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결국 유럽연합(EU)과의 깔끔한 이혼을 선택했다. 소위 ‘하드 브렉시트’(hard Brexit)다. 이에 따라 향후 EU와 치열한 협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은 EU와 새로운 무역 관계를 설정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입장인 반면 독일과 프랑스 등은 절대 불가 방침을 고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아울러 브렉시트가 몰고 올 유럽 투자자금 이탈과 다른 회원국의 추가 EU 이탈을 부추길 가능성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탈퇴 로드맵 제시…이민 제한 나설 듯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지난 17일(현지시간) 런던 랜체스터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EU 단일시장을 떠나겠다고 천명했다. 그는 “EU 단일시장 회원국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신 새롭고 대담한 포괄적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EU 단일시장에 대한 최대한 접근을 추구한다”고 덧붙였다.

메이 총리는 이날 EU와의 협상에서 4가지 원칙과 12가지 목표를 제안했다.
메이 총리가 제시한 구체적인 목표에는 영국 국경에 대한 통제권을 비롯해 EU 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로부터의 독립, 노동조합 보존, 노동자 권리 유지, 세계 주요 국가나 블록과의 FTA 체결 등이 포함됐다. 영국 집권 보수당에서 주도하는 이러한 ‘하드 브렉시트’는 이민 통제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민 통제를 통해 주권을 단일시장·관세동맹 접근권보다 우선순위에 두는 결단을 내린 것이라는 분석이다.

메이 총리가 시장 접근권을 포기하며 ‘고립주의’를 택한 것은 포퓰리즘에 편승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EU 회원국 국민들이 영국에 와서 출산한 뒤 복지 혜택을 누리거나 일자리를 꿰차는 것도 영국 국민들의 불만을 키웠다. 영국 내 구직 목적 이민자 수는 2012년 17만명에서 2015년엔 29만명으로 급증했다. 특히 2015년부터는 유럽 내 시리아 난민 유입 및 이에 따른 테러 증가 등으로 브렉시트에 대한 찬성 여론이 거세졌다.

일각에서는 초반에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 2년간 진행될 EU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고도의 술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난민 쿼터제 등 ‘강력한 EU’에 불만이 많은 나라를 부추겨 EU로부터 최대한 양보를 끌어내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FTA 재협상·금융허브 위협은 부담
이제 영국은 앞으로 2년간 EU와 결별 조건을 두고 협상을 시작하게 된다. 메이 총리는 3월 말 브렉시트 협상 공식 개시를 뜻하는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협상이 순조롭게 마무리되면 2019년 중반 브렉시트가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이 EU를 탈퇴하고 나면 회원국으로 누렸던 무관세 혜택은 물론 유럽외 국가들과의 FTA 혜택도 함께 사라지게 된다. 상품과 서비스부문에서 자유로운 교역이 제한되며 향후 FTA 또는 유사한 협정을 EU 및 각 국가들과 다시 체결해야 한다.

가장 우선적으로 미국과의 협정 체결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약제비와 식품안전, 사법관할권까지 모든 사항을 타협해야 하는 만큼 불리한 조건이 될 공산이 크다.

이에 대해 메이 총리는 기꺼이 수고를 감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브렉시트 이행은 단계적으로 이뤄질 것이며 이는 영국 기업들이 절벽 위기로 내몰리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라며 “EU가 (영국에) 징벌적 조치를 취한다면 그것은 불행한 자해 행위이고, 친구로서의 행동도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어떤 식으로든 영국의 ‘체리피킹’(유리한 것만 챙기는 행위)은 있어선 안된다”고 밝히는 등 EU와의 협상은 난항이 예상된다.

아울러 금융회사들의 이탈로 런던의 금융허브로서의 지위도 위협받을 수 있다. 금융회사들은 EU 국가들과 자유로운 금융업무를 할 수 없게 된다면서 브렉시트 협상이 시작되는 수주 안에 영국을 떠나 유럽의 다른 국가로 사업을 이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HSBC와 모건스탠리, 씨티그룹, 애버딘자산운용이 더블린이나 파리, 프랑크푸르트 등지로 본사로 이전할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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