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인터뷰]이희범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조직위원장

세번째 도전 끝에 힘겹게 유치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가 성큼 성큼 다가오고 있다. 남은 시간은 불과 1년. 하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진 국내 정치 혼란으로 동계올림픽 열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평창은 지금 우리에게 기회다. 성공적으로 올림픽을 마무리한다면 정치·사회·문화 분야에서 심기일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시작은 좋다. 지난해 11월부터 이어진 테스트 이벤트를 통해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남은 1년이 중요하다. 지난해 5월 취임한 이희범 올림픽조직위원장은 평창을 구할 구세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서울 사무소에서 만난 이 위원장은 올림픽 성공개최를 자신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민국의 국격이 걸려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의 자존심이 걸렸고, 성공하지 않을 수 없는 올림픽입니다. 성공적인 개최로 분열된 국민을 통합하고 ‘대한민국’이란 함성이 전국에 울려 퍼지도록 만들 겁니다.”
 <대담 : 권기만 편집국장 / 정리 : 손혜정 기자/ 사진 : 이준상 기자>

- 올림픽이 1년 남았다.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어떻게 보냈나.
지금까지 여러 공직 생활 중 가장 바빴던 시기였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서울과 평창을 일주일에 몇번씩 오갔다. 브라질 리우와 스위스 로잔, 중국, 일본도 다녀왔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도 7번이나 만나 심층대화를 나눴다. 스폰서십을 포함한 대회 재정 문제도 지속적으로 신경을 썼다. 짧은 시간에 많은 일이 이어져 몸은 고되지만 국가의 중차대한 대사인 올림픽을 이끌어야 하는 자리인 만큼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다.”

- 평창올림픽과 최순실 게이트의 연관 의혹이 보도되면서 동계올림픽 열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국정 농단과 관련해 평창올림픽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취임 후 전반적인 계약 내용을 점검해봤지만 평창올림픽이 게이트의 표적이 됐을 수는 있어도 실제로 비리에 의한 잘못된 계약은 없었다. 평창올림픽이 게이트에 깊숙하게 연결돼 있다면 위원장인 내가 매일 특검에 불려가고, 검찰에 조사 받으러 갔을 것이다. 어렵게 유치한 올림픽인 만큼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온 국민이 힘을 모아야 할 때다.

- 전반적인 올림픽 준비 상황은.
올림픽 준비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으로 나뉜다. 신설 경기장 6곳의 공정률이 96%를 넘어서는 등 하드웨어적인 부분은 이미 완공 단계에 와있다. 시설의 상태도 훌륭해 하드웨어는 완벽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인 대회 운영 면에서의 준비는 테스트이벤트를 통해 점검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부터 개최된 빅에어와 쇼트트랙 대회 등을 진행하면서 자원봉사와 수송, 숙박 등 세심한 부분을 체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음향시설과 주차장 부족 등의 문제를 알게 돼 해결에 나서고 있다. 올해 4월까지 20개(비경쟁, 비경기 제외)의 테스트이벤트를 통해 드러나는 문제점들도 대회전까지 완벽하게 보완할 예정이다.

- 테스트 이벤트를 지켜본 IOC나 선수들의 국제적인 여론은 어떠한가.
IOC와 국제경기연맹(IF), 각국 선수들은 대회 운영과 시설, 관중 수준 등을 봤을 때 평창올림픽 성공개최를 확신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 개최된 빅에어 경기의 경우 사라루이스 국제스키연맹 사무총장이 “대회 진행과정이 매우 만족스럽다”고 호평하기도 했다.

- 올림픽 이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개최지도 있다. 평창올림픽은 경제올림픽이 가능할까.
가끔 ‘올림픽을 왜 하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경제적인 관점에서만 생각하며 비판적인 시각을 표현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올림픽은 아직 많은 나라가 개최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할 정도로 잠재적 이익이 많은 기회다. 올림픽을 통해 국가브랜드가 높아지고, 세일즈마케팅이 일어난다. 이를 통해 경제가 활성화되는 효과도 있다. 조직위도 불필요한 예산을 줄이기 위해 내부 지출을 최소화하려고 노력 중이다. 1억원 이상 사업은 재정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집행하도록 하는 등 엄격한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개최도시 인근지역 인적, 물적 자원도 최대한 활용할 예정이다.

- 기업 후원은 잘 이뤄지고 있나.
조직위가 수행하는 예산의 38%인 9400억원이 국내 기업의 후원으로 이뤄진다. 국내 경기가 안 좋은 상황이지만 많은 기업이 참여해 지난해까지 목표 대비 89.5%를 달성했다. 국회에서도 두차례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적극 지원해 주고 있고, 정부 역시 조직위와 다각적으로 협의 중에 있는 만큼 목표액을 초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남은 기간 동안에도 민간기업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후원 참여 노력을 진행할 예정이다.

- 중소기업들이 스폰서로 나설 수 있나.
기존 후원 프로그램은 후원 규모 기준이 높아 대기업 중심이었지만, 평창 동계올림픽은 중견·중소기업, 지역기업도 후원 참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미 중소·중견기업의 참여도 많은 상황이다. 후원사로 선정될 경우 공식후원사 명칭을 활용할 수 있고 대회마크를 활용한 프로모션 등 다양한 마케팅 권리를 제공받게 된다. 특히 해외시장을 노리고 있는 중소기업에게는 스폰서 참여가 내수시장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아직 참여를 망설이고 있는 중소기업이 있다면 스포츠마케팅을 적극 활용하면 새로운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고 추천하고 싶다.

