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포커스] 신한금융 ‘조용병-위성호’체제로

 

국내 1등 금융그룹은 다름이 아닌 신한금융지주다. 총 자산이 무려 400조원에 달하고, 당기순이익만 2조4000억원에 육박하는 거대 금융공룡으로 지난 8년 연속 국내 선두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국내 1위를 넘어 신한금융지주는 이제 세계적인 리딩 컴퍼니를 꿈꾼다.

금융업계에서 매우 유명하고 권위 있는 전문지인 더 뱅커(The Banker)가 매년 선정하는 ‘2017년 글로벌 500대 금융 브랜드’에서 세계 58위를 기록하며 브랜드 가치를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올해 신한의 명성이 어떻게 결정될지 아무도 모른다. 왜냐하면, 우선 경쟁 기업의 거센 추격전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특히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취임한 이후 대내외적으로 타도 신한을 선포하면서 다시 1등 금융그룹의 왕좌를 노리고 있고, 실적면에서도 올해 역전을 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세대 신한맨 조용병-위성호 시대
거기다가 요즘 저성장, 저금리 상황이 굳어지면서 업계 1위 신한도 경영이 쉽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최근 KT, 카카오와 같은 ICT 거대기업들이 인터넷 전문은행을 설립하며 금융시장을 노리고 있어 전통적인 금융기업들에게도 이만저만 고민이 아니라고 한다. 국내 먹거리가 갈수록 줄어들 것이 뻔해 보인다. 신한금융지주는 지금이 최대 위기 상황이다.

이러한 와중에 신한금융지주가 조용병 신한은행장을 새롭게 회장으로 맞으면서 새로운 반환점을 돌기 시작했다. 조 행장의 회장직 선임은 3월 말 열리는 은행 주주총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이것은 대대적인 리더십 교체라고 정의할 수 있다. 한동우 현 회장보다 조용병 회장 내정자는 10년 가까이 나이가 젊은데, 보통 한동우 회장까지를 신한금융그룹의 창업 1세대라고 칭하기 때문이다. 한동우 회장은 69세이고, 조용병 신임 회장 내정자는 60세다.

나이 격차 면에서 조 내정자는 신한금융그룹의 2세대 경영진으로 분리된다. 보수적인 금융그룹에서 세대교체는 힘들다. 그런데 신한에는 한가지 원칙이 있는데, 바로 회장직을 70세까지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60세가 된 조용병 회장 내정자에게는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전폭적인 세대교체와 장기집권의 시대를 얻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조용병 내정자는 혼자만의 리더십 체제를 꾸리지 않았다는 점도 강점이다. 다름 아닌 59세의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이 신임 신한은행장으로 내정되면서 ‘조용병-위성호’라는 탄탄한 공조체제로 새로운 신한금융지주를 출범시킬 것으로 기대를 모으로 있다. 한동우 회장마저도 이번 인사를 두고 “신한이 구상할 수 있는 최강의 팀”이라고 치켜세웠다.

이번 회장 인사를 두고 신한금융 밖에서도 잔뜩 긴장하며 주목했던 이유가 하나 있다. 바로 2010년 불거진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간의 후계구도 다툼이 상당히 컸고, 심지어 검찰 고소 사건으로 번지며 ‘신한사태’로 혼란스러웠기 때문이다. 한동우 회장은 이러한 신한사태를 조기종식하고 신한을 재건하기 위해 2011년 구원투수 격으로 회장직에 올랐던 것이다.

따라서 한동우 회장 이후 조용병-위성호 체제에 대해 예전 신한사태와 같이 혹시나 후계구도 과정에 잡음과 내홍이 있지 않을까, 하는 염려 섞인 시각도 있었다. 과거 회장과 은행장 간에는 통상 10살 안팎의 차이가 났다. 그런데 조 내정자와 위 내정자는 1살 차이에 불과하다. 보통 지주 회장직을 지내다, 한참 후배격인 은행장에게 회장직을 물러주는 게 암암리 신한금융그룹에서 이어졌던 전통이었다.

