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7개 글로벌 제약업체 CEO들과의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일본이 수년간 환율을 조작해 통화 약세를 유도하고 있다”고 지목하며 광범위한 환율전쟁을 예고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원장 김준경)은 미국이 당장 한국을 타깃으로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환율조작국 지정 등을 단행할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도 자동차 등 대미 경상수지 흑자 폭이 큰 분야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시욱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지난 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한국의 전체 상품수지 중 대미 상품수지의 비중이 크지 않은 만큼 한국이 미국의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다만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에 따른 국제 통상환경 변화로 불확실성이 커지면 무역 의존도가 큰 한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호무역주의 장기지속 불가능”
이 교수는 강한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운 트럼프의 통상정책 기조에 대해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공약”이라고 지적했다. 높은 관세는 결국 소비자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더 나아가 원자재 수입 기업의 경쟁력 하락, 고용 감소 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

그는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재량권을 활용해 감세, 인프라 투자 등으로 최근 경제회복세를 1∼2년간 이어간다면 현재의 강경 기조가 지속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친자유무역주의 성향의 인사들을 설득하기 위해 의회와 조율을 해야 하고 통상마찰로 인한 상대국과의 갈등, 경직된 고용 정책에 대한 국내 기업의 반발 등이 예상되는 만큼 지금의 기조가 그 이상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으로 제기될 수 있는 통상 현안으로 반덤핑·상계관세 등 무역구제조치 강화, 위생검역 및 기술적 무역장벽 조치 강화,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 환율조작국 지정,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 등을 꼽았다.

다만 미국의 직접적 행동보다는 다른 국가를 향한 보호무역 정책에서 생기는 국제 통상여건 변화의 간접 효과가 우리에게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한국에 쌍무적 차원에서 무역구제조치 등을 활용한 압박을 주로 활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미 흑자 큰 분야는 대응 필요
대미 진출 기업에 투자나 고용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며, 상대적으로 상품수지 흑자 비중이 높은 자동차 분야는 ‘재협상 0순위’가 될 수 있는만큼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의 주 표적은 중국·멕시코·일본 등으로 단기적으로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혹시라도 재협상을 요구한다면 자동차나 위생검역기준, 복잡한 기술장벽 등이 대상이 될 것”이라며 “이에 대비해 미국의 협정 불이행 상황 점검 등 우리가 공세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에 대해서도 한국이 불황형 흑자를 유지하면서 대미 상품수지의 비중이 전체 상품수지 중 30% 미만이라 상대적으로 우려가 크지 않다고 예측했다.

하지만 중국과 함께 한국의 환율이 절상되게 되면 우리 경제 성장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고 그는 분석했다.
원화와 위안화가 각각 10% 절상돼 중국성장률이 1%포인트 낮아지면 우리 경제 성장률은 0.4∼0.6%포인트 하락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미국 우선주의를 인정하고 서로 윈윈할 수 있는 협상 전략 마련과 이를 위한 전문 인력 보강이 필요하다”며 “중장기적으로는 보호무역주의 한파를 견뎌낼 수 있는 경제 구조와 체질 개선을 위해 서비스산업 육성과 국외투자 강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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