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을 통한 신분 상승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더욱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 전반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확산됐다. 앞으로 경제가 나빠질 것으로 보는 국민이 처음으로 절반을 넘었고, 국내 정치에 대해 불만족스럽다고 응답한 비중은 80%에 육박했다. 한국행정연구원의 ‘2016년 사회통합실태 조사’ 보고서에서다. 국책연구기관인 행정연구원은 지난해 8, 9월에 만 19세 이상 전국 성인 남녀 8000명을 대상으로 그들이 느끼는 경제적 안정감과 사회통합 정도 등을 조사했다.

지위 상승 가능성 조사 이래 최저
조사 결과 응답자들은 노력에 따른 본인의 사회·경제적 지위 상승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평균 2.4점(4점 만점)을 줬다. 이는 2015년 실태조사 결과(2.6점)는 물론 행정연구원의 이 조사가 시작된 2013년 이래 최저 수준이다.

특히 월 소득 100만원 이하인 가구의 응답자 중에서는 12.3%가 “노력해도 사회·경제적 지위가 상승할 가능성은 전혀 없을 것 같다”고 응답했다. 월 소득 600만원 이상인 가구에 속한 응답자 중에서도 7.4%가 노력을 통한 본인의 신분 상승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자녀의 신분 상승 가능성에 대해서도 전체 평균 2.6점으로 최저치였다. 응답자의 10.1%가 ‘자녀가 아무리 노력해도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2015년 조사에서는 7.4%만이 이러한 반응을 보였다. 이번 조사는 연령대가 높을수록, 가구소득별로는 200만원 미만과 400만원 이상에서 점수가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 같은 결과는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회장 박성택)가 실시한 중소기업 근로자 인식조사에서도 나타난 바 있다. 중기중앙회가 중소기업 근로자 500명을 대상으로 ‘수저계급론에 따른 중소기업 근로자 또는 자녀의 위치’를 질문한 결과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본인 또는 자녀를 ‘동수저’(43.6%) 또는 ‘흙수저’ (37.6%)로 인식하고 있어, 대기업 근로자나 자녀를 ‘금수저’(44.2%)나 ‘은수저’(34.2%)로 보는 것과는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노력에 따른 계층 이동 역시 ‘가능하지 않다’는 응답이 절반(50.0%)으로 ‘가능하다’(13.8%)는 응답 보다 월등히 높았다.

대·중소기업 격차도 심각
경제·사회적 분배구조에 대한 불만도 커졌다. 2015년 조사에선 응답자의 15.1%가 ‘분배구조가 전혀 공정하지 않다’고 응답했는데 이번 조사에서는 이 비율이 20.1%로 늘어났다. ‘공정하지 않다’의 응답 비율은 72.5%로 나타났다.

취업 기회가 공정하게 주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도 증가했다. ‘취업 기회가 전혀 공정하지 않다’는 응답자 비율이 13%에서 15.4%가 됐다. ‘별로 공정하지 않다’는 응답까지 포함하면 2015년 조사에선 전체의 64.6%가, 지난해 조사에선 68%가 부정적인 반응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불공정한 환경도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 사회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가 공정하다고 생각하는지를 조사한 결과, ‘공정하지 않다’고 대답한 비율이 73.1%로 높게 나타났다. 이 중 ‘전혀 공정하지 않다’고 대답한 비율이 21.0%에 달했다. 반면 ‘매우 공정하다’고 대답한 비율은 1.9%에 불과했다. 우리 사회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가 공정하다는 인식의 평균 점수는 2.1점으로 지난해와 동일하게 나타나 대·중소기업간 거래환경 개선이 이뤄지고 있지 않음을 보여줬다.

우리 사회에서 빈곤층과 중·상층 간의 갈등 정도가 어느 정도 심하다고 생각하는지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대부분이 ‘심하다’(85.9%)응답했다. ‘전혀 심하지 않다’ 대답한 사람은 0.6%에 불과했다.

이처럼 우리 사회의 사회갈등을 일으키는 가장 대표적인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를 조사한 결과, ‘이해 당사자들의 각자 이익 추구’의 응답 비율이 23.1% 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다음으로 ‘빈부격차’(22.1%)‘개인·집단 간 상호이해 부족’(17.5%) ‘권력 집중’(15.1%)‘개인·집단 간 가치관 차이’(12.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기회의 불평등(교육 취업 등)’이라고 대답한 비율은 7.4%로 2013년도 5.9%에 비해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5년 후 경제상황 더 나빠질 것”
경제 상황에 만족하는 사람들도 크게 줄었다. 현 경제 상황에 만족한다고 답한 비율은 2013년 16.8%에서 지난해 9.2%로 떨어졌다. ‘만족하지 않는다’고 대답한 비율은 같은 기간 53.8%에서 72.2%로 18.4%포인트 증가했다.

5년 후 경제 상황 전망에 대한 평균점수는 4.4점에서 4.1점으로 감소햇다. ‘앞으로 경제가 나빠질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지난해 51.1%로 처음 절반을 넘어섰다. 3년 전(33.5%)보다는 20%포인트 가까이 높아진 것이다. 30대의 향후 경제 전망이 가장 부정적이었다. 응답자의 19.4%만 경제 여건이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향후 10년간 우선적으로 이뤄야 할 국가 목표’에 대해서는 ‘경제 안정’(59.1%) 이라고 대답한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2015년 58.1%에서 다소 증가했다. 다음으로는 ‘더욱 인간적인 사회로의 발전’(19.3%) ‘범죄와의 전쟁’(16.9%) 순이었다.

정치 상황 만족도도 나빠졌다. ‘만족하지 않는다’는 대답은 2013년 54.8%에서 지난해 78.5%로 급격히 증가했다. ‘전혀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은 같은 기간 8.2%에서 16.5%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향후 정치에 대한 기대감도 낮았다. ‘앞으로 정치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지난해 33.6%에 그쳤다.

“정부 신뢰 안 한다” 75.3%
이 같은 정치·경제적인 불신은 정부에 대한 실망으로 이어졌다. 국민 열명 중 일곱명이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 75.3%가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2013년 같은 조사(64.6%)보다 10.7%포인트 증가했다. 그만큼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다는 얘기다. 같은 기간 ‘정부를 전혀 믿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도 13.4%에서 29.3%로 두배 이상으로 늘었다.

정부가 부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늘었다. ‘정부는 청렴하지 않다’고 답한 비율이 72.9%에 달했다. ‘전혀 청렴하지 않다’고 한 비율도 3년 전 17.3%에서 30.7%로 두배 가까이로 급증했다.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행정절차를 강화해야 한다’고 대답한 비율은 86.0%에 달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긍심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62.5%에 그쳤다. 2013년 같은 조사에서는 응답률이 80.0%에 달했다. 3년 만에 17.5%포인트 떨어졌다. 연령대별로는 20~30대의 자긍심이 가장 낮았다. 지난해 기준으로 20대와 30대 중 ‘자긍심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각각 53.1%와 52.3%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 3년 전에는 두 연령층 모두 70%를 넘었다. 60대는 76.9%로 여전히 자긍심이 있다는 응답이 우세했지만 2013년(90.5%)에 비해서는 10%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공동체와 개인에 대한 가치관도 바뀌었다. 개인을 앞세운 국민 이 더 많아졌다. ‘공동체의 이익이 더 중요하다’고 답한 비율은 2013년 20.0%에서 지난해 13.9%로 떨어졌다. 반면 ‘개인의 이익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 응답자는 같은 기간 13.1%에서 16.6%로 늘었다. 나머지 응답자는 ‘둘 다 중요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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