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포커스] 진화하는 ‘이해선 호’코웨이

 

정수기 렌탈 전문기업 코웨이가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및 IT전시회인 ‘CES 2017’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코웨이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CES에 참가하고 있으며, 해를 거듭하면서 부스 규모도 두배로 늘리면서 위세를 과시하려고 노력 중이다. 

코웨이는 CES에서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는데, 전시장의 부스 위치도 입구 쪽 바로 앞에다 잡았다. 입구 쪽일수록 땅값이 비싼 건 두말하면 잔소리일 것이다. 코웨이가 왜 CES 같은 대형 전시회에 이렇게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일까?

이해선 코웨이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환경가전 전문기업을 넘어 웰빙가전 기업으로 코웨이는 진화·발전해가고 있습니다. 소비자의 안심과 신뢰에 중점을 둔 혁신 제품과 케어서비스로 세계시장 진출을 확대하겠습니다.” 코웨이는 지난해 아이오케어(IoCare) 제품군을 CES를 통해 처음 선보였는데, 이건 사물인터넷 기술이 적용된 제품들이다.

이어 올해에는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이 적용된 신기술을 선보였다. 공기 오염 공간을 스스로 찾아가는 로봇 공기청정기를 비롯해 아마존 음성인식 AI인 알렉사(Alexa)를 탑재한 공기청정기 ‘에어메가’, 수면센서로 고객 수면상태와 코골이를 개선해주는 ‘에어 매트리스’ 등 이다. 이렇게 나열해 보니, 코웨이의 요즘 행보를 두가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글로벌’과 ‘신기술’이다.

올해가 코웨이 성장의 승부처
코웨이는 2013년부터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가 대주주로 있다. 과거의 웅진코웨이와 전문경영인(이해선 대표)이 이끄는 코웨이는 주력 사업은 같아도 경영 스타일은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는 점을 먼저 알아야 한다. 코웨이는 매번 전문경영인의 경영 노하우가 중요했다.

이해선 대표 이전에 김동현 전 대표는 웅진그룹의 DNA를 바탕으로 위기의 코웨이를 경영 정상화시켰다. 김동현 전 대표는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이후 코웨이의 영업이익을 3년 만에 무려 27%나 증가시키는 괴력을 과시했다. 이건 MBK파트너스에게도 중요한 일이었다.

김 전 대표는 과거 웅진그룹에서 경영기획실장, 전략기획 상무보, 기획조정실장 등을 역임하며 주로 컨트롤타워 역량을 쌓아온 인물이다. 특히 실적개선에는 베테랑 중 베테랑이었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북센 대표이사를 지냈는데, 당시 10년 적자에 시달리던 이 회사를 취임 2년만에 흑자로 돌려놓으면서 북센은 처음으로 연말 성과급을 지급할 정도였다. 2015년 코웨이의 매출은 2조1613억원을 넘어서면서 안정적인 증가세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러한 기틀을 마련한 김 전 대표의 성과를 인정해 줘야 할 것이다.

그 경영 바통을 이어 받은 이가 바로 이해선 대표다. 김 전 대표가 내실을 다지는 전문경영을 발휘했다면, 이 대표는 외연 확장에 나설 신성장 동력을 마련하려고 한다. 이 역시 MBK 파트너스의 다음 수다. 이 대표는 그간 CJ제일제당, CJ오쇼핑, 아모레퍼시픽, 빙그레 등을 거치며 실생활과 밀접한 영역을 두루 경험했으며, 특히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국제경영이론 석사학위, 대만 국립정치대 대학원에서 국제마케팅 석사학위 등을 보유한 국제통이다. 영어는 기본이고 중국어를 비롯한 외국어에 능통하다고 한다.

그가 CES라는 국제 무대에 코웨이를 등판시킨 이유는 성숙기에 접어든 내수 시장을 탈피해 미국, 동남아 등지에서 새로운 성장판을 조기에 조성하기 위해서다. 코웨이의 기둥인 정수기 사업은 그 특성상 초기 진입장벽이 낮아 경쟁이 상당히 치열한데, 현대백화점도 현대홈쇼핑을 통해 지난해 정수기 시장에 진출하는 등 여기저기서 숟가락을 마구 들이밀고 있는 상태다. 하루 빨리 해외시장 비중을 높이지 않으면, 레드오션의 내수시장에 함몰될 수 있는 처지다.

코웨이에겐 시간이 별로 없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해외시장이 점점 탄력을 받는 추세라는 점이다. 미국시장은 전년대비 30%나 성장하며 570억원의 매출을 기록 중이고, 말레이시아, 태국 등 동남아 시장에서도 점차 코웨이 정수기 사업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 중이다. 올해 이 대표의 글로벌 경영이 코웨이의 다음 10년을 결정지을 방향타가 될 조짐이다.

