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을 ‘은둔의 경영자’라고 부릅니다. 회사 전면에 나서기 보다는 후방에서 지원 사격을 하는 경영 스타일 때문이지요. 또  김범수 의장은 가장 성공한 1세대 벤처 창업자 중 한사람입니다.

1998년 국내 최초 온라인 게임 포털사인 한게임과 2006년 카카오의 전신인 아이위랩을 창업했습니다. 2014년 포털 기업 다음과 합병해 현재 카카오의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습니다. IT기업의 경영자로서 그의 사업 능력과 미래를 내다보는 직관력은 상당히 뛰어납니다.

그가 5년전 가장 큰 노력을 기울여 설립했다고 자부하는 회사가 있습니다. 케이큐브벤처스입니다. 케이큐브벤처스는 스타트업 전문 벤처캐피털이죠. 김 의장은 이 회사를 2012년 설립해 지금까지 수많은 스타트업을 선별하고 묵묵히 투자하면서 그들의 자수성가형 성공기를 돕고 있습니다.

사실 카카오라는 회사 자체가 김범수 의장이 미국에서 2년간 생활한 이후 한국에 돌아와 만든 아주 작은 스타트업에서 출발했습니다. 2010년 카카오톡이 대박을 터트리면서, 김 의장은 스타트업 생태계의 중요성에 눈을 뜬 겁니다. 한국시장에서 제2, 제3의 카카오가 얼마든지 태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 거죠.

이제 김범수 의장은 세번째 길을 열고 있습니다. IT업계에서는 차세대 기술로 부상하는 인공지능(AI)에서 카카오만의 힘을 보여주고 싶어 합니다. 구글, 페이스북, 네이버 등의 국내외 경쟁기업들이 속도를 내고 있는 신 시장입니다.

김 의장은 최근 인공지능 사업을 전담하는 자회사를 설립했습니다. 흥미롭게도 김 의장은 이 회사의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는데요, 은둔의 경영자인 그가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란 기존 직책과는 성격을 달리하는 직접 경영에 매진한다는 거 자체가 의미심장합니다. 

카카오의 인공지능 기술 전문 자회사인 카카오브레인은 상업 비즈니스도 하고, 연구개발(R&D)도 하는 전천후 기술기업입니다. 카카오의 인공지능은 생활 서비스를 목표로 합니다.

이미 카카오브레인 설립 이전부터 카카오는 음성인식을 비롯해, 자연어 처리, 이미지 인식 등 머신러닝 개발에 노력해 왔습니다. 카카오의 두뇌 역할을 기대하는 카카오브레인이 지금까지의 성과를 집약하고 발전시킬 것으로 보입니다.

인공지능으로 경영 뱃머리를 돌린 김범수 의장에겐 국내 시장 최대 경쟁사인 네이버가 초미에 관심사일 겁니다. 카카오에 앞서 네이버는 R&D 전문 자회사인 네이버랩스에서 인공지능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올해 상반기에 인공지능 스피커를 출시하고 전 세계 모바일 메신저 라인에다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다는 계획이죠.

네이버랩스가 사내조직 형태라면, 카카오브레인은 별도 법인입니다. 카카오가 자회사로 개발조직을 편성한 것은 후발주자라는 단점을 깨고 인공지능 기술개발과 상용화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거죠. 당장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영화 아이언맨에 나오는 인공지능 비서 ‘자비스’와 같이 고객들의 개인비서 서비스를 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모바일에다가 입을 대고 “OO 영화 예매해줘”라고 말하면 척척 알아서 인공지능이 처리를 해주는 거죠. 카카오의 카카오톡과 네이버의 라인을 통해 올해 한국 사람들은 인공지능 비서를 만나게 될 겁니다. IT포털 업계의 맞수 덕분에 인공지능의 실생활화가 더욱 빨라지게 됐네요. 

-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 장은정 칼럼니스트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