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달래 씨(63·가명)는 2012년부터 외손녀를 키우고 있습니다. 결혼한 지 3년이 지나도록 아이를 갖지 않던 딸에게 던진 말 한마디 때문이죠. “엄마가 다 키워줄 테니 너는 낳기만 해.” 덕분에 딸은 직장생활을 계속하고 있지만 진 씨는 적잖은 육아 스트레스를 받고 있답니다. 물론 손녀 키우는 재미도 쏠쏠하죠. 그런데 아뿔싸! 딸이 둘째를 가졌답니다. 철없는 딸은 밝은 목소리로 말합니다. “엄마가 낳기만 하라고 했지? 이 아이도 잘 키워주세요.” 매사 적극적이고 시원시원한 성격의 신세대 할머니 진 씨는 ‘제 발등을 찍은 꼴’이라며 긴 한숨을 쉽니다.

최근 ‘할마’와 ‘할빠’가 화제입니다. 할마는 할머니와 엄마를, 할빠는 할아버지와 아빠를 조합한 신조어입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손주를 보는 ‘황혼 육아’가 늘면서 나온 말이지요. 할마와 할빠는 베이비붐 세대로, 대부분 학력이 높고 재력도 있어 손주의 교육 열풍을 주도할 만큼 적극적이랍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능력이 손주의 미래를 좌우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들로 인해 ‘신(新)치맛바람’까지 불고 있답니다. 베이비 페어 등 육아 관련 행사장을 찾는 열정 가득한 할머니와 할아버지들도 많다고 하네요.

특히 할빠, 할마 중에서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Financial) △육아를 즐기며(Enjoy) △활동적이면서도(Energetic) △자녀에게 헌신적인(Devoted) 이들을 영어 스펠링의 첫 글자를 따서 ‘피딩(feeding)족’이라고 부릅니다. 또한 손주를 위해 고가의 의류나 장난감 등을 구매하는 할빠, 할마들이 소비 시장에 큰손으로 떠오르며 ‘한류 열풍’에 빗댄 ‘할류 열풍’이라는 신조어도 탄생했답니다.

할빠, 할마의 보살핌을 받는 아이들은 대체로 정서가 안정되고 신체 발달도 좋은 편입니다. 하지만 할빠, 할마들은 체력적인 한계에 부딪혀 우울증을 겪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특히 자발적인 양육이 아닌 경우 갈등을 겪기도 한다네요. 부모에게 아이 양육을 맡긴 맞벌이 부부들은 늘 감사하고 존경하는 마음으로 부모님을 대해야겠습니다.

진달래 씨의 딸처럼 출산 후 친정이나 남편의 본가로 들어가는 성인 자녀들이 늘고 있습니다. 천정부지로 오르는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해 부모 곁으로 다시 돌아가는 이들도 많다네요. 이처럼 자녀 양육 문제나 부담스러운 집값 때문에 부모 집에 다시 들어가는 성인을 ‘리터루족(族)’이라고 합니다. 돌아오다라는 뜻의 영어 ‘리턴(return)’과 부모 품을 벗어나지 못하는 성인인 ‘캥거루족’을 합성한 신조어입니다.

리터루족이 늘면서 3세대 이상의 가족이 모여 살기 위해 소형보다 중대형 주택을 선호하는 등 주거문화에도 변화가 일고 있답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용면적 85㎡(25.7평) 초과 중대형 아파트 거래량은 9만5972건으로 전년(7만9333건)보다 20.9% 증가했습니다. 리터루족이 만들어낸 새로운 대가족 집단에 중대형 면적의 집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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