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인휘(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교수)

얼마 전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으로 미국에는 새로운 행정부가 들어섰다. 선거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각종 언행을 쏟아냈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과 함께 대외관계에서 매우 공격적인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한편 19차 당대회에서 친위부대를 중심으로 권력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한 중국 시진핑 주석은, 이제는 몸과 마음이 모두 세계 초강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의 역량과 역할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됐다.

2021년까지 집권이 가능한 일본의 아베 총리는 외교와 경제는 물론 각종 정책 행보에 거침이 없다.
집권 20년을 예약한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경우 국제사회에서 이미 전례가 없는 강력한 지도자로 자리매김했다.

이렇게 한반도는 스트롱맨(strongman)들에 의해 둘러싸여 있는 형국이다. 강자 혹은 독재자를 뜻하는 영어의 스트롱맨은 통상 강력한 국가지도자를 일컫는 표현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내걸고 있는 핵심 가치는 ‘미국 제일주의’로 일관된 레토릭이어서, 당분간 미국 발 스트롱맨의 메시지는 미국의 일반 대중들에게 상당한 지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바, 그 기세가 쉽게 꺾일 것 같지가 않다.

이런 스트롱맨의 등장은 한반도 통일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단순한 접근으로는 역사적으로 주변 강대국들 사이가 나빴을 때 한반도 운명은 풍전등화와 같았고, 그 결과 외세의 침입에 쉽게 노출된 바 있으므로, 지금의 형국은 남북관계는 물론 한반도 통일환경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이러한 짐작은 우리의 국력이 미비했던 과거의 사례여서, 국제사회에서 당당한 중견국으로 등장한 오늘날의 상황에 설득력을 가진다고 보기 어렵다.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를 끌어들여 미·중·러 삼각관계의 변화를 새로운 외교전략으로 채택하고 있고, 중국과 일본 역시 강대국화 노선을 걷고 있지만 그럴수록 소위 글로벌 스탠다드에 대한 고민 역시 깊어지는 상황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를 둘러싼 주변국들과의 직접 대결에서는 절대적인 국력의 열세를 면치 어렵지만, 우리도 이제는 다양한 외교전략을 펼 수 있는 위치에 있으므로, 특정 국가와의 일대 일 대결을 피하고 우리의 국익이 도움이 되는 핵심 이슈를 선점하는 전략을 구사한다면, 스트롱맨들의 출현을 마냥 두려워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현재 국제정세를 가리켜 세계화가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 상황에서 각국의 선택은 ‘힘을 기르자’는 목표로 모아지고 있다. 우리의 경우 단순한 국력의 증대가 아니라, 국력의 방향성과 목표의식에 대해서 고민할 때이다.

우리가 표방하는 평화지향국가의 의미가 무엇인지, 외교자산이 우리의 몇배가 되는 주변 강국을 상대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지, 북한 주민들에게 대한민국은 어떤 존재인지,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희박한 김정은에게 우리가 던질 결정적인 한마디는 무엇인지, 지금까지 우리는 이런 고민에 익숙하지 못했다.

북한은 어지러운 국제정세를 자신들의 입장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용하려고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다. 과거 김일성 시대에 재미를 봤던 중국과 러시아 사이의 균형외교를 추구할 수도 있고, 협상과 담판에 능한 미국의 스트롱맨을 상대로 통 큰 접촉을 시도할 수도 있다.

이럴 때 일수록, 북한 문제에 대한 우리의 강력하고 주도적인 의지와 정책역량이 절실한 상황이다. 미국과 중국에게 정교한 논리로 남북관계의 개선과 우리 주도의 평화통일 로드맵을 전달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해 우리가 노력하지 않는다면, 그 어느 누구도 먼저 나서주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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