제2 신한사태 우려 불식시킨 하나의 신한
그러나 신한사태가 신한금융그룹의 후계구도 방식을 완전히 뒤바꾸고야 말았다. 한동우 회장이 2011년 취임하면서 마련한 것이 바로 신한금융지주의 CEO 승계프로그램이었다. 이것은 신한은행, 신한카드, 신한금융투자, 신한생명,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등 주요 계열사 5곳의 사장들이 수시로 개최되는 이사회에서 자신의 경영 성과와 자기계발, 내부평판 등을 평가 받는 시스템이다. 차후에 회장 인사과정에서 특정 계파나 정치적 외풍을 차단하고 오직 실력과 평판으로 인선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것이다.

이러한 공정한 경쟁 프로그램을 통해 등장한 것이 비슷한 연배의 조용병-위성호 체제다. 여기서 두사람이 걸어온 길을 한번 소개해 본다.
조용병 내정자는 1984년 신한은행에 입행해 뉴욕지점장과 리테일부문장 부행장,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대표를 거쳤다. 이후 은행의 기초인 영업부터 인사와 기획, 글로벌 등 은행 업무 전반을 거쳤으며, BNP파리바자산운용 대표를 맡아 큰돈을 굴려본 경험도 있다. 2015년부터 신한은행을 맡아 저금리 지속 등 악화된 영업환경과 다른 은행들의 치열한 도전에도 리딩뱅크의 위상을 다졌다.

위성호 내정자는 1985년 신한은행에 입행한 뒤로 신한지주 경영관리담당 상무와 홍보 담당 부사장, 그룹의 WM(자산관리)부행장 등 핵심 코스를 밟아왔다. 2013년 8월 신한카드 사장에 취임한 뒤 두차례 연임에 성공하며 자신의 입지를 다져왔다.

이러한 조합은 신한으로서는 하나의 실험일 수도 있게 된다. 사실 둘 사이는 오랫동안 동료이자, 경쟁자 관계였기 때문이다. 둘의 경영 스타일과 미래전략도 조금 상이하다. 하지만 표면상으로 둘의 관계는 호의적이다. 이번 금융지주 회장-신한은행장으로 역할이 결정되면서 조 내정자와 위 내정자는 서로를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하나의 신한(One Shinhan)’이라는 기치를 내세우고 있다.

대대적인 세대교체, 7년만에 회장직 교체 상황에 놓인 신한금융그룹에게 필요하고 절실한 것은 다름 아닌 단결된 모습이라는 걸 두사람은 누구보다 잘 알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조 행장이 위 사장보다 입행 1년 선배이고, 고려대 동문이라는 점 등에서도 회장-행장의 위계질서가 확립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신한은행 성적표가 관건
앞으로 신한금융그룹 안의 리더십 갈등이나 내부적인 문제가 발생한다면, 이건 제2의 신한사태 문제가 아니라 신한금융의 존폐와도 연결되는 치명적인 결함이 될 것이다.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하나의 신한’이라는 기틀 아래 조-위 체제가 가야할 길이 험난하다. 두 CEO의 실력과는 별개 문제로 신한금융그룹의 앞날이 꽃길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금융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신한은행을 둘러싼 경쟁기업의 공세가 만만치 않아서다. 신한은행은 지난 2010년 이후 7년 연속 당기순이익 1위를 유지해오고 있지만 다른 시중은행들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2010년부터 은행업계 당기순이익 1위를 유지한 리딩뱅크고, 지난해 1~3분기 순이익이 1조511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0.7%나 증가했지만, 신한은행은 지금 수성보다는 공격을 하는 입장이다.

위성호 은행장 내정자가 맞는 올해는 KB금융과 1위 자리를 두고 한판 결전을 벌이게 된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은행장이 신한금융그룹 최대의 적수다.
한동우 회장과 신한금융 안팎의 바람대로 조용병 내정자와 위성호 내정자 사이에 개혁의 의지가 일치하고 서로 강점을 보이는 글로벌·자산운용과 핀테크·디지털 역량이 조화를 이룬다면 신한의 미래는 지금보다 훨씬 밝아질 것이다.

위성호 신한은행장 내정자는 신한은행 경영 비전으로 ‘글로벌’과 ‘디지털’을 제시했다. 전임 조용병 행장이 진행해 온 디지털·글로벌화를 이어받아 주요 사업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도 ‘하나의 신한’이라는 정신을 바탕으로 한 미래전략이다. 두사람의 어깨에 신한의 희망찬 내일이 달려 있다.

- 글 :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심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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