코웨이 신뢰회복이 우선 과제
사실 코웨이에게 급선무는 외연확장에 있지만도 않아 보인다. 빠른 신뢰 회복이 지금 그들에게 최우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김 전 대표에서 이 대표로 바뀌게 된 결정적 배경은 지난해 7월 떠들썩했던, 코웨이 정수기 니켈 사건이다. 얼음정수기에서 니켈이 검출된 것을 인지하고도, 1년간 숨겨오다 발각되면서 문제점이 노출돼 여론의 뜨거운 지탄을 받아야 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최종 조사 결과 “제조상 결함은 인정되지만, 위해 우려는 낮은 수준”이라고 공식적인 견해를 내놓았다. 그러니까, 설계상의 문제점으로 정수기에서 니켈이 나왔다는 건데, 그걸 조기에 해결하지 않고 덮다가 더 큰 이슈로 키운 것이다.

이 대표가 어수선한 조직을 쇄신하는 작업이 필요해 보이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긍정적인 건 이 대표가 마케팅과 홍보 분야에 능통해 정수기 니켈 검출로 추락한 코웨이의 이미지 및 신뢰 회복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현재 문제가 된 모델을 거의 다 회수했으며, 피해자들과의 보상 문제도  원만히 진행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도 코웨이의 저력은 여전해 정수기 렌탈업계 시장점유율 41% 수준을 유지하며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다. 최근 코웨이의 코디(렌탈 서비스 인력) 숫자는 1만2000여명으로 알려져 있다. 대개 주부사원이 주축으로 두달에 한번씩 고객을 방문하는 찾아가는 서비스가 탁월한 기업이다. 아직까진 이러한 조직구조가 탄탄하긴 해 보이는 게 2위 업체인 청호나이스의 경우 서비스 인력이 3000명 안팎이라 아직 코웨이를 따라 잡을 2인자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최근 이 대표는 자신을 ‘대표 코디’로 자처하면서 코웨이를 렌탈하는 고객을 직접 방문해 정수기 필터도 갈아 끼우고 비데도 청소를 하고 있다. 사장이 앞장서니 이하 임원들도 팀장들도 현장에 나가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면서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결국 모든 문제는 체계적인 품질관리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대표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지난해 10월 구원투수에 가까운 심정으로 코웨이에 등판한 그의 미션은 간단했다. 무너진 고객 신뢰를 되찾는 거다. 취임 이후 즉각적으로 품질 관련 전담기구인 ‘TQA센터’를 신설했다. 이 센터는 기존의 환경기술연구소와 생산운영본부로 나뉘어 있던 품질검증 부서를 통폐합한 조직으로 품질 문제가 발생하면 즉각 조치는 물론, 제품 설계부터 다시 한번 점검하는 체계로 만들었다.

정수기를 뛰어넘는 혁신 제품 주력
정수기만큼 고객들이 매일 접하는 가정기기도 드물 것이다. 그것도 입으로 마시는 물을 만드는 중요한 일을 하는 거라면, 더욱 깐깐해 져야 한다. 정수기 사업이 기술적인 진입장벽이 낮은 것이 사실이지만, 1만명이 넘는 관리 인력을 둬야 할 만큼 후속 서비스가 중요한 아주 어려운 비즈니스다.

어쩌면 이 대표는 1만명의 서비스 인력으로 유지하는 알짜 사업과 별개로 코웨이의 제2 효자 제품을 만드는 과업에 올인을 할지 모른다. 그래서 CES 같이 코웨이와는 그렇게 밀접하지 않은 글로벌 전시회에 제품을 준비해 나가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코웨이가 당장 선보일 혁신 제품은 비데, 로봇청소기, 공기청정기와 같은 품목들이다.

사실은 더 큰 그림도 그릴 수 있다. MBK파트너스의 마지막 수가 될지도 모르는 시나리오다. MBK파트너스는 코웨이를 장기적으로 CJ그룹에 매각하는 것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MBK파트너스는 2015년말에 코웨이를 약 3조원의 가격으로 시장에 내놓은 적이 있다. 이때 코웨이 예비입찰에 뛰어든 곳이 국내 투자자를 비롯해 글로벌 펀드, 중국계 투자자 등이었는데, 국내 대기업 중에는 CJ그룹이 있었다.

지난해 말 니켈 검출 사태만 아니었어도 이러한 M&A 이슈는 현실적으로 가능했을 일이었다. 이제 다시 원점이다. 이 대표의 역할이 중요한 시기다. 이 대표는 CJ그룹에서 10년 가까이 핵심 임원을 맡았었다는 점을 상기해 보면 향후 코웨이의 경영권 향방도 어느 정도 예상해볼 수 있다.

그러니까 향후 코웨이의 혁신 제품과 혁신 사업들은 CJ그룹과의 시너지를 내는 쪽으로 폭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대표에겐 코웨이의 신성장 동력 확보라는 미션과 장기지속적인 경영을 위한 매각 작업이라는 두가지 역할론을 언급할 수 있는 것이다. 코웨이의 혁신과 변화는 이제부터다.

- 글 :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심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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