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용호(경북대학교 명예교수)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일자리 만들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해외에 나가 있는 자국의 기업에게는 국내 회귀를 종용하고, 멕시코에 생산기반을 두면서 미국에 수출하는 외국 기업들에게는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옮기라고 윽박지르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20%의 국경세를 부과하겠다고 서슴없이 협박을 한다. 이 때문에 한국과 일본, 중국 등의 굴지의 대기업들 역시 미국 내 일자리 만들기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선언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선 예비후보자들도 하나 같이 일자리 창출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만큼 실업과 일자리 문제가 절박하고도 심각한 사회문제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실업률은 2012년 3.2%에서 2016년에는 3.8%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중 청년 실업률은 7.5%에서 9.8%로 뛰어올랐다. 이는 우리 사회의 고용창출 능력이 해마다 떨어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2012년에는 경제성장 2.3%에 43만개의 일자리가 생겨났으나, 올해에는 2.6% 성장에도 26만개의 일자리 창출에 그칠 전망이다. 글로벌화의 진전에 따라 국내 투자는 줄이고 해외로의 투자와 공장이전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또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서비스산업이 매우 취약한 것도 큰 원인의 하나로 꼽힌다. 그리고 자동화에 따른 생산성 향상이 이뤄지는 데다가,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될수록 새로 늘어날 일자리 보다 없어질 일자리가 더 많을 것이다.

국내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수많은 아이디어가 나오고, 정부에서는 거액의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그래도 별 신통력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어떤 대통령 희망자는 공공부문에서 81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엉뚱한 의견을 내놓았다.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하(下) 중에서도 하(下)의 처방이라는 당내 비판도 나온 바 있다.

일자리 창출은 어느 정당이나 입버릇처럼 떠들지만 정작 일자리를 만들어낼 제도적 장치나 여건 마련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1998년에 정부가 제출했던 원격의료 허용 법안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국회 통과가 요원하다.

서비스발전 기본법, 규제 프리존 법 같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낼 수 있는 법안들은 오랫동안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방치돼 있다.

한마디로 우리 국회와 정계에는 반 기업정서가 넘쳐나고 있다. 투자심리를 옥죄는 재벌개혁 구호만 난무하는데, 일자리가 제대로 늘어날 리가 없다. 일자리는 정부가 만드는 것이 아니다.

제일 큰 일자리 메이커는 기업이다. 기업인들이 창의적이고 왕성한 기업가정신을 가지고 혁신을 수행하면서 투자를 늘려가야 일자리가 획기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을 이 쪽 저 쪽에 뜯기고 정경유착의 멍에만 덮어쓴 기업인이 한둘이 아니다. 세계경영에 몰입해야할 기업총수들이 하릴없이 국회 청문회나 재판정에 서고, 검찰의 수사를 받아야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는 획기적인 투자 증대를 기대하기 어렵다.

일자리를 만들려면 기업인을 신이 나게 해야 한다. 총성 없는 경제전쟁에서 그들이 생존과 번영을 누릴 수 있도록 국민적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경쟁국들은 정부와 기업의 협력관계 구축에 여념이 없다. 우리는 정부와 기업이 가까우면 정경유착, 부정 비리의 주술에 옴짝달싹 못한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는 너무나 평범한 진리를 재확인하자. 모든 산업에서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 경직된 노동법제와 각종 규제를 과감히 뜯어 고치고, 친 기업 무드를 조성해 투자마인드를 고취하는 것이 일자리 창출대책의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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