의 삶이 얼마나 팍팍하고 힘든가를 가늠하기에 충분한 통계다.

무엇보다 급한 건 일자리를 만들어 먹고 살 길을 여는 일이다. 미국 오바마 정부는 해외에 나가있는 미국 기업을 불러들이는 ‘리쇼어링’ 정책을 시행해 왔다. 트럼프 정부는 법인세 인하(35%→15%) 정책까지 들고 나오며 더욱 적극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기업은 물론 외국기업에게까지 미국 안에 공장을 세우라고 협박한다. 이에 현대·기아자동차는 5년간 미국에 31억달러 투자계획을 밝혔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 기업들도 트럼프의 요구에 응하고 있다.

우리는 어떤가. 대권주자들과 지방자치단체는 공공부문에서 또는 노동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경쟁한다. 공공공부문의 비대화와 비효율은 어찌할 건가.
일자리를 만드는 건 기업이지 정치인이 아니다. 노동개혁법안이 좌초돼있고 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에다 기업인을 죄인취급 하고 있다. 기업 경영환경이 이런데 투자와 고용을 늘일 계획을 세울 수가 있겠는가.

기업의 일탈행태는 용납돼서는 안 된다. 하지만 기업경영은 목숨 걸고 투쟁하는 독립운동과는 다르다. 정치권력의 희망사항을 거절하면서 기업경영을 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사실을 한번 생각해보자. 기업의 일탈행태를 옹호하자는 게 아니라 정치권력을 바로 세우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출범은 경제외교가 막혀있는 우리에게 또 다른 도전이다. 일본의 아베 총리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 중국의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미국으로 달려가 트럼프 당선인을 만났다. 우리 정부 당국자와 기업인 어느 누구도 트럼프를 만난 사람이 없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14일 14명의 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기업의 최고경영자들과 가진 ‘테크서밋’에 외국인으로 유일하게 이재용 삼성 부회장을 초청했다. 하지만 특검의 출국금지 조치로 트럼프와의 회동은 불발됐다. 이 모임에서 트럼프는 ‘도울 일 있으면 언제든 내게 직접 전화하라’고 까지 말했다는 것이다.

국익을 챙길 더없이 좋은 경제외교의 기회를 우리 스스로 차버린 것은 안타까운 일이었다. 특검이 신청한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됐지만 글로벌기업 삼성의 이미지는 크게 실추됐고 오랜 기간 쌓아 올린 브랜드 가치는 추락했다. 죄가 있다면 법원에서 가리면 되는 일이었는데 출국금지조치를 한 특검은 누구를 위한 존재인가를 물어야한다.

다시 말하지만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
그런데 각종 규제정책에다 강성노조와 고임금, 국민의 반 기업정서는 기업을 해외로 몰아낸다. 이런 판에 기업가정신을 말하는 게 엉뚱하게 들릴지 모른다. 현실의 기업과 기업인 모습이 어떻게 비쳐지든 기업과 기업가정신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돼야 마땅하다. 초등생 때부터 가르치는 기업가정신이 미래 경쟁력이다.

기업이 범죄 집단으로 취급되고 기업인이 죄인취급 받는 모습을 보는 청년들이 창업을 하겠다는 꿈을 꿀까. 모두 공무원 시험 준비하느라 머리를 싸매고 있지 않은가.

입버릇처럼 창업과 중소기업 위한다는 소리 하지마라. 올해부터 중소기업에도 정년 60세가 의무화된다. 임금체계는 손대지 못하고 정년만 늘린다. 청년의 일자리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협력 중소기업의 연쇄도산 위험을 높이는 어음제도의 폐지, 대기업의 임금상승 부담을 하청업체에 전가하는 불공정거래를 뿌리 뽑는 구체적 정책부터 하나씩 시행하라.

중소기업도 남 탓하기에 앞서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는 일에 매진해야한다. 그래야 중소기업이 일자리 만드는 보고가 된다.

류동길(숭실대학교 명예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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