- 이 외에도 중소기업이 동계올림픽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중소기업과는 다양한 방법으로 협력할 수 있다. 예컨대 지난해 6월 중소기업중앙회가 평창에서 리더스포럼을 개최하며 붐 조성에 나서 준 것도 우리에게 많은 힘이 됐다. 개별 기업은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펼쳐질 테스트이벤트나 다양한 문화행사에 직원·가족과 함께 참석하면 뜻깊은 추억을 만들 수 있다. 올림픽을 기념해 발매된 기념주화와 지폐를 구매해 거래처에 선물하거나 기증을 하는 것도 올림픽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다. 많은 중소기업이 왜곡된 시선을 거두고 평창올림픽의 성공개최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

- 경기장 사후 활용 문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경기장을 지어놓고 대회가 끝난 뒤 활용하지 못하면 성공한 올림픽이 될 수 없다. 지금까지의 올림픽을 보면 올림픽을 하고 난 뒤 그 시설을 잘 활용하는 나라도 있지만, 올림픽 이후 활용도가 적어 적자 운영에 따른 애물단지가 되고, 사실상 폐허가 되는 그런 시설도 많기 때문이다. 현재 12개 경기장 중 10개는 민간기업과 학교 등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주인이 정해졌고 나머지 2개도 빠른 시간 내에 활용방안이 결정될 것이다. 평창과 정선, 강릉에 숙박시설이 많이 건설되고 있는데 올림픽이 끝나고 나서 손님이 오지 않으면 문제가 된다. 동계스포츠 붐을 일으켜서 많은 외국인이 평창과 정선, 강릉 등 강원도를 찾을 수 있도록 꾸준하고 체계적인 준비를 해 나갈 예정이다. 특히 경기장의 경우 2022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릴 동계올림픽에 참가할 다양한 나라의 선수들의 훈련지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 남은 1년 동안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할 부분은.
평창올림픽이 1년이 남은 이제는 기획 단계에서 운영·시행 단계로 전환해나가야 하는 시기다. 우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평창을 주목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홍보활동을 펼쳐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 유명 관광지와 전국 주요 축제에서 이벤트를 열고 김포공항, 부산역 등 전국 주요 교통거점에서 홍보활동을 펼치는 등 전방위 홍보에 주력할 예정이다. 특히 G-1년 행사와 연계해 서울광장 시계탑 제막식, 강릉에서 세계불꽃축제를 열고, 이후 G-100일 등의 행사를 대대적으로 개최하는 등 다각적인 행사가 예정돼 있다. 올해 4월까지 20여개의 국제대회를 실전과 같이 테스트해 완벽한 올림픽 준비에도 노력할 것이다. 이를 통해 보완·개선점을 반영한 경기장 운영계획과 정책, 절차 등을 8월까지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 평창올림픽이 어떤 올림픽으로 기억됐으면 하는가.
88 서울 올림픽이 한강의 기적을 이룬 한국을 세계무대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면, 30년이 지난 2018년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은 경제발전을 발판으로 문화·IT강국으로 떠오른 코리아라는 국가브랜드를 굳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를 위해 K팝, 드라마, 영화, 음식 등 상업화된 현대적 ‘K-컬처’등 전통적인 미학에 스포츠 아이디어를 접목할 것이다. 또한 차세대 통신 5G, 자율주행차 운영 등으로 한국이 여전히 ICT 강국이라는 사실을 보여줄 기회가 되길 바란다.

세계 속의 한국도 중요하지만 내부적으로는 평창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로 ‘국민 통합을 이룬 올림픽’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현재 우리나라는 많은 상황으로 인해 국론이 분열돼 있다. 하지만 스포츠 이벤트는 이런 분열을 없애고 국민 단합을 이룰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국민들에 치유와 통합이 요구되는 시기에 거행되는 국가적 행사인 만큼 평창올림픽은 스포츠 제전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국가적으로 심기일전하고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 되길 바란다.

- 중소기업인들을 비롯한 국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평창 동계올림픽은 서울 올림픽 이후 정확히 한 세대(30년) 만에 개최되는 올림픽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동계올림픽이다. 88서울 올림픽과 2002 한·일 월드컵이 성공했던 이유는 우리나라의 성적이 좋았기도 했지만, 전 국민이 성원하고 지지하고 적극 참여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평창 동계올림픽도 우리 세대에 다시 오기 힘든, 어쩌면 일생에 단 한번뿐일 수도 있는 지구촌 최대 규모의 겨울스포츠 축제다. 조직위는 우리 국민들 뿐 아니라, 전 세계의 동계스포츠 팬들에게 아주 특별한 추억과 감동을 선사할 수 있는 완벽한 대회가 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전국의 중소 기업인들을 비롯해 모든 국민들이 함께하는 올림픽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

▶이희범 조직위원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산업자원부 장관(2003∼2006년), 이명박 정부에선 한국무역협회 회장(2006∼2009년),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2010∼2014년), LG상사 대표이사 부회장(CEO) 등 오랫동안 경제계에 몸을 담아왔다. 지난해 5월 조직위 위원장 자리에 등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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