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직장인 L씨는 퇴근길에 대형 마트에 들러 자동차 용품을 사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소품을 고르는 과정에서 묘한 만족감을 느껴서입니다. 오로지 자신의 취향대로 원하는 물건을 결정하다 보면 업무 중 쌓인 스트레스가 해소됩니다. 물품을 구매한 날짜를 따져보니, 어김없이 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날들이네요.

#2. 항공기 승무원 K씨는 최근 산 향수가 10개가 넘습니다. ‘진상’ 탑승객이 있었기 때문이죠. 그의 동료 C씨는 립스틱을 10개 이상 샀답니다. 두사람 다 근무 중 느끼는 불쾌감, 긴장감 등을 쇼핑을 통해 해소합니다. 기분을 전환하는 데 쇼핑만 한 것이 없다고들 합니다. 미용실을 찾아 헤어 스타일을 바꾸는 이들도 여럿 있다고 하네요.

액수는 얼마 되지 않지만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드는 비용.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면 쓰지 않았을 돈. 신조어 ‘시발비용’이 최근 온라인을 달구고 있습니다. 비속어와 ‘비용’의 합성어 시발비용엔 위의 두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직장인의 비애가 담겨 있네요.

누리꾼들도 시발비용 관련 글들을 올리는데요, 그 사례를 보면 참 다양합니다.

△면접 탈락 후 마신 술값(20·30대) △회식 후 홧김에 탄 택시요금(40대) △동창회 나갔다 기분 망쳐 산 가방값(50대) 등이 눈에 띄네요. ‘비용’ 단어 앞에 왜 비속어가 붙었는지 알 것 같습니다. ‘아~’ 하는 감탄사와 함께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네요.    

스트레스로 시발비용이 계속 지출되다 보면 ‘탕진잼’도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시발비용보다 조금 앞서 등장한 신조어 ‘탕진잼’은 ‘소소하게 탕진하는 재미가 있다’는 뜻입니다. 재물을 다 써서 없앤다는 ‘탕진’과, 놀이처럼 재미있다는 ‘잼’(재미)이 합쳐진 말입니다.

탕진잼의 주요 품목은 문구류, 저가 화장품, 헤드셋, 인형 등 사치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들입니다. 그러다 보니 탕진잼을 위한 소비의 핫 플레이스도 캐릭터숍, 뷰티 드러그스토어, 천원숍 등 저렴하게 물품을 살 수 있는 곳입니다.

돈 쓰는 재미를 꼭 사치품을 사면서 느낄 필요는 없다는 젊은 세대의 현실감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과거 부정적 어감의 낭비병, 사치병을 재미있는 말로써 ‘소비도 미덕’이란 인식을 확산한 젊은 세대의 센스 또한 돋보이네요.

오늘 스트레스 많이 받으셨다고요? 그럼 시발비용으로 탕진잼을 느껴보는 것도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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