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내수점유율 65.8%로 하락…‘70% 고지’탈환 재시동

현대자동차그룹(그룹이라 할 때는 현대차와 기아차를 모두 뜻한다)은 지금 포탄이 터지고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 위에 서 있는 기분일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 세계 자동차 시장은 치열한 신차경쟁으로 인한 전시 상황을 방불케 하고, 현대차그룹은 강점인 내수시장에서도 큰 성장 폭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말 그대로 ‘데프콘 1단계’에 준하는 비상 긴급체제다.

이렇듯 전시 상황과 같은 긴박한 표현으로 현재 자동차 시장을 설명하는 이유가 있다. 지난해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을 살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현대차 영업이익은 2011년 이후 5년 연속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6년 만에 5조원대로 떨어지고 있는데, 영업이익률도 5년 연속 하락세다. 2011년 10.3%, 2012년 10.0%, 2013년 9.5%, 2014년 8.5%, 2015년 6.9%를 기록 중이고, 지난해는 5.5%에 그쳤다.

그나마 아우 격인 기아차가 지난해 실적이 괜찮은 편이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6.4%, 4.6%나 증가하는 등 선방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것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선방이 아니다. 판매량이 1% 전년과 비교해 감소하면서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모양이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전체 판매량도 주춤거리고 있는데, 지난해 목표였던 813만대에서 25만대나 부족한 788만대에 그쳤다. 현대차그룹이 판매량 800만대 밑으로 내려간 것은 3년 만에 처음이다. 

인센티브 정책 줄일까
세계 자동차 시장은 저성장 국면에 직면했다. 미국, 중국, 유럽 등 거대 수요시장이 자동차 완성차의 공급을 충분히 소화할 수 없는 지경이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다. 그래서 요즘 들어 국내는 물론 수입 자동차의 판촉 경쟁은 거의 총성 없는 전투 수준으로 치열한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차그룹은 차를 많이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제대로 차 가격을 받아야 하는 와중이다.

‘제 가격 받기’에 대해 언급한 것은 현대차그룹에 대한 분석 코드 가운데 가격정책만큼 중요한 것이 없기에 그렇다. 그간 현대차는 공격적인 할인정책과 인센티브 정책으로 최대 경쟁사인 일본 도요타와 가격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예를 들어 현대차가 미국시장에서 차를 한대 팔 때 지불하는 인센티브로 300만원씩 책정하는 등 구체적인 이익을 주는 것이다.

이러한 가격정책은 경쟁기업도 하는 흔한 전략이지만, 현대차의 경우 인센티브를 매년 폭발적으로 인상하는 체계를 유지 해왔다. 실제로 도요타, 닛산이 매년 미국 시장에서 인센티브를 20%씩 인상했다면, 현대차는 30% 수준으로 올려주는 식이다.

이러한 판매전략에 브레이크를 걸려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아이로니컬하게도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다. 그는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 ‘돈을 주면서 차를 파는 방식’으론 안 된다고 공식적으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자동차 시장은 정의선 부회장의 편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의 자동차 수요는 급감중이다. 올해 미국시장의 자동차 전체 판매량은 1750만대로 예상돼 지난해 1755만대 보다 소폭 줄어들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여기서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차가 미국시장에서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시장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판매량을 늘렸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지난해 미국에서 각각 77만5000대와 64만7000대를 팔았는데 이는 각각 전년대비 1.7%, 3.5% 늘어난 수치다. 판매대수 증가와 함께 두 회사의 미국시장 점유율도 지난해 8.1% 기록하면서 전년도 7.9% 보다 소폭 증가했다.

이러한 결과는 인센티브 정책 덕분이었다. 그럼에도 이것은 현대차그룹의 딜레마다. 자동차판매를 늘리기 위해서는 가장 달콤한 유혹이 인센티브 정책으로 가격 메리트를 쉽게 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판매량을 늘릴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설명한 대로 수익성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인센티브야 말로 수익을 갉아 먹는 영업비용 같은 지출이기에 그렇다.

이렇게 과감한 인센티브 전략으로 전체적인 수익성이 감소하면 부작용이 따르는데, 자동차 회사 입장에서는 다음 신차 출시 때 가격책정을 전작보다 높게 할 수밖에 없다. 차량 판매가격 안에서 지출해야 할 수백만원 상당의 인센티브 구간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센티브 정책에 대해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분명 정의선 부회장은 ‘인센티브 강화→판매량 증가→수익성 악화→신차 가격상승’의 악순환을 끊고 싶을 것이다. 올해 다른 경쟁기업들의 인센티브 전략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정의선 부회장이 가격을 최우선 무기로 싸우는 것을 포기하려한다면, 다른 대안책부터 강구하고나서 인센티브 전략 카드를 거둬야 할 것이다.

내수시장 판매부진도 리스크
현대차그룹이 인센티브 전략을 펼 때는 그 시장의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비슷비슷한 품질이면 이왕 조금이라도 가격 메리트가 있는 제품이 더 잘 팔리는 건 당연지사다.
그런데, 현대차그룹은 한국에서는 이러한 전략을 과감히 쓰지 않는다. 잘 알다시피, 현대차그룹은 내수시장의 왕권을 오랜 기간 수성하고 있다. 그러다 빨간불이 들어온 것은 지난해부터다. 기아차가 아닌 현대차 말이다. 수치상으로 지난해 국내 완성차회사 5개사 가운데 유일하게 내수판매량이 줄어든 곳이 바로 현대차였다. 내수판매가 지난해 65만8642대로 전년도보다 7.8%나 감소했다.(기아차 합산시 대략 110만대 가까이 판매를 한다.) 

이 시기에 한국GM, 르노삼성은 각각 13.8%, 38.8% 늘었다고 한다. 기아차, 쌍용차도 내수판매량이 조금 늘어났었다. 현대·기아차는 합산해서 내수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65.8%를 기록했다. 2012년 무려 75%에 달했었는데, 불과 4년 만에 10%포인트 가까이 하락한 것이다. 연 평균 2.5%로 볼 수도 있다.

내수 판매의 부진은 현대차그룹에게는 아주 치명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내수시장 만큼 수익성이 높은 판매지역도 없기에 그렇다.

그래서 특히 내수시장 후퇴가 가중되는 현대차는 SUV 신차 출시를 앞당기면서 부진의 늪에서 탈출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해 출시한 신형 그랜저의 신차 효과를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소형 SUV 신차를, 하반기에는 신형 싼타페를 출격 시킨다는 것이다.

일단 현대차는 올해 세계 시장 판매목표를 높여 잡아 놓았다. 하지만 내수 판매목표는 반대로 좀 낮췄다. 내수 68만대, 해외에서 439만대를 목표로 총 508만여대를 팔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이는 내수 판매목표를 1만대 줄이고 해외 판매를 8만대 늘린 수치다.

이건 3번째 시장에서 자신감이 조금 떨어지고 있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는 것이, 지역별로 따지면 중국, 미국에 이어 판매량이 높은 3번째 국가가 한국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만 살펴보면, 중국과 미국 시장은 요즘 보호무역주의 강화 여파로 판매 여건이 지독하게 안 좋다. 현대차그룹이 3개의 화살로 주요 과녁을 맞춰야겠지만, 이래저래 힘든 싸움이 될 것 같다.

미래차를 향해 달려가야
 이렇게 판매량과 신차 싸움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면, 이를 단숨에 뛰어넘고 반전을 꾀할 수 있는 미래차 시장에서 선전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겠다. 전기차 판매 싸움이다. 현대차가 기존 내연기관에 이어 국내 전기차 시장을 선점한다면, 이 또한 성장발판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전기차 시장의 판세는 어떨까? 현대차의 전기차는 아이오닉인데, GM과 테슬라의 전기차에 조금씩 밀리는 모양이다. 일단 GM과 테슬라가 전기차의 최고 성능이라 할 수 있는 주행거리 면에서 향상된 신차를 선보이고 있다. 아이오닉은 1회 충전시 191km를 달리는데, GM과 테슬라는 각각 볼트와 모델S라는 브랜드를 통해 대략  300km 이상 내달린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은 최근에야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기 때문에 이러한 경쟁력 차이를 따라잡을 가능성은 아직 충분하다. 특히 현대차는 올해 미국에 출시하는 아이오닉을 통해 친환경차 시장을 집중 공략할 전략이다.

지금 현대차그룹은 미래와의 전쟁(전기차)도 사전에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하고,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서바이벌 생존전투(세계시장 판매 경쟁)도 치러야 한다.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정의선 부회장이 현재의 전투에서도 이기고 미래 전투에서도 승리를 하고 싶다면, 우선적으로 내수시장 점유율 70% 고지를 달성해야 할 것이다. 적어도 연간 100만대 이상 판매를 올리는 튼실한 내수시장의 기반을 다져야 세계시장 공략의 전투력이 상승한다는 이야기다. 올 한해 현대차그룹이 내수시장에서 어떤 전략과 마케팅과 서비스를 펼치느냐의 따라서 앞으로 2, 3년의 미래 방향이 바뀔 수 있을 것이다.

- 글 :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심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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